뒷광고 종식 위해서는 개인보다 기업이 앞서 올바른 방향 이끌어야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한 날 유튜버 관련 취재를 하던 도중 ‘Jane ASMR’이라는 채널을 우연히 보게 됐다.

이 채널은 구독자 수가 무려 975만 명이나 된다. 현재 국내 유튜브 인기 순위 10위권 안에 드는 채널이다.

여러 가지 색상의 먹거리를 보기 좋게 잘 활용한 사례인 듯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수익성을 보고 더 놀랐다.

2012년 채널을 오픈한 이는 총 875개의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총 29억4900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 통계 분석 업체 ‘인플루언서’ 자료에 따르면 이 채널 구독자 랭킹은 전 세계 745번째다.

이 채널 평균 제휴 단가가 한 개에 1억7500만 원, 월 평균 수익이 3억5000만~6억1000만 원에 달했다. 개인 유튜버로 보면 돈벼락을 맞은 셈이다.

흉내 낸 채널들도 “동네 만두 맛집이 하나 생기면 원조 만두 골목이 생긴다”는 말처럼 적지 않다.

하지만 위 계산은 매우 정직한 방법을 통해 계산해 추정되는 수입일 것이다.

최근 뒷광고와 유튜버들의 탈세 의혹 등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슈스스’, ‘강민경’, ‘떵개떵’, ‘보겸’, ‘양팡’ 등이 최근 뒷광고 논란의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이들 중에는 실제 방송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은 유튜버도 있고, 유튜브 초창기부터 콘텐츠를 제작해 경력이 풍부한 이도 있다.

이들 평균 구독자수는 200만 명을 훌쩍 넘긴다. 유튜브 구독자수 200만 명이면 웬만한 월급쟁이보다 수익이 월등히 많다.

분석 기관 사이트에서 유명 유튜버 보겸의 월 수익 예측 금액을 살펴본 결과 평균 15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실제 IT 기기 전문 리뷰어로 구독자수 150만 명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잇섭’도 방송 2년여 만에 1억 원이 넘는 테슬라 모델 X를 단박에 구매할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을 보여 준 바 있다.

계산해본 그의 월 수익 예상액은 평균 5500만 원 정도였다.

현재 관련 업계는 유튜브에서부터 발발된 이번 이슈가 미디어 전반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며 일이 점점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미디어 일각에서는 최근 개인 블로거는 물론, 공영방송조차도 신뢰도를 잃어가고 있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지금은 어떤 매체든 어느 때보다 시청자들의 매서운 눈초리를 의식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뒷광고 이슈는 예전부터 있었다. 비교적 단기간으로 보면 블로거에서부터 시작됐고, 더 들어가 보면 케이블 TV 이전 방송 3사에서부터 관례처럼 이어져 왔다.

PPL이라는 개념도 없을 때 광고주들로부터 광고비는 받지만 광고가 아닌 척 드라마에 노출하거나 유명 연예인이 자신이 사서 쓰는 애장품처럼 속여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현재는 뒷광고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뿐이다. 소비자를 속이고 기만한다는 점도 규모만 다를 뿐 똑같은 문제다. 쉬쉬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와 그렇지 않은 일을 말할 뿐이다.

블로거가 유행할 당시 뒷광고는 파워블로거 리뷰라는 형태로 존재했고, 이 시기 SNS는 생소한 것이었다. 물론 순수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파워블로거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초기 취지는 퇴색됐고, 대부분 파워블로거들은 ‘돈 앞에서는 자신의 이미지도 판다’라는 식의 경제 논리에 무릎을 꿇었다.

이쯤부터 ‘능력이 곧 돈’이 아니라 ‘인기가 곧 돈’이라는 공식이 생겨났다.

현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단가도 낮았을 뿐 아니라, 인기 유튜버들처럼 일확천금을 노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가 되기엔 수익 규모가 작았던 셈이다.

그러나 이번 유튜브 뒷광고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이 있는데다 그만큼 영향력도 행세하고 있어 얘기가 크게 달라진다.

문제의 심각성은 행위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배가된다. 불특정 다수에 공개된 유튜브 방송은 콘텐츠 제작 주체가 뚜렷하기 때문에 신뢰를 받았던 만큼 그 배신감은 컸다.

뒷광고 논란 이면에는 또 다른 우려인 ‘저격’이 있다.

저격은 잘나가는 유튜버들을 깎아내리거나 지적해 자신의 콘텐츠를 빛나게 보이도록 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남이 잘되는 꼴 못 보겠다”는 얄팍한 술수다.

실제 최근 인기 먹방 유튜버인 ‘쯔양’이 저격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 이유 역시 뒷광고 논란이었다.

사건은 ‘참피디’라는 또 다른 먹방러에서부터 시작됐다. ‘애주가TV’라는 채널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참피디가 한 영상에서 다른 유튜버들의 뒷광고를 노골적으로 저격했다.

이후 그는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 영상을 올리는 등 수습에 나섰기도 했다. 핵심은 이 사건으로 또 다른 유튜버들이 퍼다날라 자신의 주머니를 채웠다는 것이다. 한숨이 나온다.

뒷광고 문제는 일부 유튜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를 마케팅으로 교활하게 이용해먹고 있는 일부 기업인들의 잘못된 윤리 의식에서부터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요즘 기업 마케팅 부서에서는 인기 유튜브 채널을 찾아보는 것이 흔하다. 관련 부서는 인기 유튜버들의 콘텐츠를 살펴보는 게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됐다.

홍보의 파급효과 등을 고려하면 지금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유튜브가 광고 집행 비율도 항상 1위를 차지했던 방송 매체를 뛰어넘었다.

이런 채널을 활용한다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올바른 방향으로 이를 활용하지 않는 일부 기업이 문제다.

뒷광고 논란이 있었던 유튜버들도 처음부터 시청자들을 기만하고 속일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기업은 오히려 그들과 함께 커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방향을 잡아주고 올바른 문화로 이끌어가야 한다.

제품 하나 잘 팔겠다고 현재 이익에만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바라보며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갈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