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606.97 대 1, 최종 증거금 58조4237억 원 기록
기대 못 미쳤지만 선방, 카겜 때 증거금 재투자도 한몫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일반 공모주 청약 마지막날인 6일 서울 마포구 NH투자증권 마포WM센터를 찾은 개인 투자자들이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 ⓒ 뉴시스

SK바이오팜을 누르고 올해 IPO 최고 공모가를 기록했던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IPO에도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이번 빅히트 IPO의 공모가는 밴드 최상단인 13만5000원으로 정해졌다. 4만9000원이었던 SK바이오팜의 공모가와 2만4000원의 카카오게임즈보다 훨씬 높게 잡혔다.

일각에서는 SK바이오팜 30조9900억 원, 카카오게임즈 58조5543억 원을 넘어 청약 증거금 100조 원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높은 공모가 때문에 일찌감치 청약을 포기하는 개미 투자자들도 나왔다.

 

◇ 간발의 차로 카겜 넘지 못해

5일과 6일 양일간 진행된 이번 IPO에서 첫 날 통합 경쟁률은 89.6대 1을 기록했다. 

6일 최종 마감은 606.97대 1의 경쟁률로 최종 합산 증거금 58조4237억 원을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보다는 1306억 원이 못 미치는 결과다.

청약 첫 날 증거금은 8조6242억 원으로 애초에 예상했던 100조에 한참 못 미쳤지만,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일명 ‘따상’(공모가의 두 배로 상한가가 오르는 현상)의 학습 효과를 본 개미 투자자들이 막바지에 몰렸던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는 방탄소년탄(이하 BTS)이 얼마 전 빌보드 TOP100에서 1위를 차지한 것과 현재까지 빌보드 TOP100에서 1, 2위를 6주 동안 지키고 있는 것도 청약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진행된 ‘상반기 빅히트 설명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방시혁 대표 ⓒ 유튜브 영상 캡쳐

◇ 3대 엔터테인먼트 넘는 빅히트

빅히트의 이번 IPO 결과는 카카오게임즈에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 6월 기업 공개를 하며 제일모직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SK바이오팜을 가뿐하게 넘어선 역대급 흥행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카카오게임즈(코스닥)와 빅히트(코스피)는 상장사가 다른만큼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빅히트 성공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는 시각이 업계에서는 압도적이다. 

우선 앞서 대박을 터트린 카카오게임즈의 IPO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카카오게임즈 공모주를 사는 데 쓰였던 증거금이 재순환됐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카카오게임즈 증거금 58조5500억 원이 고스란히 빅히트 IPO에 재투자됐다는 뜻이다.

실제 카카오게임즈 이후 노려볼 수 있었던 IPO로 크래프트스톤, 카카오뱅크와 빅히트가 물망에 올랐었다.

 

◇ 엔터 황무지 개간한 방시혁 대표

또한, 이번 IPO 성공 이면에는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노력도 엿보인다. 

타이밍을 잘 맞았던 것도 있지만, 그동안 BTS와 함께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꾸준히 이어온 것에 대한 좋은 결실이 따랐다는 의미다.

방시혁이라는 프로듀서는 잘 알려져 있었지만, 빅히트라는 회사는 최근에 주목받았다.

하지만 빅히트는 JYP에서 독립해 이미 2005년부터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다.

2007년 첫 아티스트인 혼성그룹인 8eight을 론칭했는데, 이 당시 방 대표는 황무지에서 개간작업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빅히트는 2012년 쏘스뮤직과 함께 GLAM을 론칭, 2015년 첫 걸그룹인 여자친구를 데뷔시키며 규모를 키워 나갔다.

2013년 BTS 데뷔와 2016년 BTS의 <WINGS>  앨범 히트와 함께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현재 빅히트가 보유하고 있는 아티스트는 이현, BTS, 투모로바이투게더 등이다. 

종속 기업인 쏘스뮤직 산하에 여자친구, 플레디스 산하에 나나, 뉴이스트, 세븐틴, 결경, 예하나, 성연, 계범주, 그리고 빌리프랩 산하의 그룹인 ENHYPEN 등이 있다.

한편, 빅히트의 성공에는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과 여러 투자자들의 선택도 한몫을 했다.

현재 주목받는 게임업체 넷마블은 방 대표 다음으로 빅히트의 2대 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 2년 만에 600% 성장 돌파

빅히트는 2016년 360억 원 매출을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110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에는 162%가 증가한 924억 원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영업이익도 214% 오른 325억 원을 거둬들였다.

이듬해인 2018년에 빅히트는 말 그대로 BTS를 앞세워 폭발적인 ‘대히트’를 쳤다. 

매출액 2142억 원, 영업이익 641억 원, 당기순이익 502억 원을 달성하며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이후 2019년에는 두 배의 매출이익을 달성했다.

빅히트는 이제 명실공히 3대 엔터테인먼트사에 버금가는 규모로 컸다는 게 업계 공론이다.

올 초 진행된 ‘상반기 빅히트 설명회’에서 자체 목표로 △신사옥 내 팬들만을 위한 단독 공간 △플레이존을 월드투어로 확대 △MD 구매 현지 배송 시스템 구축 △공연 도시에 ‘투어 빌리지’ 조성 △스투피시와의 협업 △외국인 팬들만을 위한 한국어 교육 콘텐츠 개설 △투모로바이투게더의 첫 월드투어와 상반기 앨범 발매 확정 △BTS를 테마로 한 게임과 드라마를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다양한 비전이 제시됐다.

이외에도 보이그룹인 세븐틴을 빅히트에서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위버스에 입점시킬 계획이며, 2022년 빌리프랩에서 보이그룹을, 쏘스뮤직에서는 걸그룹을 새롭게 데뷔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TOP100 1위에 오른 다이너마이트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시스

◇ 빅히트 대박 주역은 역시 ‘BTS’

2013년 빅히트를 통해 데뷔한 BTS는 그야말로 회사와 성장을 같이 해왔다.

데뷔 후 2014년부터 차츰 국내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2016년 <WINGS> 앨범 히트와 동시에 연예계 돌풍을 불러일으키며 팬덤을 단박에 끌어모았다.

이후 2017년 BBMAs 초청, 빌보드 차트 인, AMAs 공연을 진행하며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이때부터 BTS는 자타공인 글로벌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빅히트도 이를 고속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JYP에서 독립할 당시 빅히트는 회사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으며, 거의 한 팀의 아티스트로만 굴러가는 매니지먼트사로 인식됐다.

한동안 방시혁 대표는 JYP에서 프로듀서 일을 병행했고 박진영과의 관계를 돈독히 이어왔지만, 사실상 하위 그룹사로 여겨질 정도로 그 존재감은 미약했다는 후문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빅히트는 현재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 남미, 중동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BTS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글로벌 슈퍼스타를 키워낸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널리 이름을 알리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