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KDB인베 손 잡고 두산인프라 매각戰 참여
‘이해 상충’ 논란에도 산은 “독립된 계열사” 해명만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으로부터 빌린 3조6000억 원의 채무 상환을 위해 매각이 진행 중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전에 산업은행 계열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현대중공업그룹의 재무적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이해상충’ 논란이 일고 있다. ⓒ 민주신문DB

산업은행이 파는 매물에 산업은행 계열사가 돈을 댄다?

금융투자업계가 산업은행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과 관련해 산업은행 행보가 과거와 달리 묘하기 때문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현재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진행 중이다. 두산그룹이 핵심계열사로 분류됐던 두산인프라코어를 매물로 내놓은 것은 유동성 위기 때문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산그룹은 산업은행으로부터 3조60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받아 급한 불을 끈 뒤,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채무를 해결 중이다. 

논란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전에 산업은행 계열사가 현대중공업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는 점이다. 

바로 KDB인베스트먼트다. 

사실상 산업은행의 돈을 갚기 위해 매물로 등장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전에 다시 산업은행이 개입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 두 달 만에 말 바꾼 현대중공업그룹

업계에 따르면 당초 현대중공업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전에 큰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금융투자업계에서 오히려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높게 바라봤다. 

관련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기계부문을 보유하고 있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시장점유율 확대까지 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력한 후보로 점쳤다.  

시장의 기대감이 형성되자 현대중공업그룹은 결국 지난 8월 7일 공식적 입장을 내놨다. 거래소 공시를 통해 분명하게 ‘인수를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그룹의 이 같은 입장은 두 달도 안돼 180도 바뀌었다. 

9월 28일 공시를 통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예비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그룹은 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이란 제재 조치를 받기도 했다. 

 

◇ 구조조정 한다더니 사익 추구하나

금융권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결정적 변수로 KDB인베스트먼트를 지목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계열사인 KDB인베스트는 재무적 투자자로 현대중공업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의 이 같은 의혹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논란이 돼 결국 인수합병 자체가 무산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론스타는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했다.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인수전 참여 자체를 포기한 바 있다. 당시 대한통운의 주채권은행은 외환은행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대한통운은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다가 다시 CJ그룹의 가족이 됐다. 

금융권의 논란에 산업은행은 “KDB인베스트는 계열사이지만, 구조조정을 위한 독립적인 회사”라며 산업은행의 의사와는 관련이 없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산업은행과 KDB인베스트는 지분관계가 얽혀 있고, 구성원들 역시 모두 산은 출신”이라며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만든 세금을 투입해 만든 회사의 계열사가 사익을 추구하는 M&A에 공격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누가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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