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반토막’ 속 반전 카드, ‘실리콘 음극재’ 출격 앞둬
사용 시간 늘고 1회 완충 600㎞ 주행도… 테슬라 등 전기차 제조사에 매력적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지난 7월 1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에 위치한 기흥사업장에서 ‘창립 50주년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삼성SDI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꺼낸 화두는 ‘초격차 기술’이다. 

전 사장은 향후 50년도 기술에 최고 가치를 두고, 시장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빼놓지 않고 있다.

전 사장의 이런 초격차 기술 천명은 ‘삼성다운’ 면모로만 보기엔 무리다. 삼성SDI가 미래성장동력인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다. 삼성SDI 입장에서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을 위한 반전 카드가 남아 있는 까닭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SDI가 지난 2015년 10월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실리콘 소재의 음극재가 전기차 배터리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빠르면 내년 상반기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실리콘 카본 나노복합소재(SCN)’다.

SCN은 삼성SDI의 고유 기술로, 실리콘을 이용해 배터리 음극의 용량을 높인 기술이다. 실리콘을 머리카락 두께 수 천분의 1 크기로 나노화 한 뒤 이를 흑연과 혼합해 하나의 물질처럼 복합화했다.

실리콘 카본 나노복합소재 적용 배터리 효율 ⓒ 삼성SDI

◇ SCN 업계 주목받는 이유

SCN이 주목받는 것은 팽창 부작용을 해소하면서도 용량 특성 개선으로 1회 사용 시간을 늘리고, 장수명과 급속충전 특성까지 갖춘 데 있다.

기존 전기차 배터리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으로 구성되고 음극재는 물리적으로 10% 내외로 ‘커졌다 작아졌다’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음극재 주 성분인 ‘흑연’이다. 흑연은 규칙적인 분자 구조를 갖고 있어 리튬이온이 들락거리면서 부피가 커진다. 이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부풀림 현상이 발생한다. 

배터리는 천연 흑연을 사용하지만, 최대한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석유 코크스와 피치 코크스를 전기 저항로에서 2500도로 가열한 인조 흑연을 쓰고 있다.

인조 흑연은 결정화도가 낮아 흑연 결정이 랜덤으로 배열되기 때문에 부피 증가가 낮고 수명도도 좋다. 자연 흑연은 그 반대다.

이 때문에 인조 흑연의 팽창을 막는 것이 전기차 배터리 수명과 사용 시간을 늘리는데 핵심이 된다.

삼성SDI의 SCN 기술은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만큼 흑연이 팽창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성분을 코팅하는 기술로, 실리콘을 음극에서 구조적으로 안정성을 유지해준다.

업계가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업계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도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 개발에 가세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실리콘을 첨가해 기존 흑연 음극재보다 에너지 밀도가 4배 높은 배터리를 개발 중이며, LG화학은 탄소나노튜브(CNT) 도전재를 이용한 실리콘 음극재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SDI ESS 셀 배터리 제품들 ⓒ 삼성SDI

◇ 점유율 하락은 ‘발등의 불’

삼성SDI는 하이니켈 양극과 실리콘 음극을 더한 배터리 실험으로 1회 충전 시 600㎞ 이상 주행 가능한 것을 확인한 상태다. 

이미 원통형 소형 배터리에는 SCN 기술을 적용, 상용화된 상황이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 하락은 꺼야 할 ‘발등의 불’이다. 경쟁업체인 LG화학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체 1위로 우뚝 섰지만, 삼성SDI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한 단계 떨어진 4위에 머무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반토막’ 났다는 데 있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삼성SDI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13.5%였지만 올해 상반기 는 6%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업계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시장 점유율이 1.8%에서 3.9%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그나마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SNE 리서치가 집계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점유율에서 6.4%를 기록한 것은 다행이다.

업계 안팎에서도 전기차 배터리는 주목받는 분야다. 향후 시장 규모가 제2의 반도체’라 불리는 만큼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연 평균 25%씩 성장해 오는 2025년 1600억 달러(약 188조 원)까지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2025년 169조 원 시장으로 예상되는 메모리 반도체보다 큰 규모다.

삼성SDI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먼저 SCN 기술을 적용한 전기차 배터리를 상용화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현재 뛰어든 전고체 배터리 연구에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까닭이다.

아직까지 삼성SDI는 미래성장동력인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선점에 대해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판도가 SCN 전기차 배터리 상용화로 바꿔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현대차, 테슬라, BMW, 폭스바겐, GM 등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전기차 배터리 사양이자 에너지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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