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감독관 실수로 2급 장애인스포츠지도자 특별과정 시험시간 일반인 응시자에 추가로 주어져
두 달이 지나도록 9개 시험 고사장 아직도 조사 중… 공단 측 부실 관리 감독 책임질지도 ‘미지수’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국민체육진흥공단 ⓒ 민주신문 허홍국 기자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불공정 국가 공인 자격증 시험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두 달 전 치러진 ‘2급 장애인스포츠지도자 특별과정’ 일부 시험장에서 시험시간을 준수하지 않아 시험 공정성에 흠집이 났다.

하지만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면서도 재시험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21일 공공기관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4일 전국에서 치러진 2급 장애인스포츠지도자 특별과정 필기시험의 일부 고사장에서 시험시간 준수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일부 시험 응시자들이 규정시간인 20분보다 10~60분간 시험시간을 더 받았다. 이번 시험에서 시간 연장 조치를 받은 응시생은 전국 응시생 1708명 중 167명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으면서 알려졌다.

한국생산성본부 홈페이지 화면 ⓒ 한국생산성본부

◇ 불공정 시험 왜 발생했나

이번 자격증 시험은 일부 감독관의 실수라는 게 관리 고사를 위탁 받은 한국생산성본부의 해명이다.

한국생산성본부는 지난해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주한 2급 장애인스포츠지도자 특별과정 시험관리 고사를 공개 입찰로 따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해당 고사를 주관했다.

올해 시험도 감독관 대상으로 사전에 시험감독 요령을 교육하고 시험관리가 진행됐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대목은 남는다. 지난해 시험관리 경험이 있는 감독관들이 올해 시험시간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이번 문제가 불거진 전국 9개 시험 고사장 중 일부 감독관들은 지난해에도 2급 장애인스포츠지도자 특별과정 시험관리 고사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는 전국 23개 고사장에서 해당 자격증 필기시험이 치러졌다.

한국생산성본부 해명대로라면 지난해 시험감독 경험과 올해 교육 등을 통해 이 같은 문제가 예방돼야 하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생산성본부는 자체 감사 결과 일부 감독관들의 실수로 파악하고 있다. 이 부분도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현재도 이번 불공정 시험과 관련해 조사 중이다.

그러나 시험 응시생들이 국민체육진흥공단에 항의하는 등 문제가 불거진 지 두 달이 지나도록 한국생산성본부가 자체 조사를 끝내지 못하는 것에는 의문이 남는다.

올해 해당 자격증 필기검정은 총 108개 고사실에서 치러졌고, 고사실마다 2명의 감독관이 배치돼도 총 206명에 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에 불공정 시험 논란이 불거진 곳은 전국 9개 시험장에 불과하다. 혜택을 본 응시생 167명의 고사실도 한 고사실마다 20명씩 잡아도 10개 안팎이다.

이 때문에 자체 조사를 느슨하게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생산성본부는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생산성본부 관계자는 지난 18일 <민주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시험 감독관 교육 강화를 통해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시험 위탁한 국민체육진흥공단 책임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국민체육진흥법 제11조, 동법 시행령 제8조, 동법 시행규칙 제4조에 따라 국가 공인 자격증인 장애인스포츠지도사를 검정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장애인스포츠지도사는 장애 유형에 따른 운동방법 등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해당 자격종목에 대해 장애인 대상으로 전문체육이나 생활체육을 지도하는 사람이다.

이번에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2급 장애인스포츠지도자 특별과정 필기시험은 일반과 특별과정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특별과정은 일반인과 장애인 대상으로 치러지는데 특수성을 고려해 장애인에 한해 20분 더 시험시간을 준다.

이번에 불거진 문제점은 시험에 응시한 일반인에게도 시간을 더 줬다는 데에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시험을 위탁한 한국생산성본부에 문책을 요구한 상태다.

이미 한국생산성본부가 선발과정 관리를 대행한 만큼 논란으로 발생한 모든 책임과 부담을 한국생산성본부가 져야한다는 입장도 내놓은 바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측은 2급 장애인스포츠지도자 특별과정 필기시험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지만 재시험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재시험 불가 사유 근거로는 법률 자문 결과 문제가 없고, 시험시간 준수 응시생 합격률보다 시험시간을 추가로 받은 응시생 합격률이 저조한 점, 그리고 산업인력공단 등 유관기관 절대평가 필기시험에서 시험시간 초과를 이유로 재시험을 시행한 사례가 없다는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미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일부 감독관 안내 실수로 시험시간이 더 추가로 주어져 합격한 경우에 대해 외부 로펌에 자문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아 합격 처리한 상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국민체육진흥공단 책임 부분이다. 국가 공인 자격증 필기시험의 불공정성이 불거졌음에도 이를 주관하는 공공기관이 시험을 위탁했다는 것만으로 면책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TV 화면 캡쳐

◇ 사과 없이 중대 문제 인식만

하지만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면서도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향후 시험에서 특별과정과 일반과정 고사장을 분리 운영해 감독관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을 뿐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는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필기시험을)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모습은 경찰청과 사뭇 다른 행보다. 

경찰청은 지난 20일 치러진 2020년 2차 순경 공채 시험에서 문제 사전 유출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경찰청장이 사과하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추후 조사결과가 나오면 부실 관리 감독 책임을 질지도 미지수다.

이미 법적 검토를 끝내 빠져나갈 명분을 만든 만큼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이나 임원이 나서 사과하는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편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사를 통해 “청년들이 기회와 공정의 토대 위에 꿈을 펼치고 도전할 수 있도록 청년 눈높이에서 청년의 마음을 담아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것과도 분명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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