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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윤의 무비 더 카] 인생 로큰롤 영화 <부기나이트>와 머슬카 ‘콜벳 스팅레이’
  • 육동윤 기자
  • 승인 2020.09.1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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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신문=육동윤 기자]

영화 <부기나이트> 포스터 ⓒ 뉴 라인 시네마

누구나 인생에 한 번의 절정기는 있다고 한다. 

그 한 번의 피크가 돋보일 수 있는 이유는 그렇지 않았던 시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1997년 작 <부기나이트>다. 

‘에디 아담스(마크 월버그 분)’라는 한 스타의 성공을 상징했던 1977 콜벳 스팅레이 쿠페 모델이 주인공이다.

영화 <부기나이트>는 1970년대 미국의 한 포르노 스타의 이야기를 그렸다. 필름 매체에서 VHC 매체로 전환되어 가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적응해야 할 수밖에 없었던 포르노 산업의 과도기가 배경이 됐다.

감독은 왜 하필 포르노라는 주제를 선택했을까?

앤더슨 감독은 비주류 야기를 주류의 세계로 끌어내는 힘이 있다. 비록 그의 의도대로 됐는지 단언할 수 없지만, 그 느낌이 어떤지는 역대 작품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앤더슨 감독의 처녀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1993년 작 <담배와 커피>(Coffee and Cigarettes)가 그의 세계를 대변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세 편의 단편영화로 구성된 <담배와 커피>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주류와 비주류의 소통, 그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매개체로 커피와 담배를 사용했다.

한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은 평범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평범하지 않은 일상의 이야기들을 하며 걱정이 될 정도로 많은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셔댄다. 20년 동안 기억에 남아 있는 장면이다.

배우 캐스팅은 평범하지 않다. 

로베르토 베니니, 케이트 블란쳇, 빌 머레이, 스티븐 라이트가 주연을 맡았고 스티브 부세미, 톰 웨이츠, 앨프리드 몰리나, 톰 웨이츠, 조이 리 등 화려한 조연들이 나왔다. 게다가 이기팝, 잭 화이트 등 유명 뮤지션도 등장했다.

이 작품은 2004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인기상을 받은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부기나이트>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서론이 길었지만, 이번 주제인 <부기나이트>도 <담배와 커피>처럼 비주류의 인생을 그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부기나이트> 주인공 에디는 조금은 모자라 보이는 접시닦이의 보통 인물이다. 그가 특별할 수 있는 이유는 남다른 ‘거시기’ 크기다. 포르노 배우가 되면서 그의 이름은 ‘더크 디글러’가 된다.

미국에서는 간혹 남성미가 넘치는 남자를 가리켜 이 이름을 쓰기도 한다.

배경 설명만 들으면 무척 야할 것 같지만 선정적인 장면들이 나오는 영화가 아니다. 물론 간간히 나오는 노출때문에 19금인데다, 오리지널 무삭제 컷에서는 주인공의 ‘정말’ 거대한 성기가 나오긴 한다.

감동의 정도를 전달하기 위해서였지만, 어쨌든 편집본에서 이 장면은 삭제됐다. 확실히 이 장면이 임팩트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대신, 이 장면은 에디가 여자친구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 “네 거시기는 정말 아름다워”라는 대사로 대변되는 것 같다.

주인공 에디는 거시기 크기 하나로 포르노업계 대스타의 자리에 오르지만 변해가는 환경과 세월 속에서 항상 탑(Top)의 자리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고, 이를 받아들여야 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이러한 인생 줄거리는 극 중 모든 등장인물이 비슷하다. 

한 때 잘 나가는 포르노 여배우였지만 전 남편과의 아이 양육권 문제로 갈등을 겪는 메기(줄리안 무어 분), 동성애를 갖고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스카티(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분), 결혼 후 행복한 삶을 기대하지만 우연한 강도 사건으로 인생의 굴곡을 맛보는 버크(돈 새들 분), 포르노 영화감독의 성공가도를 달리지만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잭(버트 레이놀드 분)이 모두 한 영화 속에서 뒤섞인다.

영화 <부기나이트> 장면 캡쳐 ⓒ 유튜브

더크 디글러로 성공을 거둔 에디가 처음 샀던 것이 수영장이 딸린 대주택과 오렌지색 1977 콜벳 C3 스팅레이 쿠페다.

쉐보레 콜벳 스팅레이는 세대 변화를 통해 지금까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장수 모델이다. 물론, 그때의 디자인과는 다르지만 다이내믹한 스포츠카의 DNA는 아직 이어져 오고 있다.

다만, 머슬카치고는 빠른 세대 변화로 세대별 생명력이 경쟁 모델들에 비해 짧은 것이 사실이다. 한 때의 화려함은 있었지만, 포드의 머스탱처럼 많은 대중에게 긴 시간 사랑받아온 모델은 아니라는 뜻이다.

영화 속 쉐보레 콜벳 C3 스팅레이는 1968년 3세대에서 1975년 페이스 리프트를 거친 모델로 자동으로 올라오는 4구형 헤드램프, 앞이 뾰족한 범퍼 디자인에 플래그 윙 앰블럼은 콜벳만의 아이코닉한 상징으로 남아 있다.

콜벳 C3에는 두 가지 엔진 종류가 있었다. 

촉매 변환기가 달린 V8 형태 ‘ZQ3’ 스몰블록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165마력을 발휘하는 모델과 205마력의 출력을 내는 L82 스몰블록 엔진을 얹은 모델이다.

출력은 4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전달됐고, 0-시속 100km 가속에 7.7초 밖에 걸리지 않는 굉장한 퍼포먼스를 자랑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성능에서도 정통 스포츠카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는 모델이었다.

현 시대 판매 중인 쉐보레 콜벳 스팅레이는 8세대 모델로 차체 중앙에 LT2 V8 6.2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얹고 있으며 최고출력 497마력을 발휘, 0-시속 100km 도달 시간 3초의 강력한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영화 속 1977 콜벳 스팅레이는 주인공 더크의 몰락과 함께 운명을 같이한다.

순탄대로였던 더크에게도 어김없이 힘든 시기가 찾아오고, 유부녀와 바람 피우는 통에 도망치듯 콜벳을 타고 가다 전봇대에 처박히는 지경에 이른다. 앞이 찌그러진 콜벳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아프다.

마약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는 더크는 인생의 바닥을 경험하고 결국, 처음 그를 포르노산업으로 이끌어줬던 잭과 메기에게 찾아와 평온을 되찾는다.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끝난다.

영화 <부기나이트> 장면 캡쳐 ⓒ 유튜브

살짝 번외로 빠지자면, 영화 속에서 감독인 잭 호너를 연기했던 배우 버트 레이놀드는 그의 인생 최고의 작품으로 1976년 작 <스모키 & 버넷>을 꼽는다.

이 영화에는 1977년 폰티악의 화이어버드 트랜스암 모델이 등장한다. 아메리칸 머슬카의 원조라고 볼 수 있다.

블랙 트랜스암을 몰았던 톱스타 버트 레이놀드가 <부기나이트>에서 주인공 더크의 쉐보레 콜벳 스팅레이를 빛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왠지 주인공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두 영화, 두 배우, 두 차의 인생이 모두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은 앤더슨 감독이 의도한 것이냐는 생각도 든다.

안타깝게도 버트 레이놀드는 82세의 나이로 지난 2018년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가 남긴 블랙 트렌스암은 아메리칸 머슬카의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사실 <부기나이트>의 더크가 몰던 차가 블랙 트렌스암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미국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 올라온 1977 화이어버드 블랙 트렌스암 ⓒ 이베이

영화 <리노의 도박사>, <부기나이트>, <매그놀리아>를 모두 20대 젊은 나이에 제작해 내며, 타고난 천재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따랐던 앤더슨 감독이지만, 톰 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단역 출연 이후 흥행 성공작을 만들지 못하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듯한 앤더슨 감독의 이야기도 비슷한 느낌이다.

최근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도 종종 비교되기도 한다.

길든 짧든, 오르막길이 있고 내리막길이 있듯 모두의 인생에는 한 번의 절정기를 갖고 있다는 말은 아마도 진리인 것 같다.

영어 ‘Boogie’는 사전적 의미로 ‘빠른 템포의 리듬 부르스, 혹은 록 음악에 맞춰 격렬하게 춤춘다’는 뜻이다. 특히, 빠른 템포의 저음 영역을 뜻하는 것으로 비주류 인생을 정확하게 표현한 것 같다.

<부기나이트>의 사운드 트랙은 모두 7080 시절의 나이트클럽을 연상시키는 디스코 음악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은근히 즐길 수 있는 곡은 ‘마빈 게이’의 <Got To Give It Up>이다.

이 곡은 영화 전반적인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며, 50년이 넘은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들을 땐 어깨를 들썩거리게 하는 세련된 템포를 갖춘 명곡이라는 생각이다.

육동윤 기자  ydy33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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