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추위, KB금융 차기 회장에 윤종규 회장 단독후보 선정
리딩뱅크 탈환 실적에도 채용비리·셀프연임 논란 꼬리표
KB금융 "사외이사 추천은 제도구조상 불가능" 강력 반박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16일 KB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KB금융그룹 회장 후보로 윤종규 현 회장(사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 KB금융지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선정됐다. 

사실상 3연임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16일 KB금융그룹에 따르면 선우석호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후보로 윤종규 현 회장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오는 11월 20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윤 회장의 차기 회장직 선임안을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의 단독후보 확정 소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신한금융그룹에 내줬던 리딩뱅크의 왕좌를 다시 되찾아왔고, 코로나19 사태와 사모펀드 사태로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KB금융그룹을 잘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윤 회장의 3연임에 대해 반발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최대 이슈였던 '채용비리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한 윤 회장이 KB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선출됐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 윤 회장의 그림자 '채용비리'

KB금융그룹은 지난 8월 28일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회장추천위원회를 통해 차기 회장 후보 4명을 확정 발표했다. 

후보 명단에는 윤 현 회장을 필두로,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 김병호 전 하나금융 부회장이 포함됐다. 

이후 면접과 인터뷰를 거쳐 16일 최종후보자로 윤 회장을 선정했다. 

윤 회장은 25일 자격검증을 거쳐, 11월 주총에서 선임절차가 이뤄질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대체적으로 윤 회장의 3연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여전히 윤 회장의 3연임에 대해 불공정 논란을 제기하는 모습이다. 

선출과정에서의 논란은 둘째치고, 2018년 금융권을 휩쓸었던 채용비리 사태 중심에 윤 회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채용비리 사태에 전격적으로 조사에 나섰던 검찰의 수사기록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368건의 채용비리 사례가 발견되면서 4대금융그룹 중 가장 많은 의혹을 받았다. 특히, 윤 회장이 은행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증손녀를 채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욱 의혹어린 시선이 이어졌다. 

게다가 재판과정에서 구속됐던 인사팀 직원이 "윗선의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내놓기도 했다. 법원 판결문에는 "회장님의 각별한 신경"이란 메모도 등장했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보면 윤 회장은 검찰 수사망에서 벗어났다. 대신 채용 실무를 맡았던 인사팀 내 채용팀장과 부장 등이 징역형과 집행유예 등 실형을 받았다. 국민은행에도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 

KB금융 측은 "윤 회장이 관련된 채용비리 사건의 경우 지검과 고검, 대검에서도 모두 혐의가 없다고 결론내렸다"면서 "채용비리 사건은 윤 회장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 셀프연임 논란도 꾜리표처럼 

'셀프연임' 문제도 논란거리다. 

윤 회장이 선임한 사외이사들이 회추위를 구성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스스로 연임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실제 KB금융그룹은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된 모든 시스템이 사외이사로 구성된 회추위를 통해 진행된다. 현재 회추위에는 선우석호 위원장을 비롯해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7명이 모두 포함돼 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사외이사 선임 과정이다. 사외이사들이 사실상 회추위 위원들이 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는 현재 최명희 위원장과 선우석호 서울대 객원교수, 스튜어트 B. 솔로만 전 메트라이프 회장, 정구환 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주장과 달리 윤 회장이 사외이사 선발에 개입하지 못하는 셈이다. 

그러나 시간을 2년 전으로 돌리면 상황이 달라진다. 

KB금융지주의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윤 회장은 2018년 2월까지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 포함돼 있었다. 당시 윤 회장은 2월8일자로 내규 변경에 따라 후보추천위원회에서 빠졌다. 

이후 3월 주총에서 최명희 이사를 비롯해 정구환 이사 등이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게다가 올해 8월 공개된 KB금융지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는 최명희 위원장을 비롯해 선우석호 이사, 솔로만 이사, 정구환 이사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4명의 사외이사들은 모두 올 3월 재선임됐다. 

즉 윤 회장이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에서 빠지고 난 한달뒤에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현재 KB금융의 회추위원들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후보자 선발과정도 어떤 기준으로 진행되는지 알 수 없다. 후보자들의 득점과 순위는 물론, 사외이사들이 어떤 근거와 기준으로 면접과 심사를 진행했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 측은 이에 대해 "평가과정에 대해서는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현 경영진은 사외이사 선발 및 회추위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구조"라고 답했다. 

이어 "사외이사 후보추천 과정은 주주추천→외부펌 서치→이사회 면접 등 3단계로 구성되는데, 윤 회장의 경우 2018년 2월5일 이사회가 열리기 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빠졌다"면서 "최종 단계 전에 사외이사 후보들을 볼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윤 회장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이들로 사외이사를 구성했다는 의혹은 사실과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 금융당국, 제도개선 약속만

금융당국은 윤 회장 경우처럼 금융사 수장의 연임이 이슈가 될 때마다 제도 개선에 착수하겠다는 약속만 남발하고 있다. 

민간기업인만큼 감독기관이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셀프 연임 논란에 대해서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제출해 적절한 민간 인사가 되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기도 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