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함과 실용성 초점 맞춘 개성 강한 차량 특성
괜찮은 품질과 장비, 주행 질감은 호불호 갈릴 듯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야간에 촬영된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2.0 BlueHDi 샤인 트림 모델 정측면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바야흐로 자동차 시장에 SUV 시대가 찾아왔다.

왜? 

대다수는 실용적이면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고 확 트인 시야로 운전이 수월하다는 이유를 꼽는다.

게다가 이 시대 SUV는 이런 점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키가 높은 차들의 가장 큰 단점이었던 승차감을 보완하기 위해 획기적인 기술들을 속속들이 내놓고 있다. 

시트로엥의 경우 SUV 컴포트의 혁신을 이루려는 시도로 ‘어드벤스드 컴포트’라는 패키지를 내놨다.

승용차에 버금가는, 아니 이보다 더 편안할 수 있다는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를 시승해 봤다.

◇ 약속지킨 승차감, 실용성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락함? 인정한다.

질감이 고급지지는 않지만 15mm의 고밀도 폼을 집어넣어 안락함을 추구했다는 시트는 그들이 설명한대로 편안한 쇼파에 앉은 듯한 느낌이다.

시승 전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라 뒷좌석부터 앉아봤다. 첫 인상에서 공간이 다소 좁아 보이지만 실제 타보면 그다지 갑갑하지 않다. 앞뒤 모든 시트가 가볍게 탑승자의 등짝을 받쳐주는 느낌이다.

하지만 ‘비교적’이라는 말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안락함의 대명사로 꼽히는 그랜저 ‘모범택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2열 공간이 좁아 보이는 이유는 적재 공간 활용을 위해 리클라이닝과 슬라이딩 기능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다용도성이 돋보이는 이 시트는 탑승자보다 짐이 많을 때 앞으로 당기고 반대의 경우 뒤로 밀어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널찍한 파노라믹 선루프도 밝은 실내 분위기에 일조했다.

다만, 2열의 실제 머리 공간은 조금 좁고 시트 포지션은 높은 편이다.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2.0 BlueHDi 샤인 트림 모델 실내 모습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 만족스러운 인테리어와 괜찮은 사용자 편의성

앞 좌석에서도 공간의 부족함은 없다. 

상하좌우로 군더더기 없이 잘 짜인 배열과 독창적인 디자인도 마음에 쏙 든다.

시트 포지션의 조절 범위가 꽤나 넓다. 신장이 크든 작든 원하는 만큼의 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수납공간도 많고 넓다. 에어콘 바람이 들어가는 깊은 센터콘솔, 2리터 생수병도 들어가는 사이드 포켓, 동전이나 카드을 위한 공간 등이다. 게다가 센터페시아 아래쪽 공간에는 무선충전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스마트폰을 툭던져 놓으면 알아서 충전도 된다.

경쟁 모델들보다는 다소 작아 보이는 인포테인먼트 터치스크린이지만 반사광이 없는 표면에 깔끔하고 세련된 시스템 UI가 적용돼 있어 사용하는 맛이 난다.

스티어링휠 뒤편으로 보이는 클러스터 디스플레이 또한, 다각형의 외곽 라인에 여백 없이 꼭 맞춘 모양새가 완벽에 가깝다. 이 역시 무광에 필요한 정보들만 보여주는 구성이다.

다만, 사용 방법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터치스크린과 물리적 버튼을 함께 사용해야 하는 공조 장치는 최신 프렌치 트렌드일지 몰라도 사용 편의성에서는 최악이다. 이 부분은 XM3에서도 지적했던 것이다. 물리적 버튼을 누르고 터치스크린을 통해 온도 조절을 해야 한다.

굳이 이런 사용 방법에 불편함이 없다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C5 에어크로스의 인테리어는 실용적으로도 미관상으로도 충분히 훌륭하기 때문이다.

사실 옵션의 내비게이션도 지적 사항이긴 하지만 유선으로 연동하는 애플 카플레이어의 인터페이스가 보기에도 사용하기에도 좋아 이해하기로 했다.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2.0 BlueHDi 샤인 트림 모델 애플 카플레이 화면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 호불호 갈릴 듯한 주행 느낌

주행 느낌은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하려고 했는지 전반적인 가속 페달 감도는 다소 가볍고 민감한 편이다.

출발 시 토크감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스톱·스타트 기능의 영향은 아니다. 디젤 엔진치고는 다소 얌전한 출발이다.

하지만 초기 가속을 떠나 일단 가속이 붙으면 제원상의 토크를 체감할 수 있다. 그런데 민감한 세팅은 고속까지 이어져 스로틀을 활짝 열어볼 기회를 잘 주지 않는다.

스포츠 모드와 에코 모드가 있지만, 별반 차이가 없다. 물론 예민한 운전자라면 눈치채겠지만, 일반 운전자들에게는 굳이 필요 없는 기능이다.

고속에서 가속감이 더 좋은데, 브레이킹의 민감도만 잘 어울린다면 소위 말하는 ‘칼질’에도 훌륭히 적응할 것 같은 세팅이다.

스티어링의 무게감도 적정 수준이며, 실내 소음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부드러우면서도 조용하고 가볍지만은 않은.

하지만 언밸런스한 브레이킹 세팅 때문인지 주행에 꿀렁거림이 다소 거슬렸다. 가속을 시작했다면 생각보다는 빨리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려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특히, 조수석 탑승자는 약간의 멀미를 감수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전반적인 주행 세팅에 좀 더 무게감이 있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교정된 디젤 토크 질감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대신 정속 주행의 질감은 만족스러웠다. 시트로엥이 자랑하는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 서스펜션’ 덕분인지 자잘한 노면의 진동은 대부분 잡아냈다. 

승차감에 플러스 되는 요인이다. 큰 요철을 만날 때면 충격감이 다소 있지만 크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트렌드에 맞춰 구성된 안전·편의 장비들은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무난하고 나름 잘 갖춰져 있다. 사용에도 불편함은 없을 것 같다.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2.0 BlueHDi 샤인 트림 모델 디지털 클러스터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 가격, 가성비, 우리 결론은?

시트로엥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다. 

르노와 푸조도 매우 독창적인, 실험적인 시도가 많다. 다르게 해석하면 이해의 범위가 매우 넓다고도 볼 수 있다. 다양한 개성을 모두 존중한다는 뜻이다.

반면, 우리에게 프렌치 오토 메이커들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비교를 거부하는 내·외관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마치 “우리 사전엔 벤치마크는 없다”라고 외치듯 시트로엥은 천편일률적인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를 받아들이지 않고 독보적인 길을 걷고 있다.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도 마찬가지다. 국산차에 익숙한 동승자가 시승차를 보고 처음 보였던 반응은 말 그대로 ‘이해불가’였다. 물론, 그의 판단에는 바닥을 치는 가성비도 따라붙었다. 참고로 시승차는 4729만 원짜리 2.0 BlueHDi 최고급 샤인 트림 모델이다.  

하지만 만약 그가 프렌치 문화를 이해한다면 혹은, 동경한다면 여기에 약간의 프리미엄을 더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시승 후 문뜩 든 생각이다. 

3류 영화 흥행보증 ‘프렌치 영화’나 파리지엥의 파격적이고 혁신적 '패션 트렌드’처럼 머리론 이해할 수 없지만, 마음으론 이해할 수 있는 차가 바로 이런 차가 아닐까? 

여기에 희소성이라는 양념을 친다면 더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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