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장, 가스차 곧 앞지를 듯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서는 원가 절감 필수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내 기업 협력 중요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 뉴시스

코로나 시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산업군 중 하나로 배터리가 꼽히고 있다.

글로벌 경쟁 업체들이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국내 배터리 ‘빅3’라고 불리는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모두 지난해 동기 대비 올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라는 것이 공론이다.

특히,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인 전기차 배터리는 시장 규모가 남다르므로 업계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행보가 글로벌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 글로벌 배터리 업체 현황

현재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로는 단연 LG화학이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뒤를 이어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바라볼 때 실질적인 배터리 빅3엔 중국의 CATL, 일본의 파나소닉이 들어간다.

SNE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배터리 사용량 누적 기준은 LG화학이 25.1%로 1위를 차지했고 CATL과 파나소닉이 각각 23.8%, 18.9%를 기록하며 2, 3위를 차지했다. 삼성 SDI와 SK이노베이션은 6.4%, 4.1%로 4위와 6위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한·중·일 3국의 전기차 배터리 승부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초박빙 양상이며, R&D 투자를 통한 기술 선점이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LG화학은 최근 자사의 리튬황 배터리를 탑재한 무인기로 국내 최초 최고 고도 비행테스트에 성공하며 차세대 배터리 기술력을 입증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CATL과 일본의 파나소닉도 전고체 배터리와 나트륨 이온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 앞 ⓒ 뉴시스

◇ 전기차 동향에 따른 배터리 수요 예측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는 95만76대로, 전체 자동차 시장의 약 2.7% 정도다. 

글로벌 전기차 동향을 조사하는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가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전기차 시장은 최대 절반 이상 점유율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부적으로는 2023년 7%, 2025년 10%, 2030년 28%, 2040년에는 58%에 이른다는 것이다.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것에 따라 배터리 시장의 미래 수요도 예측해볼 수 있다. 

조사 기관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의 판매량을 앞지르는 시점을 2036년으로 바라봤다. 이때까지 배터리 수요가 지금보다 약 18배 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계산해볼 수 있다.

WTO 국가들은 물론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환경규제 정책을 내세워 내연기관 차들의 점유율을 낮추는 추세다. 배터리 가격도 동결, 혹은 낮추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다만, 자동차 업계 성장 속도가 변수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자동차 전문가들은 향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을 염려하고 있다.

 

◇ 전기차 경쟁력 핵심은 원가 절감

전체 자동차 시장의 침체기를 예상하고 자동차 업체들은 대안책으로 전기차를 바라본다.

하지만 전기차 대중화를 향해 가고 있는 지금 가장 핵심 사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원가 절감이다.

원가 절감을 가장 큰 폭으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배터리 부문이다.

배터리 원가는 지난 수년간만 따져 봐도 많이 절감된 상황이다. 

SNE 리서치에 따르면 배터리 원가는 2010년 kWh당 1000달러에서 2016년 227달러로 대폭 감소했고, 이를 통해 160% 판매 성장률을 이뤄냈다.

하지만 전기차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 없이 현재 판매되고 있는 내연기관 차들과의 가격 경쟁이 이뤄져야 대중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도 배터리 업체 의존도를 벗어나 자체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BMW와 폭스바겐 등이 배터리 셀 독자 개발에 들어갔다. 

비슷한 경우로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합작해 기가 팩토리를 세우고 공급 수직 일체화를 통해 배터리 원가를 낮췄으며, 제너럴모터스(GM)는 LG화학과 합작사를 세웠지만 배터리 개발 주도권을 잡고 나섰다.

이들 완성차 업체는 당장은 합작사나 공급사를 통해 배터리를 공급받지만 향후 5년 내 독자 개발한 배터리를 내놓을 전망이다.

특히, 테슬라는 오는 22일 자사의 새로운 배터리 기술을 발표할 ‘배터리 데이’ 개최를 앞두고 있다. 

배터리 핵심 기술 및 생산 전략에 대해 발표할 예정인데, 전기차 시장의 전반적 분위기는 이날 테슬라 발표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대표 ⓒ 뉴시스

◇ 플랫폼 개발도 하나의 변수

하지만 현대차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나 전기차 배터리 협력 방안을 본격 논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빅3와 강력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업계는 물론, 해외에서도 정 수석부회장의 회동으로 인해 업계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를 배터리의 영향으로만 볼 수는 없다.

최근 현대차 주가가 오른 데에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전용 브랜드인 ‘아이오닉’을 발표하며 현대차가 자체 개발하는 E-GMP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이 바탕이 됐다. 

생산효율을 높이고 생산능력도 향상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플랫폼의 핵심이다. 게다가 가격면에서도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유효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 플랫폼을 자체 개발했던 테슬라·폭스바겐에 이어 자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가진 회사로 거듭나면서 배터리 선점에만 우위를 갖춘다면, 언제든지 리딩 컴퍼니로 거듭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현대차는 현재 테슬라, 르노-닛산, 폭스바겐에 이어 4위를 선점하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56만대를 판매하고 시장 3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정했으며, 대부분은 이 목표가 이뤄질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내 기업은 기회

자동차와 배터리는 기술력에 따라 제작 소요 비용이라든지, 혹은 고객이 선호하는 제품 판매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공급업체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기업의 사활이 걸릴 수도 있다.

특히, 지금같이 코로나19 위기가 경제 전반을 강타하면서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하고 있는 시점에서 시장 분위기는 국내 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기 적절하게 현대차그룹이 아이오닉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출범하고, LG화학이 지난해 글로벌 배터리 생산업체 중 4위에서 올해 1위를 기록한 것도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LG화학이나 삼성SDI는 그들을 위한 새로운 전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면 이들 기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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