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금리에 외부 자문 없이 전체 기금 10% 이상 부었다가 원금 손실 직면
선택 가능 옵션 두 가지… 금감원 조사결과 나와도 NH증권과 소송 ‘불가피’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한국농어촌공사 본사 전경 ⓒ 뉴시스

한국농어촌공사가 옵티머스 펀드 투자로 30억 원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아직까지 확정 손실은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NH투자증권 대상으로 민사소송이 불가피하다.

농어촌공사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조사 결과 라임 펀드 같은 사례로 판명되면 투자한 기금 전액을 NH투자증권으로부터 받을 수 있지만, 그 반대인 경우 민사 소송으로 가야하는 처지다.

11일 공공기관 업계에 따르면 농어촌공사는 올 초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투자한 옵티머스 펀드의 환매가 중단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20년간 출자로 조성된 사내근로복지기금 245억 원 중 30억 원이 증발될 처지에 놓인 것. 이는 전체 기금의 12.24%다.

농어촌공사는 지난 1월 옵티머스 펀드 34호에 10억 원과 40호에 20억 원을 각각 부었다. 두 펀드 모두 일정대로라면 지난 6월 상환해야 하는 것이지만, 옵티머스운용사의 사기 행각이 드러나면서 환매가 중단된 상태다.

 

◇ 왜 펀드 투자했나

농어촌공사는 올해 초 비영리 법인인 사내복지기금 이사회에서 옵티머스 펀드 투자를 결정했다.

현 저금리 시대 2.8%라는 높은 금리를 제안해 투자를 선택했다는 게 농어촌공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국내 내로라는 증권사 중 한 곳인 NH투자증권이 제안한 펀드인 만큼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농어촌공사 사내근로복지기금 운용에 펀드 등 투자를 제안한 곳은 농협, 미래에셋대우, 교보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7곳이었다.

투자는 농어촌공사 노동조합 복지실장과 사무처장, 사내 재무부장과 노사협력부장 등으로 구성된 사내복지기금 이사회에서 논의를 거쳐 이뤄졌다.

기준은 안정적이면서 수익성 높은 상품이었다. NH투자증권은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기반을 둔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하면 연 2.8%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복지기금 이사회는 비영리 법인으로 농어촌공사 이사회와는 별도 법인이다. 

이 이사회는 사내근로복지기금법에 따라 세전 순이익의 5%로 적립된 사내근로복지기금 운영을 맡고 있다. 사내복지기금은 임금 외 기타 근로조건에 부가해 근로자 실질소득을 증대시키고, 근로 의욕과 노사 공동체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기업이익 일부를 기금으로 출연해 후생복지혜택을 보장하는 제도 중 하나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사내복지기금 이사회에서 전체 기금의 10% 넘는 금액을 펀드로 투자하기 전 외부 자문을 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외적인 공신력에만 의존한 투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 전경 ⓒ 민주신문 허홍국 기자

◇ 30억 기금 향방은? 

펀드에 투자된 30억 원 규모의 사내근로복지기금 향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농어촌공사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며 향후 대응을 준비 중이다.

현재 농어촌공사가 맞닥뜨릴 수 있는 옵션은 두 가지다. 

금감원 분조위 조사 결과 라임 펀드와 같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로 인정되면 전액 배상을, 이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아 펀드 공모가 취소되지 않으면 판매사인 NH투자증권 대상으로 민사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다.

첫 번째 옵션처럼 금감원 분조위 조사결과가 나와도 NH투자증권이 이를 다 수용하지 않으면 이 역시 소송을 거쳐야 한다.

NH투자증권이 금감원 분조위 결정을 꼭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쟁점은 과실 비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소송에서 과실 비율만큼 농어촌공사가 사내근로복지기금의 손실을 봐야 한다. 물론 NH투자증권이 전액 배상을 받아들이면 달라진다.

두 번째 옵션도 손실이 불가피하다. 최종적으로 소송에서 패소하면 30억 원의 기금은 손실 처리되고, 일부 승소라도 피해 보기는 마찬가지다.

 

◇ 농어촌공사 “사기 당했다”

농어촌공사는 펀드 사기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10일 <민주신문>과의 통화에서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 펀드라 투자했다”며 “우리도 사기를 당했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가 투자한 펀드를 운용했던 옵티머스자산운용사는 지난 7월 투자처를 속여 펀드 자금 수천억 원을 끌어 모은 혐의로 김재현 대표이사 등 관계자 3명이 구속된 상태다.

이들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홍보해 수천억 원을 모아 대부업체 및 부동산컨설팅 회사 등의 부실 사모펀드에 투자한 혐의로 영어의 몸이 됐다.

만기가 도래됐지만 환매가 중단된 옵티머스 펀드 투자금 규모는 지난 7월 기준으로 1000억 원이 넘는다.

더 큰 문제는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펀드 설정 잔액 규모가 5172억 원이었다는 점이다. 

이 펀드 규모를 감안하면 피해는 수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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