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파워트레인 부족하지 않지만 기대 못미쳐
가성비·럭셔리 공존하는 실내 공간 갈피 잡기 힘들어
퇴색돼 가는 볼보 ‘안전’, 국내 마케팅은 재고 필요할 듯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페이스리프트 볼보 S90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지금의 볼보는 색이 많이 달라졌다. 

‘안전’의 대명사로 꼽혔던 볼보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판이다.

물론 볼보는 안전을 버리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볼보의 기본 원칙은 안전이며, 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볼보 창시자 구스타프 라르손의 말도 아직 인용하고 있다.

볼보가 안전에 소홀해졌다는 말이 아니다. 시대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다만, 이번에 출시한 S90을 보면 다소 그 색의 경계가 모호하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지난 8일부터 기자단 대상으로 럭셔리 세단인 S90 신형 모델 시승회를 진행했다.

별다를 것 없는 시승행사지만 코로나 확산 우려로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그리고 여느 때와는 달리 제품에 대한 자신감도 엿보였다.

시승 여정은 서울 여의도에 있는 서울 마리나 클럽에서 인천 네스트 호텔까지 다녀오는 것으로 짜여졌다.

볼보 S90 정측면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 전동화로 전환된 엔진은?

시승차로 준비된 신형 S90는 ‘B5’ 배지를 달고 있다. 

B5는 전 차종을 친환경 자동차로 바꾸겠다는 볼보 계획의 일부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이 결합된 2.0리터 가솔린 엔진을 뜻하기도 한다.

기존 T5 엔진이 탑재되던 모델은 모두 B5가 대체하게 된다.

이렇게 우람한 덩치에 2.0리터 가솔린 치고는 초반 가속이 제법 매끄럽다.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출발 가속력을 지원한다는 데 힌트가 있다.

다만, MHEV가 개입하지 않는 고속 영역에 이르면 토크감이 부족하다. 다소 거칠다는 스포츠 모드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소리만 요란할 뿐 치고 나가는 느낌은 무디다. BMW 520i, 벤츠 E250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신형 S90는 B5 이외 ‘T8’ 모델로도 나온다. T8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이다. 같은 배기량 엔진이지만 보다 큰 고용량의 배터리가 들어가 전기 동력만으로도 주행할 수 있다.

하지만 배터리는 차체 무게를 늘리는 주범이다. 참고로 S90 B5는 경쟁 모델들보다 약 200kg이 더 무겁고, T8은 무려 500kg 가까이 더 무겁다. 다만, T8은 사륜구동 시스템을 갖췄다는 게 위안이 된다.

이번 시승차는 정확히 B5 인스크립션 트림 모델이다. 앞바퀴굴림이며 19인치 피렐리 타이어를 신었다.

제동력은 충분하지만, 차체 무게를 감당하기 힘든지 젖은 노면에서는 뒷바퀴 쪽에 약간의 슬립도 있었다.

볼보 S90 실내 전면(위), 2열 공간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 차체 키우기의 효과는?

이번 신형 S90에서 강조된 부분은 친환경 파워트레인과 진정한 럭셔리 세단으로 거듭나기 위해 시도하는 차체 키우기다.

신형 S90는 차체 길이가 5m를 넘었다. 대형 세단에 가깝다. 휠베이스도 이전 모델보다 120mm나 길어져 3m를 넘겼다.

뒷좌석 공간이 확실히 넓어 보인다. 운전석이나 트렁크 공간이 넓어진 건 아니지만, 기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물밑작업(?) 혹은 쇼퍼 드리븐 고객 확보를 위한 선택이다.

실내 곳곳의 소재들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도어와 일부 페시아에 적용된 친근한 우드 재질 패널,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브랜드 바워스&윌킨스 로고가 새겨진 스피커들, 거대한 세로형 디스플레이 양쪽에 있는 압도적 크기의 송풍구, 이를 감싸 안은 크롬 프레임이 모두 고급스러움과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용된 크롬은 중후한 멋에 어울리지 않는다. 디자이너들 의도는 더욱 젊은 세대의 CEO들을 겨냥했을 것이다.

넓어진 실내 공간과 파노라믹 선루프 등으로 밝아진 분위기 때문인지 실제로 뒷좌석에 앉아보면, 돋보기를 들고 신문을 보는 낡은 수트의 회장님을 상상하기 힘들다.

볼보 S90 시승행사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이만식 볼보자동차코리아 세일즈&마케팅 전무 이사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 프리미엄을 겨냥한 볼보차 전략은?

볼보는 S90 라이벌로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를 지목했다. 

제네시스 G80도 대열에 끼워줬다.

이런 라이벌 지목은 프리미엄 반열에 오르기 위함이다.

하지만 가성비를 바탕으로 한 ‘럭셔리’로 비교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다. 가격과 크기, 소재만으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그 동안의 발자취가 너무나 다르다.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자동차 업계에서는 아직 그들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미국 월가에서 ‘거품’을 들먹여가며 떠드는 이유도 다 이 때문일 것이다.

볼보도 마찬가지다. 중국 지리자동차의 지원을 통해 신생 브랜드처럼 다시 급성장하고 있지만, 그동안 지켜왔던 이미지들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점을 보면 재규어랜드로버는 한편으론 방향성을 제대로 잡은 거 같다. 어차피 흉내 낼 수 없다면, 이미 가지고 있는 장점을 부각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니까. 

제네시스는? 역시 애매모호 하다.

 

◇ 국내 마케팅 전략은 재고 필요할 듯

S90 홍보대사로 월드 스타 손흥민이 발탁됐다. 

이번 시승행사도 그렇고 TV 등 다양한 광고도 그렇고, 마케팅 비용 씀씀이가 제법 있어 보인다.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돈 좀 쓴 만큼 실적도 따라줘야 할 터다. 

다행히 볼보차코리아는 이미 3200대를 판매했고, 물량을 맞추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는 후문이다.

가성비를 내세우며 판촉을 한 데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가성비에 대한 부분은 세밀하게 따지고 봐야 할 일이다.

게다가 브랜드에는 XC90 모델이 더 높은 위치에서 럭셔리 포지션을 굳게 지키고 있다.

차체 크기만 키우고 소재만 좋은 것 썼다고 프리미엄이 되는 게 아니다. 그것은 럭셔리에 가까운 말이다. 

그런데 럭셔리를 운운하며 가성비를 따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볼보차코리아가 라이벌로 삼은 ‘프리미엄’은 제품을 뜻하는 게 아니라 만드는 사람들의 노력과 노하우에 붙는 가치다.

볼보도 나름대로의 프리미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안전’이지 않을까. 

그 부분을 살려 독일 라이벌들과 경쟁하는 게 옳다고 본다.

사실 이 차가 중국 생산이라는 데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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