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인터넷은행들에 ‘신용대출 급증’ 경고성 메시지
자산 규모 24조4000억 카카오뱅크, 신용대출 잔액은 시중은행과 비슷해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금융당국이 8일 신용대출 급증과 관련 인터넷은행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자 카카오뱅크 등이 주목받고 있다. ⓒ 뉴시스

“과도한 신용대출이 경제 위험 요인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 관리 노력을 지속하겠다”

금융당국이 급격하게 늘어난 신용대출에 제동을 걸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늘어나는 신용대출에 대해 “관리가 필요하다”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최근 신용대출의 급격한 상승이 은행들의 경쟁 탓이란 뉘앙스를 내비치면서 사실상 금융권에 대한 경고를 내렸다는 게 업계 평가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경고가 나오자 은행권에선 인터넷은행들을 주목하고 있다. 

자산 규모가 아직 적은데다 인터넷은행들의 신용대출 잔액이 시중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직장인 신용대출을 선보이며 출범과 함께 돌풍을 일으켰던 카카오뱅크에 시선이 주목되고 있다. 

 

◇ 사상 최초 은행권에 직접 경고

금융당국은 지난 8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열고 신용대출과 관련한 경고 메시지를 내비쳤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가계 신용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신용대출 부분을 집중 지적했다. 

실제 지난 7월 은행권의 ‘가계 기타대출’ 잔액을 보면 전월 대비 3조7000억 원이 늘어났다. 7월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이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들의 8월 개인 신용대출 역시 4조755억 원이 증가했다. 

손 부위원장은 이 같은 신용대출 급증에 대해 “용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생계자금, 사업자금 수요 증가와 함께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의 자금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동시에 은행권을 향해 강력한 경고성 발언도 내놓았다. 

손 부위원장은 “인터넷은행들의 적극적인 영업 경쟁도 신용대출 증가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신용대출 증가가 은행권의 대출 실적 경쟁에서 기인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에게 신용대출 과정을 살펴보겠다는 강력한 경고를 날린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 수장 중 한 명인 손 부위원장의 발언에 화들짝 놀라는 분위기다. 

과거 ‘대출 수요’와 관련한 경고성 발언이 있었던 적은 있지만, ‘공급기관’을 겨냥한 발언은 사상 최초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금리 인하 등 과도한 요인을 제공해 대출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용대출 잔량이 급격하게 증가한 인터넷은행들 입장에서는 서슬퍼런 소리로 들릴 것”이라고 해석했다. 

 

◇ 자산은 10배, 신용대출 규모는 비슷?

은행권 역시 금융당국의 강력한 경고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의 경우 손 부위원장의 발언에 놀라는 모습이다. 

실제 금융당국 지적처럼 신용대출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출범과 함께 ‘직장인 신용대출’을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켰던 카카오뱅크는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출범 3년도 지나지 않아 신용대출 잔액만 15조 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 8월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4조7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잔액이 12조5000억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5% 이상 증가했다. 출범 첫 해였던 2017년 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이 4조6000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년만에 무려 10조 원 이상 신용대출 잔액이 늘어난 셈이다. 

사실 신용대출 잔액은 카카오뱅크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 역시 지난 8월 말 기준 124조3000억 원에 달하며 전년 동기(109조9000억 원) 대비 13% 증가했다. 

그러나 5대 시중은행의 자산규모가 350조에서 450조 원대를 바라본다는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규모는 과도하는 지적이 은행권에서 제기된다. 

카카오뱅크의 상반기 기준 자산 규모는 24조4000억 원대다. 

9일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등 비주택담보 개인대출 부문의 시장점유율은 5%대로 6개 지방은행을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이라며 “인터넷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시장을 잠식하면서 기존 은행들 역시 신용대출 한도를 늘리고 금리를 낮추는 등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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