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추석 성수기 노린 프로모션 매년 해오던 것과 차별성 없어
업계 올 명절 특수 기대하기 힘들 듯… 급하지 않으면 구매 시기 늦춰야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르노삼성 더 뉴 QM6 LPe ⓒ 르노삼성자동차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가 장기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경제 전반에 보다 스마트한 소비가 관심을 끌고 있다.

자동차 구매에서도 코로나 사태가 더욱 장기적으로 진행되면 '비축'의 개념인 할부 조건이 득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부 말만 바꾼 할부 혜택들은 실질적으로 고객에게 큰 혜택으로 와닿지 않는다.

자동차는 부동산 다음으로 비싼 재화다보니 소비자를 현혹하는 이런 할부 상품들이 유독 활개를 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수입차 업계보다는 국산차 업계에서 더욱 심하다.

 

◇ 초장기 할부 내세운 쉐보레

쉐보레는 슈퍼 초장기 할부를 진행 중이다. 

차종별로 0.5~2.9%의 낮은 금리를 적용하고 최장 72개월의 할부 기간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1125만 원짜리 스파크 LT M/T의 경우 0.5% 금리에 72개월을 할부로 지정하면 월 최저 15만7000원에 구입이 가능하다.

콤보 할부를 선택할 수도 있다. 할인 금액은 엇비슷하다.

우선적으로 120만 원을 할인받고 4.9% 이율에 72개월 할부를 선택하는 경우다. 월 15만9000원의 월 납입금이 계산된다.

월 납입금을 조금 더 감당할 수 있으면 쉐보레가 제공하는 60개월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60개월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월 18만5000원을 내면 된다.

결국 세 가지 할부 프로그램 모두 큰 차이가 없으며, 이 프로모션은 스파크 모델에 한해서만 적용된다. 게다가 무이자 할부를 선택하면 일체 다른 혜택은 받을 수 없다.

 

◇ '잔가 보장' 스마트하게 꾸민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차는 스마트 잔가 보장 할부를 제시했다.

스마트 잔가 보장 할부는 할부금의 일정 금액을 유예해 월 할부금 부담을 줄여주는 상품이다.

할부의 마지막 회차에 현금 상환, 할부 연장 또는 차량 반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기존 잔가 보장 할부 상품과 같지만, 잔가율을 할부금 유예로 말을 바꾼 경우다. 잔가율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고객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할부 유예로 전환하면 결국 초장기 할부와 같다는 말이다.

하지만 어차피 고객이 차량 반납을 결정하면 잔가 보장에 대한 조건은 똑같아진다.

쌍용 티볼리 ⓒ 쌍용자동차

◇ 쌍용차, 할부 선택하면 다른 혜택 없어

쌍용차는 한때 최대 10% 차값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7% 차값 할인, 또는 장기 무이자 할부 및 저금리 할부를 제공한다.

티볼리의 경우 6% 또는 3% 할인에 기프트패키지를 선택하거나 무이자 60개월 할부, 또는 3.9% 이율에 72개월 할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조건을 내걸었다.

72개월 할부를 선택하면 3.9%의 이율이 적용되지만 차값의 5~7%를 할인해 준다.

예를 들면 만약 3000만 원 가액의 차량 구매에 72개월 할부(3.9% 이율)을 적용하면 할부 총 이자는 340만 원, 7%에 차값 할인 금액은 총 210만 원이 된다.

다른 혜택을 포기하고 받는 할인 금액은 130만 원 정도라는 결론이다. 이는 처음에 말했던 차값 7% 할인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 '아' 다르고 '어' 다른 현대·기아차 판촉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판촉에 집중했다. 

우선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과 아이오닉 일렉트릭에 ‘엘리트 할부 프로모션’을 지정했다.

해당 차종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선수율 제한 없이 최대 55%까지 차량 가격 유예, 최저 1.9% 금리를 적용한다. 중도해지 수수료도 면제되는 전기차 전용 구매 프로그램이다.

현대차는 하루 1만 원만 내면 된다는 점을 어필했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로 하루 1만 원을 내는 조건으로 한다. 차값을 50% 이상 유예하고 저금리를 적용해 진행하는 할부 프로그램이 적용된다.

니로 EV, 쏘울 EV를 구매하는 개인 및 개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며 현대차와 동일한 조건이다.

하지만 하루 만 원, 한 달이면 30만 원이다. 이 정도 할부금은 다른 차량의 할부 조건에서 찾아볼 수 있는 흔한 조건이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이외 일부 차종에서 장기 할부 조건 선택 시 첫 회 할부금을 면제해 주는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프로모션은 일반 금리 4.5~5.0%의 표준형 할부를 이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저금리 할부를 선택하면 한 달 할부금 면제보다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쉐보레 더 뉴 스파크 ⓒ 한국지엠

◇ 식상한 車 할부 상품

셀 수 없이 많은 조건의 할부 상품들은 얼핏 보면 매력적인 조건을 내세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혜택의 차이는 크지 않다. 

매년 진행해 오던 프로모션과도 큰 차이가 없다.

들어간 것이 있으면 빠지는 것이 꼭 생기는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제는 매년, 매월, 매번 말만 바꿔서 내놓는 혜택이 식상하기까지 하다.

최근 들어 업체들의 장기 할부 프로그램이 많아진 데에는 직접적인 할인을 내세우기보다 코로나19 시대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고객 확보를 우선시 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그래도 나름대로 목돈 마련이 어렵다거나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큰 혜택이 될 수 있다는 건 사실이다. 실제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오긴 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사실 가장 매력적인 프로모션은 할부 유예 프로그램이다.

할부 유예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월 납입금을 유예하고 일정 기간 부담 없는 금액의 이자만 내다가 이후 할부 납입을 개시하는 방법이다. 이율이 높지만 않다면 굉장히 매력적인 조건이다.

올해 초 코로나19 특수성으로 일시적으로 대부분 국내 완성차 브랜드가 저가 차량을 대상으로 해당 프로모션을 진행한 바 있다. 쉐보레가 지난 4월 진행한 ‘만 원의 행복’이 가장 대표적이다.

본 프로그램은 내수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측 대안이었지만 회사 차원에서도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해당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곳은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여파가 심각해지고, 정부가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확정지으면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 있을 프로모션이라는 게 일부 의견이다.

추석을 낀 올 9월 국내 완성차 업체들 프로모션은 30만 원 안팎의 귀성길 유류비 할인, 또는 재구매 고객 할인 등 여느 때와는 달리 다소 소극적인 판매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아쉽게도 이마저도 장기 할부 프로그램과는 함께 적용하기 힘들다.

상반기 모든 힘을 다 쏟아낸 업체들이 하반기 다소 소원해진 프로모션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난 7월부터는 정부가 시행하는 개별소비세 인하분도 기존 70%에서 상한제 없이 30%로 삭감됐다.

8일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은 추석이나 설 명절 전후로 자동차 업계는 성수기를 누리지만 올해 경우는 코로나19로 인한 변수가 있고 크게 매력적인 프로모션이 제시되지 않은 이상, 구매 시기를 늦춰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꼭 필요하다면 장기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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