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듣는 간호사는 ‘천사’, 말 안 듣는 의사는 ‘악마’
숨은 의도 놓고 갑론을박… “위험한 메시지” 지적

[민주신문=김현철 기자]

민주신문 김현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하며 그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립니다. 코로나19와 장시간 사투를 벌이며 힘들고 어려울텐데,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시겠습니까?

여기에 더하여, 진료 공백으로 환자들의 불편이 커지면서 비난과 폭언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합니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가중된 업무부담, 감정노동까지 시달려야 하는 간호사분들을 생각하니 매우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지난 폭염 시기,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는 의료진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중략.

간호사 여러분,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이 같은 글이 게시되자마자 수 만개가 넘는 댓글이 폭주했다. 

정치권에서도 난타전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이 직접 썼느니 참모가 썼느니 여야간 설전은 급기야 작성자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통상 문 대통령 메시지는 연설비서관실과 기획비서관실으로부터 나온다. 

4일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글은 청와대 기획비서관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명칭에서 드러나듯 광복절, 3·1절 기념사 같은 메시지는 연설비서관실에서 맡는다. 기획비서관실은 말 그대로 의도와 목적을 가진 기획된 메시지를 내놓는 곳이다. 

이 글이 문제가 되는 건 정부와 의사협회 간 갈등에 간호사를 끌어들여 정부 말을 잘 듣는 간호사 집단은 ‘천사’, 그렇지 않은 의사 집단은 ‘악마’ 프레임을 씌워 갈라치기를 하려 한 의도가 보인다는 것이다.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이 부분에선 섬뜩함을 느낀다. 분열을 조장하려는 흔적이 다분히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는 그동안 좌우이념 대립, 영호남 지역갈등 등 굴곡진 아픈 역사를 안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지역·반공 프레임을 씌워 선거에 이용했다.  

이 시대에 현명한 국민이 이룩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멀게 느껴지지만 이 프레임 선거는 불과 몇 해 전 이야기다.

누구보다 진보계열은 그 분함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을 법하다. 그걸 잘 아는 문 대통령이다. 국가 분열을 잠재우고 화합을 도모해야 할 지도자가 이런 발상을 아직도 갖고 있다면 큰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기획비서관의 순기능을 의도하려 했던 진짜 목적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글을 이해하는 것은 순전히 독자의 몫이다. 그런 의미에서 분열을 조장하려는 듯한 이 메시지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혹시 이게 진짜 의도였다면 목적에 맞게 잘 썼다“면서 ”그러나 너무 속 보이는 수준 낮은 정무 감각이다. 국민 수준을 저평가한 참모 수준도 문제지만 그걸 승인한 문 대통령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승인 하에 메시지가 공개된다는 점에서 이 글은 문 대통령의 공식 메시지다.

갈라치기 정공법이 통했을까? 대한의사협회는 꼬리를 내렸다.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는 4일 공공의료 확충 정책과 관련한 입법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최종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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