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와 악어새 생존게임?


 

연예인과 조직폭력배간의 ‘스캔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 달 전 국내 정상급 인기가수인 조성모씨의 콘서트 뒤풀이 자리에서 벌어진 폭력사건에 대해 경찰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조성모씨는 공연 도중 연예기획사 A(40) 대표로부터 “유력 국회의원이 왔으니 청중에게 소개 좀 시켜주라”는 부탁을 받았으나 이를 거절한 게 사건의 발단이다.

이에 불만을 품은 기획사 측은 폭력배를 동원해 위협했고, 조성모씨 측 또한 다른 폭력배를 불러 맞대응 했다는 게 경찰 측의 추산이다.

이번 사건에 동원된 폭력배들은 부산을 양분해 온 최대 폭력조직인 ‘신칠성파’와 ‘20세기파’ 세력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전말에 대해 알아봤다.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월 25일 부산 ABS공개홀에서 열린 조성모씨의 콘서트 현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조성모씨와 관계자 50여명은 오후 11시쯤 부산 수영구 민락동의 D횟집 2층으로 자리를 옮겨 뒤풀이를 가졌다. 회식자리에는 당시 조성모씨의 공연을 주관한 연예기획사 A(40) 대표와 공연기획사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A 대표는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로 나선 한나라당 권철현(부산 사상구) 의원을 초청한 뒤 조성모씨에게 공연 도중 청중들에게 인사시켜 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데 불만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폭력배 동원

뒤풀이 자리가 끝날 무렵, A 대표는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고 1층으로 내려갔다가 2층 뒤풀이 장소로 돌아온 뒤 얼굴을 굳히며 “너 때문에 X팔리게 됐다. 당장 사과하라”고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조성모씨가 이를 거절하자 A 대표와 함께 있던 후배 M(36)씨는 욕설을 내뱉으며 테이블을 발로 걷어차는 등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M씨는 또 폭력배로 보이는 건장한 청년 5~6명을 불러 횟집 입구를 완전 봉쇄하는 등 뒤풀이 자리를 공포 분위기로 몰아갔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신변의 위협을 느낀 조성모씨 측은 어디론가 급히 전화를 걸었고, 이날 밤 12시께 조직 폭력배로 추정되는 또 다른 폭력배 3명이 고급승용차를 타고 도착, 현장에 있던 M씨 측의 폭력배들을 위협한 뒤 최 대표를 마구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목격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얼마 지나지 않아 건장한 청년 3명이 고급승용차를 타고 현장에 도착했다”며 “한 청년이 조성모를 데리고 나간 후 다툼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다음날인 26일 오전 1시 30분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 당시 현장에 있던 폭력배 1명과 A 대표를 관할 지구대로 연행해 조사를 벌였으나 훈방됐다.

신칠성파와 20세기파 개입

‘건장한 청년’의 존재에 대해 서울 ㄷ파 조직원 김모씨는 “연예인들의 공연에는 조폭들이 개입되기 마련”이라며 “부산 공연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신칠성파와 20세기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칠성파는 칠성파에서 나온 애들이 주를 이루며 대장은 36살의 A씨”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광민순찰지구대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조성모 콘서트 뒤풀이 장소에서 폭력사건이 벌어지긴 했지만 상처가 거의 없는 데다 당사자들끼리 합의를 해 훈방 조치했다”며 “신고를 받고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건이 종결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당시 사건에 정치인 및 조직폭력배들이 포함된 사실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 이 관계자는 “신문 보도를 통해 누구 의원이 관련 됐더라해서 추측만 했을 뿐”이라며 “조폭이 관련됐다는 것 또한 지금 들어서 알게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칠성파와 20세기파는 부산을 양분해 온 최대 폭력 조직으로 올해 초 발생했던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 조폭 난동에도 연루돼 경찰에 의해 집중 관리를 받고 있던 터였다.

이들의 신원과 조폭 관련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훈방 조치해 초동수사에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알아차린 부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폭력 사건으로 지구대로 동행해 조사를 받았던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처벌을 원치 않아 훈방됐더라도 폭력배가 동원됐다면 문제가 달라진다”며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조직폭력배들이 동원됐는지 여부에 대해 공연기획사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당시 조성모의 콘서트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 측은 “의원님이 지인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콘서트에 가시긴 했지만 다른 일정으로 인해 30분 정도만 관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때도 가실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큰 정치를 할 분이라 젊은이의 문화를 알아보고자 잠시 참석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폭력사건과 관련 권 의원 측은 “우리 의원님은 뒤풀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선거판에나 나오는 얘기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아직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며 “추후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pjy09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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