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인테리어, 안정적 정속 주행 인상적… 라이벌과 따져야 하는 가성비는 ‘옵션’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재규어 XF 2.0 AWD 포트폴리오 정측면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그 돈 주고 이 차를 왜 사냐~?” 

이웃이 ‘차’를 사니 내 배가 아플 때 나는 소리다.

자동차 평가는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성능은 둘째치고라도 재규어는 감성으로 타는 차다. 평소 별로 탈 일이 없더라도 여유가 된다면 한 대쯤 차고에 넣어두고 싶은 차다.

특히, XF 모델은 더욱 그러하다. 최근엔 그런 감성이 짙어지는 느낌이다.

브랜드에 더 비싸고 좋은 모델도 있다. ‘VIP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플래그십 XJ, ‘멋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스포츠카 F-타입, ‘톡톡 튀는 개성’을 뽐낼 수 있는 전기차 I-페이스까지.

하지만 XF는 위 모든 차의 특성을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 좋다. 게다가 아직은 아날로그식 감성이 남아 있는 것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재규어 XF 2.0 AWD 포트폴리오 인테리어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흠잡을 데 없는 인테리어는 ‘깔끔함’이 디자인의 키포인트다. 

거추장스러운 것은 모두 걷어내거나 숨겼다.

재규어만의 방법이다. 다이얼식 변속기(이미 구시대적 유물이 됐지만)와 대시보드 양 끝에 있는 송풍구 등을 말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운전자 보조 장비들로 갖춰진 게 없다. 요즘 누구나 넣는다는 차선이탈보조는 ‘경고, 알림’ 정도로 만족했다.

 트렌드에 따르려 굳이 불필요한 요소를 집어넣을 필요는 없다는 데 동의한다.

요트를 형상화했다는 대시보드 바깥쪽 쭉 둥글게 이어진 라인은 XJ에서 물려받은 럭셔리 요소다. 앞 좌석에 앉아 있으면 내부 공간이 한층 우아한 분위기로 느껴진다. 사실 이런데서 재규어의 감성이 묻어나오는 거다.

차체는 가벼워졌다지만 주행 느낌은 무겁다. 스티어링휠의 묵직함 때문이다. 더욱 안정적인 핸들링과 우아한 주행을 목적으로 한 세팅이다.

코너를 돌 때 굳이 여러 번 휠을 흔들어가며 조향할 필요가 없다. 고속으로 달리면서도 손에서 느껴지는 떨림은 없다.

소음이 조금은 있지만 불편하지 않고 요철 등 노면을 받아들이는 서스펜션의 세팅도 최상은 아니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비교 대상은 5~7000만 원대 후륜구동의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정도로 했다.

출력이 부족하진 않지만, 대체적으로 출발 가속은 터프하고 주행 가속은 부드럽다. 스로틀이 민감한 것과는 달리 렉이 다소 걸린다는 느낌이다.

주행모드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다. 다만, 한 번 차고 나간 가속은 은근히 상승하는 노멀 모드에서 오히려 낫다는 생각이다.

옛 3.0 슈퍼차저의 느낌과는 확연히 다르다. 사실 슈퍼차저 엔진이 주력이었던 시기에는 2.0리터 엔진은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효율성을 잡으면서도 성능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하에 재규어는 인제니움 디젤 엔진을 자체 개발했다. 그리고 그 엔진이 시승차에 얹혀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슈퍼차저 엔진이 마음에 들었다. 이제 단종을 앞둔 슈퍼차저는 F-타입에서나 볼 수 있다.

재규어 XF 2.0 AWD 포트폴리오 헤드램프부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시승차는 2.0 디젤 엔진을 얹은 7630만 원짜리 최상위 트림 모델이다. 

독일 라이벌 아니, 국산 라이벌과 비교해 가성비를 따지기 딱 좋은 가격대다. 후려잡을 수도 있고 극찬을 쏟아낼 수도 있다.

소재만 비교하면 이 가격에 더 좋은 차도 있다. 제네시스 G80가 될 수 있다. 퍼포먼스로만 따지자면 BMW 320d, 아우디 A4 TDI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재규어 XF는 그들과 다른 방향을 추구한다. 스티브 잡스가 차고에서 애플 컴퓨터를 만들어내는 괴짜였던 것처럼, 독학으로 건축계 노벨상을 받은 중국 건축가 왕수처럼 독자적인 행보가 이들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재규어가 주인을 여러 번 바꿨음에도 그들만의 헤리티지를 지켜가고 있다는 데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외관에서 잘 나타나는데, 유행을 타지 않는 타임리스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I-페이스도, 한 지붕 아래 랜드로버 브랜드에서도 이 부분은 강조되고 있다. 그들이 살아가는 생존전략이다.

부족함의 기준은 가성비를 따지는 이들에게 있다. 재규어는 ‘가오’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자들에게 어울리는 차다.

재규어 XF를 구매하는 것은 그들의 헤리티지와 철학도 함께 사는 것이다. 

단지 차를 이동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가성비 좋은 국산차로 눈돌려 보는 게 낫다. 

이는 차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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