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차 ‘먹튀’ 논란 후 노사 관계 뒤틀림 심각
끝없는 노사 갈등부터 푸는 것이 우선 숙제
기업회생절차 돌입하면 과거 행태 반복될 듯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지난 2월 가동 중단한 쌍용차 평택공장 ⓒ 뉴시스

국내 5대 완성차 업체로 작지 않은 몸집을 자랑했던 쌍용자동차의 위기설이 고조되고 있다.

10여 년 만에 다시 최대의 위기를 맞은 쌍용차는 현재 모기업인 인도의 마힌드라로부터 최대주주 포기 선언까지 듣게 됐다.

마힌드라는 한국지엠의 선례를 보고 우리 정부의 움직임을 기대하는 모양새지만 생각처럼 쉽게 풀릴 문제는 아니다.

◇ 잠깐의 전성기, 길고 긴 불황

사실상 쌍용차 전성기는 전신인 하동환자동차공업이 쌓아 올린 축대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다.

당시에는 큰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1986년 재벌그룹이었던 쌍용이 탄탄한 자본력으로 이를 인수하고 쌍용자동차를 출범하게 됐지만, 불황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회사가 급격하게 성장한 것도 이 시기이긴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실질적인 경영악화도 조짐을 보였다. 버스를 만들던 회사에서 지프, SUV를 생산하기 위해 집행한 과도한 R&D 투자가 문제가 됐다.

그 이후 1997년 외환위기로 최악의 경영 위기를 맞게 된 셈이다.

◇ 쌍용차 역마살에 이상설까지

쌍용차는 대우차, 상하이차, 마힌드라라는 세 번의 주인을 맞이했지만, 이들 모두 쌍용차에 득이 됐던 적이 없다.

외환위기 이후 쌍용차는 사업확장을 꾀하던 대우자동차와 매각 협상을 진행해 이듬해 대우자동차로 인수됐다.

하지만 대우차도 오래가지 않았다.

2년 뒤인 1999년 대우차는 쌍용차를 법정관리를 진행해 채권단 관리하에 밀어 넣었고 이후 채권단 대주주로 조흥은행이 선정됐다. 이후 몇 년 뒤 쌍용차는 상하이차에 다시 매각됐다.

상하이차는 2009년까지 경영권을 쥐고 있었다가 또다시 쌍용차를 법정관리에 몰아넣었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는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가 쌍용차의 대주주로 되어 있다.

그동안 쌍용차 수익은 떨어졌다 올랐다를 반복했다. 하지만 대체로 호전된 상황을 이어간 적은 없다. 한때 사상 최대 수익을 올렸던 적이 있는 데 그때가 바로 대우차 이후 3년간의 법정관리 때다.

이를 두고 ‘주인이 없는 시기에만 수익을 냈다’는 이상설까지 나왔다. 이 근거를 뒷받침하는 것이 상하이차 소속 이후 법정관리 때도 잠시나마 회복세를 탔다는 것이다.

11년만에 출근하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 뉴시스

◇ 본격적인 위기

상하이차가 철수하고 난 2009년부터 쌍용차는 다시 긴박한 자금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법정 관리에 들어가고 정리해고를 시행해 노조의 심각한 파업 투쟁이 이어졌다.

상하이차는 자사의 기술발전과 자본증대를 위해 쌍용차가 축적해온 자본력과 기술력을 흡수하는 데만 진력해 ‘먹튀’ 논란까지 일기도 했다.

본격적인 위기는 이때부터다.

외환위기 때부터 이어져 오던 경영진 측의 ‘노동자 길들이기’가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르렀고, 공중분해를 방불케 했던 쌍용차의 당시 상황에는 노조를 향한 구조조정, 고통 전가의 압박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 20여 년간 쌍용차와 싸워왔던 노조는 경영진이 모든 책임을 근로자에게 떠넘겼다고 입을 모았다.

쌍용차 노조는 2009년 5월 29일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공장 점거 파업에 돌입했고, 77일 간의 파업 이후 극적인 협상 타결로 생산라인를 제자리에 돌려놓았다는 일화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 위기는 갈등으로부터

업계는 쌍용차의 지금 위기가 시대적 관행으로 대변되던 기업의 ‘횡포’ 즉, 노사관계의 뒤틀림에서부터 불거져 온 것이라 지적한다.

외환위기 때부터 이어져 온 쌍용차의 노사 갈등은 극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노조측 관계자가 한 매체와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당시 경영 부실이 가져온 기업의 변화는 노동자들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갔다.

구조조정, 희망퇴직 등을 통해 설 자리를 잃었고, 급기야 자포자기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게 당시 상황이다.

노사 문제가 끊임없이 이어지기는 르노삼성차와 한국지엠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3사가 모두 같았다. 이는 근로자의 환경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국지엠은 GM의 철수설에 불안해하고, 르노삼성은 판매 부진에 허덕였다.

실제 노사 갈등으로 인한 파업과 공장 폐쇄 등이 실적으로 이어졌다. 노사 갈등이 극심했던 지난 십여년 동안 르노삼성차와 쉐보레, 쌍용차 시장 점유율은 10% 이상 하락했다.

현재는 쌍용차보다 나은 상황이지만 2018년 GM의 철수설이 불거졌던 한국지엠의 경우도 큰 폭으로 실적이 떨어진 적이 있다.

당시 GM 철수 이유로는 재정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노사 갈등 문제도 심각하게 거론됐다.

판매부진에 겹쳐 지난해 7월 노사합의로 첫 생산 중단한 쌍용자동차, 평택 출고 센터 ⓒ 뉴시스

◇ 반복되는 11년 전 데자뷰

쌍용차는 기사회생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는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11년 전의 데자뷰인 셈이다.

데드라인은 올해 말까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외부 투자자들의 실사 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인력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

일부 노조원 사이에서는 자동차 회사 지분을 가지고 운영하는 프랑스 정부 등 해외 사례를 들며 국유화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국내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 형평성 문제로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쌍용차는 11년만에 다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쌍용차 회계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이 2분기 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제출을 거절했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과도하게 초과해 지속가능기업으로 의문이 제기된다는 이유다.

업계 발표에 따르면 쌍용차가 만약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고용인원만 약 6000명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은 쌍용차가 채무불이행 등의 경영위기를 겪을 경우 평택공장 등 담보를 처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되면, 사측이든 노조측이든 출혈을 피할 수 없다.

그 이후 쌍용차 구성원간 갈등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새 투자자 맞이해도 과거를 반복하게 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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