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와 달리 방카슈랑스로 1분기 실적 끌어올려
대부분 저축성 보험, RBC·재무건전성에 부담될 수도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20일 생명보험협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5월 기준 8928억 원으로 전년 동기(4131억 원) 대비 두배 이상 늘어났다. ⓒ 뉴시스

업계 1위 삼성생명의 행보에 보험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은행을 통해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보험상품의 영업 실적이 지난 1년 사이 무려 2배나 치솟았기 때문이다. 

20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국내 24개 생보사들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총 2조2241억 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1조9051억 원) 대비 16.7%나 늘어난 것이다.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삼성생명때문이다. 삼성생명의 방카슈랑스 조회보험료가 지난 5월 기준 8928억 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전년 동기(4131억 원) 대비 두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반면, 삼성생명을 제외한 23개 생보사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는 1조4920억 원에서 1조3314억 원으로 되레 감소했다. 방카슈랑스 상품은 대부분 저축성 보험 경우가 많아 생보사의 자산건전성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 부진한 실적, 방카슈랑스로 돌파

대부분의 생보사들이 방카슈랑스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생명만 유독 방카슈랑스 판매 규모를 늘린 것은 부진한 실적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방카슈랑스를 통해 실적 반전의 기회로 삼았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급격하게 줄어든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해 1조51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1조7337억 원을 기록했던 2018년 대비 40%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생명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2566억 원으로 4696억 원의 순익을 냈던 전년과 비교하면 45% 감소했다.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이 이처럼 줄어든 것은 보험사들의 치열한 경쟁도 일정 부분 영향이 있지만,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영업활동이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설계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고객들을 만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다른 생보사들의 1분기 실적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여기에 방카슈랑스 상품은 보험사 입장에서 단기간에 실적을 개선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로 손꼽힌다. 방카슈랑스 상품들이 대부분 저축성 보험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저축성 보험은 매달 보험료를 내는 보장성 보험과 달리 목돈을 한꺼번에 납입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단숨에 실적을 늘릴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삼성생명의 5월 기준 일시납 보험료는 9783억 원으로 전년 동기(5042억 원) 대비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 낮아지는 RBC, 부메랑 될 수도

그러나 삼성생명과 달리 다른 생보사들은 여전히 방카슈랑스 영업에 신중한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영업채널이 대부분 봉쇄된 상황에서도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에 매진하는 곳은 삼성생명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방카슈랑스 상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저축성 보험이 보험사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고 지적했다. 

저축성 보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은 약정이자가 보장되는데,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고금리상품인 저축성 보험 상품 판매에 집중할 경우 재무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2023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도 보험사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IFRS17를 적용하면 현재 원가 기준인 보험사의 부채 평가는 시가 기준으로 변경된다. 즉 저금리 상황에서 판매된 고금리 상품의 경우 고객에게 돌여줘야 할 이자도 많아지는데 이 부분이 모두 부채로 계산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이 300%가 넘어서고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RBC는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 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지수다. 

삼성생명의 1분기 기준 RBC는 32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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