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현황 점검내용과 다른 경우 많아
구매 전 침수 여부 살펴보고 계약 전 특약사항 반드시 넣어야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지난 집중 호우로 물에 잠긴 벤츠와 BMW 차량 ⓒ 뉴시스

물난리 이후에는 의례 중고차 이슈가 뜬다. 

특히, 올해는 역대급 물난리로 침수 피해차량이 1만대를 넘어섰다는 보도도 있었다.

물난리 이후 중고차 시장에서는 침수차인줄 모르고 속고 사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보통 침수차는 세차나 정비 등을 거쳐 침수된 지 보름 정도 되면 중고차 시장에 몰래 유입된다고 한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한 중고차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현황을 살펴보면 앞서 3년간 ‘성능·상태 점검 내용과 실제 차량 상태가 다른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록적인 폭우가 지나고 열흘 정도가 지났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 침수차 판별법을 알리고 나섰다. 

◇ 침수차의 심각성

차가 물에 빠졌다고 쓸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차후 운행 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어 기피 대상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전자장비의 오작동이나 성능 저하 등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디지털 장비가 많이 들어가는 요즘 차들의 경우 전자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주행 중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차량 구매에도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일단 차가 물에 잠기면 각종 오염 물질이 내부 깊숙이 침투한다. 수리 시 일일이 자동차 부품을 뜯어서 다시 조립할 수 없으니, 대부분은 주요 부품만 세척 후 건조하는 방식을 거친다.

이런 차들은 보통 전자 장비가 문제다. 수리에도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차체 부식도 빨라지는 데 주로 차량 하부 쪽에서 쉽게 발견된다.

비를 많이 맞은 것과 차가 물에 잠겼다는 개념은 다르다. 비가 많이 오면 토양이 도로로 흘러나와 차량에 점착된다. 바닷물뿐만 아니라 토양에도 염분이 일부 섞여 있기에 물난리 이후 부식 현상이 빨라진다.

◇ 물에 빠진 정도에 따라 사용 가능 여부 판단

대체적으로 침수차라 하면 차 내에 물이 스며들어와 바닥 매트가 젖을 정도로 물에 잠긴 차를 의미한다.

여기까지 물이 찬다면 일부 전자장비와 엔진룸을 제외한 파워트레인 파츠, 서스펜션, 구동축, 배기 시스템 등이 모두 물에 잠겼다는 의미다. 차체를 들어 올려 말끔히 세척한 다음 열흘 이상 바짝 말리는 방식으로 수리한다.

조금 더 심각한 수준의 침수차는 엔진룸까지 물이 차는 경우다. 이 경우 대부분의 전자장비들도 함께 물에 잠기기 때문에 많은 부품을 떼어 낸 후 다시 조립해야 한다.

작동이 되지 않는 전자장비는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이런 차는 다시 살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폐차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업자들이 멀쩡한 차로 둔갑해 파는 경우가 문제가 된다.

◇ 안전띠 대신 시트 밑 확인

자동차시민연합에서는 “일반적으로 침수차 구별법으로 안전띠를 당겨본다는 설명이 있지만, 오히려 이는 호갱이 되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눈에 보이며, 싼 부품들은 시장에 내놓기 전 모두 새것으로 교체한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습기찬 등화장치 전조등이나 방향지시등, 컴비네이션램프를 잘 살펴볼 것을 권장했다. 차 내에 빗물이 유입될 정도라면 운전석이나 조수석 시트 밑 부분은 방청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부식이 바로 생긴다는 설명이다.

◇ 앞바퀴 빼고 브레이크 캘리퍼 확인

중고차는 구매 전 한 번 들어 올려봐야 한다. 

차량 하부에 구석구석 흙이나 토시 등 이물질이 껴 있는지 확인하는 것.

보기에 우선 말끔하다면 앞바퀴를 빼고 브레이크 캘리퍼 쪽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폭우에 주행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부품 중 하나다.

타이어나 휠 안쪽과 브레이크 장치 구석 부분에는 세척 후에도 잔여물이 남아 있을 수 있으니 살펴보는 것이 좋다.

◇ 향기로움에 속지 말자

차 내에는 섬유, 스폰지 등 물기를 머금고 있는 소재들이 많이 사용됐다. 

모든 장비를 다 손보더라도 부품을 다 교체하지 않는 이상 곰팡이 등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스폰지 등은 쉽게 건조되지 않기 때문에 악취 등을 풍긴다. 이를 감추기 위해 방향제 등 냄새를 제거할 수 있는 약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차 내에서 좋은 냄새가 난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전 사용자가 음료 등을 흘려서 생길 수도 있는 문제이기에 모두 침수차로 볼 수는 없다.

◇ 피할 수 없다면, 기다려 보는 것도 방법

침수차에서 가장 큰 피해는 차체에서 발생하는 부식이다. 

부식은 겉부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속부터다.

부식에 대한 사후 처리는 판금, 도색 작업으로 범위도 넓고 비용도 많이 든다. 이 때문에 침수 사실을 알고도 판매에 나서는 일부 매매업자들은 서둘러 매물을 처리하기 원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내 습기는 피할 수 없는 피해 현상이다. 차량 상태를 모두 확인할 수 없다면 구매 시기를 조금 늦춰 보는 것도 방법이다. 시세와도 큰 차이를 보이는 가격을 제시한다면 일단 의심하고 보자.

◇ 사기 전에 계약서에 특약 기재

국내 자동차관리법에는 자동차 매매업자가 거짓으로 고지해 매수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면 그 손해를 자동차 매매업자가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사고 또는 침수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매매사업자는 소비자에게 구입가 환급 또는 손해배상을 하도록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규정돼 있다.

구매한 차가 이후 침수차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매도를 진행한 업자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과정은 때에 따라 분쟁의 여지가 있고 증거를 확보해야 하므로, 복잡하고 꺼려지는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매계약서를 작성할 때 특약 사항으로 손해배상항목을 기재해야 한다.

최근 중고차 업계에서는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침수차 판명 시 전액환불+보상금 지불 등의 조건까지 내걸고 있지만, 소비자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비대면 거래가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에 소비자 주의가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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