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올해 상반기 전기차 보조금 전체 43% ‘싹쓸이’
현대차 지난해 93%→60% 중반대로 점유율 대폭 ‘폭락’
수입 전기차 브랜드 라인업 확대, 경쟁력 부족이 원인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지난해 11월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열린 테슬라 ‘모델3’ 대규모 고객 인도 행사 현장 ⓒ 뉴시스

테슬라에 올해 상반기 지급된 전기차 국고보조금은 전체 절반 수준에 약간 못 미치는 900억 원이다. 

한마디로 '싹쓸이'해 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전기차 시장은 현대기아차가 꽉 잡고 있지만, 지난해 말 보급형에 가까운 테슬라 ‘모델3’를 출시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이 때문에 외국 기업인 테슬라가 국가보조금을 독식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기차 등록대수는 2만2267대다.

이는 지난해보다 23.0%p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테슬라가 7080대를 판매해 전체 물량의 31.7%를 차지했다.

전기차 보조금 규모도 남다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기차에 지급된 국고 및 지자체 보조금은 2092억 원. 이 가운데 43%인 900억 원이 테슬라 제품 보조금으로 쓰였다.

반면, 국내 제조사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p가량이 줄었다. 다만, 버스나 트럭 부문 전기차가 늘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테슬라가 국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 43%까지 달성한 가운데 국내 전기차 제조사들은 올 상반기 1만4500여 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93% 점유율에서 60% 중반대까지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런 원인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국산차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렇다 할 신차 출시 효과도 없을뿐더러, 수소차에 집중하고 있는 현대차 중장기 전략은 단기적으로 부작용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8년 5월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제5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행사장에 전시된 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 ⓒ 뉴시스

현대차그룹이 내놓고 있는 전기차는 코나 일렉트릭, 니로 EV, 쏘울 EV 등으로 소비자에게 그나마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앞으로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코나 일렉트릭은 소형 SUV 전기차로 주행거리 406km를 자랑한다. 국내에서는 가장 긴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니로나 쏘울 EV 등도 주행거리를 끌어 올려 현재 385km를 달릴 수 있다.

테슬라 모델3는 뒷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 모델로, 가장 긴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모델은 415km에서 길게는 446km를 달릴 수 있다.

또한, 테슬라 전기차는 기존에 없던 형식을 갖춰 미래 혁신적 스타일을 추구하며 국내 소비자에게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이 추세로 간다면 테슬라 국내 판매량 1만 대를 곧 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보통 수입차 업체들도 라인업 통틀어 1만 대 돌파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차로만 1만 대 선을 넘어선다는 것은 라이벌들에게 위협적인 수치다.

테슬라 ‘모델S P100D’ ⓒ 뉴시스

게다가 올해 하반기는 국내에 새롭게 들어오는 수입 전기차들이 적지 않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우디의 'e-트론', 푸조 'e-208' 및 'e-2008', DS오토모티브 'DS3 크로스백' 전기차, 르노 '조에', 미니 ‘미니 일렉트릭’ 등 다양한 세그먼트에서 개성있는 모습으로 판매를 시작한다.

이렇듯 수입 전기차들이 물밀 듯 들어오면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은 올 하반기 전기차 출시 계획도 없다. 빨라야 내년 상반기 쯤이나 돼야 한다. 올해 남아 있는 전기차 보조금은 수입 전기차들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이라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런칭하며 트렌드에 발맞춰 갈 것을 예고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수입 전기차에 대해 현대차 대응이 다소 늦었다는 반응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브랜드에서 2024년까지 준중형 CUV, 중형 세단, 대형 SUV 등 세그먼트에서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첫 출발로 클래식 포니를 재해석한 ‘45’ 모델을 내년에 선보일 계획이다.

일부 전문가는 국내 전기차가 경쟁력이 부족한 것에 대해 전기차 고유 플랫폼 개발이 외국 업체들에 비해 2년 정도가 뒤처졌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차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IONIQ)' 컨셉트 모델 예상 이미지 ⓒ 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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