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에 中위험 공모펀드 관심 높아져
10%룰에 수익률 예상보다 낮아… 금융투자업계 “규제 완화해야”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8년 9월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사모펀드 발전방향 토론회에서 공모펀드 활성화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바 있다. ⓒ 금융위원회

"안정적인데, 수익률이 영~!"

사모펀드 환매 중단 및 연기 사태로 불안감을 느낀 금융소비자들이 공모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DLF 사태를 시작으로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 환매연기, 옵티머스자산운용의 금융사기사건에 이르기까지 사모펀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사모펀드 판매를 통해 짭짤한 수수료 수익을 올려왔던 은행들 역시 금융당국 규제로 막힌 사모펀드 판매 대신 공모펀드 판매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공모펀드의 경우 다양한 산업에 투자하도록 설계돼 있어 원금보장 안정성이 사모펀드 대비 월등하게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 펀드에서 한 종목의 비중이 시가총액 대비 10%를 넘지 못하도록 설계돼 있어 실제 수익률이 사모펀드보다 낮다는 점이 근심거리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10%룰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 중위험·중수익의 공모펀드 관심 UP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 시중 4대 은행들의 공모주가연계펀드(ELF) 판매액은 9924억 원에 달했다. 

4196억 원에 불과했던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3조4581억 원에 달해 지난해 하반기 기준 1조2791억 원 대비 70% 이상 급증했다. 

ELF는 주가연계증권(ELS)를 편입시킨 공모펀드다. 기초자산은 코스피, S&P500지수, 유로스탁스50, 닛케이225, 항셍종합지수 등에서 3개를 선정해 지수로 활용한다. 주가가 일정 수준만 유지하면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ELF의 통상수익률은 연 4~6%대의 중수익률이다. 요즘같은 초저금리 시대에서는 굉장히 매력적인 상품인 셈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초자산이 되는 주가 변동폭이 확대되면서 수익률 역시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들 역시 논란이 됐던 사모펀드나 주가연계신탁(ELT) 상품들보다 ELF 상품이 더 안정적이라고 여기고 있다. 앞서 밝힌 것처럼 기초자산이 주가지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가에 연계된 만큼 투자위험 등급은 1등급(매우 위험)이다. 지난해 말 발생했던 국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와 비슷한 구조다. 

시중은행들은 중위험에 중수익률 구조를 가진 ELF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DLF 사태가 발생한 후 비슷한 투자구조를 가진 주가연계신타(ELT)의 판매를 약 40조 원으로 제한하면서 판매할 수 있는 펀드 종류가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모펀드 사태로 고위험·고수익의 펀드들에 대한 금융소비자 신뢰도가 낮아져 공모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 10%룰이 수익률 극대화 ‘발목’

금융소비자 관심이 사모펀드에서 공모펀드로 이동하자 은행들도 공모펀드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사모펀드 대비 상품이 다양하지 않고, 투자구조도 복잡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도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공모펀드는 설계당시부터 50인 이상 투자자를 공개적으로 모집해야 하고 투자대상과 투자비율에 제약이 있어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구조라는 것이다. 

특히 시가총액으로 평가하는 전체 투자액 중 10% 이상을 한 종목에 투자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는 ‘10%룰’이 수익률 향상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는 10%룰이 수익률을 좀먹는 규제라고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시장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도 성장이 확실시되는 종목 중을 10% 이상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를 것을 예측했지만, 규제로 인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눈뜨고 놓쳐야 한다는 한탄이다. 

10일 한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좋을 것이라는 지표를 여러 곳에서 확인해도 이미 공모펀드 시총에서 9%까지 차지하면 오히려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수익을 내려고 펀드에 가입하는 고객들이 있는데, 10%룰이 되레 펀드 수익률을 좀먹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당국에 10%룰의 완화를 요청하고 있다. 금투협을 중심으로 금융투자업계는 금융당국에 10%룰에 대한 규제완화를 꾸준하게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10%룰에 대해 아직까지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해오고 있다”면서도 “10%룰에 대한 규제완화 등의 대책은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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