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무역 신용장에 단기자금 대출하는 무역금융펀드
삼성생명에서만 VIP 대상으로 530억 원대 판매돼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5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과 삼성생명은 ‘유니버스 인컴 빌더 펀드 링크드 DLS’ 상품 환매를 내년 5월 14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 삼성생명

은행·증권가를 휩쓸었던 사모펀드(PEF) 사태가 이번에는 보험업계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생명이 판매한 금 신용장 무역금융펀드가 환매연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과 삼성생명은 '유니버스 인컴 빌더 펀드 링크드 DLS' 상품의 환매를 내년 5월14일로 연기한다는 내용을 담은 환매연기 안내서를 발송했다. 이 펀드는 삼성생명에서만 530억 원 규모가 판매됐다. 

해당 펀드는 홍콩에서 진행되는 금 거래와 관련된 신용장에 단기자금을 대출해 주고 연 4% 수준의 이자를 얻는 상품이다. NH투자증권이 웰스메니지먼트그룹의 무역금융펀드를 기초자산으로 DLS를 만들었고, 삼성생명은 자산관리(WM)사업부를 통해 판매했다. 

 

◇ 피해규모만 100억 원대 될수도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보험사들의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무려 3조3542억 원에 달한다. 증권사와 은행들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지만, 금액만 보면 적은 규모라고 볼 수도 없다. 

환매연기가 결정된 삼성생명 펀드는 금 관련 펀드로 알려져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무역금융펀드다. 홍콩에서 거래되는 금과 관련해 수입업자와 수출업자가 신용장을 갖고 거래가 진행되는데, 바로 이 신용장을 담보로 단기자금을 대출해 주고 이자를 받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즉 거래되는 상품이 금일뿐, 실상은 무역금융펀드와 같은 구조인 셈이다. 

삼성생명과 NH투자증권의 해당 상품은 지난해 말부터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6월 만기분 350억 원과 7월 만기분 260억 원이 환매 연기됐다. 

게다가 이 상품은 10월에도 420억 원 규모의 만기가 도래한다. 이미 환매가 연기된 금액에 곧 만기가 도래할 것까지 포함하면 환매 연기로 인한 피해규모는 1000억 원대에 달할 수도 있다는 게 금융권 분석이다. 

 

◇ 삼성생명 “원금손실 가능성 밝혔다”

이 상품은 왜 환매가 연기됐을까. 

홍콩 현지 운용사는 코로나19로 인해 무역거래에 예기치 못한 제한이 발생하면서 상환이 지연됐다는 입장이다. 거래 제한 요소가 발생하면서 무역업체들의 자금경색이 왔다는 것이다. 

즉 거래가 재개되면 별 문제 없이 환매가 가능하다는 설명인 셈이다. 

그러나 해당 펀드를 구입한 고객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만기 상환 지연 안내문에서 펀드자문사가 최초 계약과 다르게 펀드를 운용했고, 이에 사임의사를 통보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불안감은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현지 사정에 따라 환매 연기가 더 발생하거나 아예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여겨지고 있어서다. 

삼성생명은 이에 대해 상품 제안서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음을 분명히 알리고 있어 불완전 판매 여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 측은 “DLS 발생사인 NH투자증권과 펀드 자금 회수를 위해 현지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관리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은 관련 보고를 받고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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