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디지털 금융 혁신방안’으로 핀테크업체 금융업무 진출 가능해져
모든 금융업무 가능해진 네이버… 금융사들 “금융업하면 관련 규제도 받아야”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이 지난 6월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 금융위원회

"사실상 네이버가 모든 금융업무를 할 수 있는 상황인 셈입니다"

금융사들이 네이버와 금융당국에 분통을 터뜨렸다. 

금융당국이 신규 제도를 도입키로 결정하면서 금융사업자가 아닌 네이버가 사실상 금융사처럼 영업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지적하고 있어서다. 

논란이 가중되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21일 간담회를 통해 "금융산업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나타나지 않도록 공정한 심판의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제도개편을 통해 핀테크 업체들과 대형 IT업체들이 금융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되면서 금융사들의 불만은 그야말로 폭발 직전이다. 

 

◇ 사실상 모든 금융업무 가능해져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지난달 26일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의 일환으로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제도와 '지정대리인' 제도를 도입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는 예금과 대출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은행업무를 전자금융업체가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이체와 송금, 지로납부 등과 같은 은행에서 하는 업무를 거의 대부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지정대리인 제도는 금융권에서 진행하는 대출심사를 대행하는 제도다. 

금융권에서는 이 제도의 첫 번째 사업자가 '네이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네이버가 계열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앞세워 금융사업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 지정되면 예금과 대출을 제외한 사실상의 모든 금융업무가 가능하다. 자금이체와 송금, 카드대금 및 공과금 납부도 가능해진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지난달 28일 열린 '네이버 서비스 밋업'에서 사업방향과 비전을 밝히고 있다. ⓒ 뉴시스

금융위가 제도 실행에 앞서 내세웠던 예금과 대출 업무는 네이버가 아닌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이미 가능해진 상태다. 네이버는 최근 미래에셋금융그룹과 손잡고 '미래에셋대우CMA네이버통장'을 선보였는데, CMA계좌를 활용해 은행 업무의 가장 기본인 예금이 가능한 상태다. 

게다가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대출상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정대리인 제도를 활용해 네이버파이낸셜이 대신 대출심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사실상 예금과 대출, 그리고 이체와 대금납부에 이르는 거의 모든 은행 업무가 가능해진 것이다. 

 

◇ 금융 관련 규제는 안 받아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권, 특히 은행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시중은행들 외에도 인터넷은행이 출범하며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핀테크 업체들도 은행업에 진출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지배력이 막강한 네이버가 실제로 금융업에 진출할 경우 엄청난 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게다가 제도 개편을 통해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된 핀테크 업체들은 기존 금융사들과 달리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에서도 자유롭다.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대상에 제외되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당국의 여신관리 지침도 따르지 않아도 된다. 관련 제재 조항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존 금융사들의 불만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3일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와 정부가 4차산업의 일환으로 핀테크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기존 업체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은행업무가 모두 가능하지만, 법적으로 은행이 아닌 업체가 시장에 등장하게 되면 소비자의 편익이 높아지는 만큼 금융사고 가능성도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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