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 없는 가격 정책, 서비스 센터 인프라 부족 등이 주요 원인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닛산 알티마 ⓒ 뉴시스

“한국 자동차 시장은 아주 독특한 시장입니다” 

해외 자동차 브랜드 CEO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수입차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이런 폭발적인 성장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밀레니엄 시대가 도래하며 다양한 해외 자동차 브랜드들이 한국 자동차 시장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쏟아져 들어왔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아시아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여겼을 것이다. 중구난방으로 개발됐던 한국 도로 상황에 따라 한국 소비자들 취향도 독특했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2001년부터 2010년까지 7% 가까이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 자동차 강국으로 불리던 일본 내 수입차 점유율을 따라잡고, 이후도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2018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국내 수입차 점유율은 약 17%에 달했다.

10년 남짓 사이 수입차 점유율이 급격하게 오른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적으로는 국민 소득 증가와 소비 트랜드 변화, 외적으로는 물가 상승에 따른 국산차의 가격 상승과 수입차 관세 장벽 완화 등의 원인을 꼽을 수 있다.

수입차 중에서 국내에서 쏠쏠한 재미를 본 브랜드는 독일 프리미엄 3사로 알려진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가 대표적이다.

이외 미국 자동차 브랜드인 크라이슬러, 지프와 일본 브랜드인 렉서스, 인피니티 등 대체적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수입차라고 해서 국내 시장에서 모두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몇몇 해외 자동차 브랜드들은 고배의 쓴맛을 보고 철수를 결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격 정책, 애프터 서비스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 취향도 한 몫 거드는 부분이다.

인피니티 Q50 ⓒ 뉴시스

◇ 올해 5월 철수한 닛산

우선 닛산이 가장 최근 경우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시작으로 난황을 겪고 있던 닛산이 결국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올해 5월의 일이다.

닛산은 지난 2004년 ‘한국닛산’을 설립하고 이듬해 닛산 브랜드와 닛산 고급화 브랜드인 인피니티를 앞세워 본격적인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내 수입차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 한 일등공신이지만, 카를로스 곤 전 회장에 관한 이슈를 비롯해 일본 불매운동, 코로나19까지 외통수에 걸렸다.

한국닛산이 판매하던 대표 판매 모델로는 알티마, 무라노, 큐브, 맥시마, 캐시카이, 패스파인더 등이 있었다. 370Z, GT-R 등도 고성능 모델 라인업에서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인피니티 브랜드에서도 Q50, Q60, QX50, QX60 등 다양한 모델들이 일본차 점유율을 차지했다.

피아트 500 ⓒ 뉴시스

◇ 수익 저조 피아트·크라이슬러

피아트와 크라이슬러는 FCA그룹의 두 대표 브랜드다. 

해외 시장에서는 탄탄한 입지를 굳히고 있지만, 아시아의 블루 오션으로 부상한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축배를 들지 못했다.

피아트 브랜드는 자사 대표 차량인 ‘500’ 모델을 앞세워 국내에 진출했다. 귀엽고 깜찍한 디자인에 상품성까지 고루 갖춰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았으며, BMW그룹의 미니 브랜드에 위협이 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잘못된 가격 정책, 편향된 고객층 공략으로 정작 판매량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크라이슬러 300C ⓒ 뉴시스

크라이슬러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대체적으로 300C와 같은 중후한 멋을 자랑하는 세단 모델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한 것이 통했다.

고급 승용차라는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했고 체어맨, 에쿠스, 오피러스 등 고급 중대형 세단을 찾는 고객에게 선택지가 됐다.

하지만 같은 그룹 계열의 고가 브랜드 마세라티가 대부분 같은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철수를 결정했다는 후문도 있다.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국내 시장 철수는 지난 2012년 FCA코리아 대표로 선임된 파블로 로쏘 사장의 결정이었다.

함께 판매하고 있던 지프 브랜드에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수익이 저조한 나머지 브랜드는 시장에서 철수시키겠다는 생각이었다.

부임 이후 피아트 브랜드를 직접 가져오긴 했지만, 실적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두 브랜드의 공식적인 철수는 2017년이다.

스바루 WRX STI ⓒ 뉴시스

◇ 최단명 브랜드 미쓰비시·스바루

미쓰비시와 스바루는 국내에서 가장 단명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미쓰비시는 2012년 국내 진출을 알렸지만, 이듬해 2013년 철수했다. 처음으로 주력 판매했던 모델이 랜서과 파제로다. 일본 내에서 워낙에 인기가 높았고 정식 수입 이전부터 관심이 높았던 모델이라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다.

다만, 기대가 컸던 만큼 높은 실망도 컸다. 터무니없는 가격 정책으로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은 경우다. 비슷한 가격대로는 이미 아우디 등 선택지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스바루코리아는 2010년 출범했다. 포르쉐와 같은 수평대향 엔진을 장착하고 대칭형 사륜구동 시스템을 특징으로 삼아 안정적인 차를 만드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글로벌 판매도 우수했다. 특히 안정적인 차를 만드는 데 집중해왔기 때문에 북미 지역이나 북유럽 국가 등 추운 지역에서 인기가 높았다.

레거시를 필두로 WRX STI 등 베스트셀러 모델들을 내놓고 첫 해에는 몇 개월 되지 않은 기간 동안 1000대 돌파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스바루는 3년을 채우지 못하고 2012년에 철수를 결정했다. 주요 원인은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부족한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따라온 적자폭, 가격 협상 등 본사와 갈등이 빚어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스바루의 경우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높았다. 스바루가 국내 시장에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었다면, 일본차 브랜드 중에는 렉서스와 인피니티 이상으로 인기를 끌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일부 있다.

 

◇ 회사는 없어도 A/S는 지속

보통 수입차 브랜드가 철수를 결정하면, 신차에 대한 보증기간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법인 해지 이후 8년 간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철수를 결정한 수입차 브랜드는 A/S를 위해 기존 딜러사들을 이용하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정비 전문 업체에 위탁 서비스를 진행하는 브랜드도 있다.

다만, 서비스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비스 센터의 수도 문제지만, 기존 딜러사들이 계약 해지를 한다거나 경영상 어려움으로 서비스센터 문을 닫으면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제정한 법규에 따라 해외 업체 본사에 책임을 묻는 것도 어려움이 따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