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대외적 비판 우려해 ‘공간 부족’ 거짓 보고

[민주신문=김현철 기자]

미래통합당 이채익 의원이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미래통합당 이채익 의원은 28일 故 백선엽 장군의 대전현충원 안장 논란과 관련해 “특혜논란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백 장군의 대전현충원 안장이 서울현충원의 공간 부족 때문이라 설명했던 것과 달리 특혜 논란을 의식해 추진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백 장군의 병세가 악화되던 지난 5월말부터 대전현충원에 안장하는 것을 두고 서울현충원에 안장이 가능한데도 ‘홀대 한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자 서울현충원 측에 추가조성이 가능한지 확인을 요청했다.

당시 국방부는 지난 6월 4일 정경두 장관에게 “김영삼 대통령 묘역 위쪽은 절개지라 불가능하고, 장군2묘역 제일 안쪽에 공간은 있으나 절개지와 이어져서 장마 시 훼손이 우려 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같은 날 서울현충원이 국방부에 보고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장군2묘역의 잔여 공간에 백 장군의 묘역을 조성하는 것이 “기존 충혼당 및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유가족 등의 강한 반발과 사회적 형평성 문제 및 특혜 논란이 우려 된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서울현충원의 장군2묘역 안쪽 잔여 공간에 안장이 가능했지만 국방부가 “형평성 및 특혜 논란”을 의식해 조성하지 않으면서, 장군을 홀대한다는 대외적 비판을 우려해 공간이 없어 불가능하다고 했던 것이다.

이 의원은 “서울 현충원의 장군2묘역을 직접 찾아가서 확인해 보니 별도의 추가 공사가 필요 없이 백 장군을 바로 안장할 수 있었다”며 “국방부가 백 장군의 친일 논란에 정권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며 비판했다.

지난 15일 대전시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고(故) 백선엽 장군 안장식'이 열리고 있다. ⓒ 뉴시스

또한 백 장군의 장례가 육군장으로 치러진 것도 국방부는 유족 측이 원했다고 밝혔으나 유족 측은 국가장은 논란 때문에 그렇다 쳐도 육군장보다 격상된 국군장이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예식령 및 국군장 시행지침에 따르면 군복무 당시 현저한 공적을 남긴 자에 대해서는 국방부 장관이 결정하는 국군장으로 치를 수 있다.

백 장군은 군 복무 당시 합참의장 1회, 육군참모총장 2회를 역임했고 6.25전쟁 영웅으로 추앙받는 만큼 국군장으로 치를 수 있었지만 국방부는 아예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역대 장군들의 장례 현황을 보면 국군장 1회, 합참장 9회, 육군장 16회, 해군장 13회, 공군장 15회, 해병대장 18회로 처음이자 마지막 국군장은 백선엽 장군과 같은 해에 태어나 1956년 사망한 김창룡 장군이다.

유족 측은 “백 장군도 생전에 국군장이 있다는 걸 몰라 육군장을 원했지만, 국군장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당연히 국군장으로 치르기를 희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 의원은 “국군의 아버지라 추앙받는 백 장군에 대한 예우를 국방부가 나서서 챙겨야 했지만 오히려 홀대하는데 앞장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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