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 NH證 대표, 한달 전 서신에선 “책임지겠다” 밝혔지만 결국 선지급 보류
투자원금 70% 선지급해도 3000억 원대… 배임vs투자자보호 사이서 갈팡질팡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23일 NH투자증권이 정기이사회에서 옵티머스사모펀드 투자자들에 대한 선지급 안건 결정을 보류하면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오른쪽)가 지난달 서신을 통해 “판매사로 책임을 지겠다”고 했던 장담은 결국 공염불이 됐다. ⓒ 뉴시스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기꺼이 감당하겠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의 호언장담은 결국 공염불이 됐다. 

NH투자증권이 23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옵티머스 사모펀드 가입고객에 대한 선지원 안건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5000억 원대 규모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한 옵티머스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이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따르면 옵티머스펀드 총 판매액 5151억 원 중 84%에 해당되는 4327억 원 어치가 NH투자증권에서 판매됐다. 

 

◇ ‘공염불’ 된 정영채 대표의 호언장담

23일 NH투자증권은 정기이사회를 통해 옵티머스 사모펀드 가입고객에 대한 긴급 유동성 공급을 위한 선지원 안건 결정을 보류했다.

NH투자증권 측은 “장기적인 경영 관점에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며 “임시이사회를 열어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임시이사회를 언제 개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을 통해 옵티머스펀드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정영채 대표가 앞서 지난 6월 23일 서신을 통해 책임을 지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옵티머스크리에이터펀드’ 가입고객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해당 펀드의 판매사로서 문제 있는 상품을 제공한 부분을 사과드린다”면서 “판매사로서 져야 할 책임은 회피하지 않고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판매사로서 부실한 상품을 거르지 못한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그러나 NH투자증권 이사회가 투자자 보상안(선지원 안건)에 대한 결정을 보류함에 따라 정 대표의 사과는 투자자들 입장에선 거짓말이 됐다. 

특히, 같은 상품을 판매했던 한국투자증권(이하 한투)이 재빠르게 투자원금의 70%를 선지급하겠다고 밝힌 것과 대조되면서 투자자들의 분노는 그야말로 극에 달한 상황이다. 

 

◇ 배임 논란과 투자자 사이에서 명분 찾나

금융권에서는 NH투자증권이 배임 논란과 투자자 보호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투처럼 70%의 투자원금 선지급에 나설 경우 영입이익 감소에 따른 배임 논란에 휘말릴 수 있고, 그렇다고 선지급에 나서지 않자니 투자자들의 분노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NH투자증권이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액 일부를 돌려줄 경우 형사상 배임이 성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옵티머스 투자자들에게 원금 일부를 지급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특혜처럼 인식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배상이라는 수단도 있지만, NH투자증권이 선택할 수 없는 방법이다. 투자자들에게 배상금 명목으로 투자원금 일부를 지급하면 NH투자증권이 스스로 법적인 책임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NH투자증권을 규탄하고 있다. ⓒ 뉴시스

게다가 선지급 혹은 배상을 선택할 경우 실적에도 큰 충격을 주게 된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펀드 총 판매액 5151억 원 중 84%에 달하는 4327억 원을 판매했기 때문에 70%에 해당되는 투자원금을 선지급할 경우 최소 3000억 원 이상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연간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이 사라지는 셈이다. 

그렇다고 투자자들에 대한 보상안을 외면할 경우 투자자들의 분노는 물론, 브랜드 가치 하락과 고객이탈 현상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또한 금융당국과의 관계 역시 껄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NH투자증권이 결국 투자자들에 대한 보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는 있다. 다만, 한투처럼 선제적 대응이 아닌 법적인 판결이 나와야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 옵티머스자산에 대한 검찰과 금융당국의 수사 및 검사가 진행중에 있고, NH투자증권 역시 현장검사를 받고 있어 추후 금융당국의 조치나 법정 판결을 통해 배상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 경우 NH투자증권은 배임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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