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젠더특보, 피소 전 박 시장에 피소 사실 보고
공개금지 위반 사안이자 수사 전 증거인멸 기회 논란

[민주신문=김현철 기자]

지난 13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가 철거되고 있다. ⓒ 뉴시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당하기 1시간 30분 전에 이미 박 시장은 피소 예정 사실을 안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피해 여성의 고소장이 접수되기도 전에 가해자 쪽에 수사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공무상 인적사항 공개금지 의무를 위반한 사안이자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 성평등 정책 지원을 위해 임명된 임순영 젠더특별보좌관은 지난 8일 오후 3시쯤 성추행 피해자 ㄱ씨가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에 정황을 파악해 박 시장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에 대한 고소장은 이날 4시 30분쯤 접수됐다. 

14일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8일 젠더특보의 보고를 받은 박 시장은 이후 밤 9시께까지 서울시 일부 구청장들과 저녁모임을 했고, 이어 늦은 밤 젠더특보 및 최측근 소수와 비공식 대책회의를 열었다”라고 서울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임 특보는 이같은 사실에 대해 “피소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 특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8일 오후 3시경 박 시장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얘기를 외부로부터 전해 듣고 보고한 것일 뿐 자신은 9일 오전에 성추행 피소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외부 어디서 피소 사실을 전해 들은 것이냐는 질문에도 임 특보는 “나중에 조사를 통해 밝히겠다”고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맨 오른쪽)가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이에 대해 고소인 측은 정보 유출 경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13일 피해 호소인 측인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미경 소장은 “서울시장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우리는 목도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수사 정보 유출 경위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시는 박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여성단체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를 호소한 직원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한다며 △피해자의 2차 가해 방지와 일상 복귀 위한 치료상담 등 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민관합동조사단' 구성 △서울시 조직 안정화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날 사전 피소 사실 유포 의혹에 대한 답은 내놓지 않았다. 

회견 후 이어진 질의 응답에서도 “젠더특보만이 알 수 있는 사안이라 내가 말하기보단 민간조사단에서 밝혀질것으로 본다”며 직접적인 대답을 피했다.  

보수단체 등은 이번 사건의 은폐·방조 의혹이나 정보 유출 의혹을 제기하는 고소·고발을 경찰과 검찰 등에 접수한 상태다. 야권에서도 국정조사를 열어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과 함께 통화 내역 조사도 하기로 하고 통신 영장을 14일 신청해 발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성추행 의혹이나 사망 전 행적 등과 관련한 정보를 담고 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박 전 시장을 둘러싼 성추행 의혹의 사실관계 확인뿐 아니라, 고소 사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유출된 것인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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