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동 기대되는 30대 스타 1위, 자신감·당돌함의 배우
# 우리 사회에서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할 만한 공식 미인

30대여성 연기자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가운데 최근 <스포츠조선>의 여론조사에서 고소영이 ‘활동이 기대되는 30대 스타’ 1위를 차지했다. <스포츠조선은>은 지난달 28일부터 3일간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들의 투표를 실시한 결과 8명의 후보 34.7%라는 놀라운 지지를 받았다.
고소영은 지난 여름 공포영화 ‘아파트’로 개성있는 연기를 선보여 관객들의 찬사를 받은데 이어 이번 투표에서도 1위를 차지해 하반기 개봉예정인 영화 ‘언니가 간다’ 흥행에 청신호를 켰다.

1972년생인 고소영은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35세다. 고소영은 후천적인 섹시스타로 불리는 일부 연예인들과는 달리 선천적인 미모를 타고났다는 평을 받는다. 이로 인해 그는 자신감과 당돌함이 베여 있고 이를 트레이드마크로 삼는다.

몇 년 전 고소영은 KBS 한 연예프로의 ‘공주병일 것 같은 연예인’ 여론조사에서 4위를 차지한적이 있다. 이와 관련 연예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당돌하며 자신감 넘치는 시선과 맺고 끊음이 분명한 성격을 지닌 고소영의 깊은 성격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자아도취’의 일면으로 치부되기 쉽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 똑 부러지는 신세대의 이미지를 대표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비너스 고소영.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남자들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그녀의 연기에 각종 미디어들은 톡톡 튀는 신세대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지겨우리만큼 달았고, 실제 대중들도 유독 그녀에게만큼은 관대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고소영은 앙큼한 고양이 같은 매력으로 대중들 앞에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간과 관계없이 고소영이라는 이름은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긴장감을 가져온다. 여배우로서는 대단한 승리다.

그 비결은 뭘까. 연기를 잘 해서? 인간성이 좋을 것 같아서? 연예계 관계자들은 “노(No)”라고 말한다.
일단 고소영이라는 배우는 철저히 얼굴로 몸으로 3분의 2는 먹고(?) 들어가는 축복 받은 연기자라고 할 수 있다. 코 위의 작은 점까지 의미심장한 얼굴과 깡마르지 않은 균형잡힌 몸매는 매혹적이다. 살이잘 찌는 체질이라 본인 스스로는 피나는 다이어트와 철저한 피부관리를 한다지만 어쨌든 그녀는 우리 사회 루키즘(외모지상주의)을 조장할 만한 공식 미인이다.

발빠르고 감각이 뛰어난 광고주들은 그녀에게 신용카드와 휴대폰, 가전제품까지 안기며 상업주의의 잇속을 챙겼다. 고소영 역시 휴식기를 가지는 동안에도 CF에는 얼굴을 종종 비치며 단발에 억대 금액을 거머쥐기도했다.
고소영은 ‘싫은데 싫은데’ 하면서도 눈길이 가는 얼굴이다. 크게 뜬 동그란 눈과 도톰한 입술을 두고 일부 극성 팬들은 “간이라도 빼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다”라고 말한다. 제품의 소비를 부추겨야 하는 업계측에서는 그야말로 고소영은 최고의 모델이 아닐 수 없다.

고소영은 말그대로 ‘스타’다. 인터뷰를 할 때면 “사생활은 얘기 안해요”라며 미리 연막을 치고, 방송 프로그램 녹화 중에도 자신의 촬영분이 끝나면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써있는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기 일쑤다.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새침데기같은 언행으로 인해 안티 팬들도 많았고 ‘인터뷰 하기 힘든 연예인’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영화 ‘하루’를 같이 만든 한지승 감독은 뒷풀이 자리에서 그녀에게 “소영씨는 사람들을 좀 많이 만나라. 술 한잔 하면서 지내보면 사람들이 차갑다고 안 할거다”라고 말했다. 여러사람을 사귀지 않고 소수의 사람들하고만 친하게 지낸 탓에 배우답지 않은 낯가림과 소심증이 있다는 말을 듣는데서 나온 말이다.

이와 관련, 고소영과 함께 영화를 찍어본 이성재는 “한 시간 이상 함께 있어보세요. 어찌나 살갑게 조잘대는지 꼭 집에 두고 온 귀여운 여동생 같다니까요”라고 말한다.

거침없는 솔직 발랄한 성격도 그녀를 대표하는 이미지다. 1992년 KBS 특채로 입사, ‘내일은 사랑’으로 데뷔해 ‘엄마의 바다’, ‘아들의 여자’ 등에서 그녀가 보여준 캐릭터들은 모두 ‘할 말은 하는 젊은 여성’이었다. 충무로로 발을 넓혀 찍은 영화 ‘구미호’, ‘비트’,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등에서의 모습도 역시 한결 같았다.

연기자가 아닌 실제의 고소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생각하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이다. 허나 한국 연예계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나처럼 자신의 기분을 표현했다가는 삽시간에 입방아에 오른다.” 얼마 전 일본의 유명 시사 주간지 <아에라>와의 커버 스토리에서 그녀가 밝힌 내용이다.

보통의 연예인들이 연기된 솔직함을 흘리는 것과 달리 고소영 식의 솔직함은 색깔이 분명 다르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하기 싫은 것, 불편한 것을 구체적으로 나열할 뿐만 아니라 이니셜이 아닌 이름까지 하나 하나 거론해 기자들이 알아서 걸러 기사화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타인에 대한 경계의 장막이 두터워서이지 일단 그 벽이 허물어지면 세상 누구보다 투명한 것이 고소영이다.

심은하, 전도연과 함께 1990년대 영화계를 이끈 트로이카로 불리지만 그녀의 영화운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드라마나 CF에 비해 대박을 터트린 영화는 아직 없었고 그녀 역시도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썩 만족스러워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있다면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하루’다.

‘러브’ 이후 1년 반만에 출연한 이 영화에서 그녀는 비극적인 젊은 임산부 역할을 맡아 절제되고 집중력 있는 내면연기를 침착하게 보여줬다. “저 여인이 우리가 알던 고소영이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한석규와 열연한 ‘이중간첩’에서의 윤수미 역할도 배우로서의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인다. 시종일관 흔들리지 않는 감정선을 유지하기 위해 영화 촬영이 끝나는 날까지 철저히 윤수미로 살았다. 흥행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영화에 대한 열정과 의욕은 몇 배 더 커졌다.

“여배우가 단순히 예쁘게 보이는 것 말고 심리적, 정서적 충돌이 심하게 보이는 영화를 찍고 싶다. 가령 ‘디 아더스’ 같은…. 나 스스로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틈 나는대로 책을 읽는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인생의 깊이,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알고 싶어서다”

장르를 바꿔갈 때마다, 세계 시장을 향해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자신에게 고착된 이미지를 털어낼 때마다, 그녀는 어려운 시험에 빠져들 것이다. 때때로 자신감과 열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을 것이다. 이제 누구보다 고소영 자신의 능력이 중요해진 것이다.

내·외적으로 충만한 연기를 보여줄 때 ‘오! 역시 고소영’을 외치던 추종자들의 줄은 더욱 길어질 것이고 치고 올라오는 후배 연기자들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고소영’이라는 네임 브랜드가 주는 절대매혹을 계속 간직하느냐 못하느냐는 전적으로 그녀에게 달렸다.

김민경 기자 flyingmk73@naver.co.kr


- 고소영·고현정·장진영 ‘변신은 무죄’

톱스타 여배우들이 영화 속에서 신선한 변신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개봉한 ‘해변의 여인’ 의 고현정,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장진영을 비롯, 12월 개봉 예정 영화 ‘언니가 간다’의 고소영까지 모두 독특한 캐릭터로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30대를 맞은 이들은 모두 영화 속 변신을 통해 연기 영역의 확장과 기존 이미지의 전복을 꾀하고 있다.
고소영은 영화 ‘언니가 간다’로 첫 코믹연기에 도전한다. 남자를 잘못 만나 자신의 인생이 꼬였다고 믿는 서른살의 여자가 인생을 뒤바꾸기 위해 12년 전 과거로 돌아가 펼치는 활약상을 담은 코믹 로맨스물로 고소영의 연기변신이 눈길을 끈다.

영화 ‘해변의 여인’으로 첫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 고현정은 감정표현이 자유로운 여자 ‘문숙’ 역을 맡아 애인 몰래 다른 남자와 하룻밤 정사를 벌이는 등 기존의 단아하고 우아한 이미지에서 탈피, 솔직하며 대범한 변신을 선보였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서 당당하고 섹시한 룸살롱 아가씨 ‘연아’ 역을 맡은 장진영의 연기변신도 눈에 띈다. 기존의 세련된 이미지 대신 애인이 있는 남자에게 과감하게 대시하고 거침없는 몸싸움과 욕설로 연기파 배우의 명성을 굳혔다.

당당하고 솔직함이 무기인 영화계의 30대 연기자 고소영, 고현정, 장진영. 그녀들의 새로운 변신을 보는 것만으로도 하반기 극장가의 재미는 쏠쏠하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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