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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CAR] 가질 수 없는 향기, 페라리 몬디알 T 카브리올레
  • 육동윤 기자
  • 승인 2020.07.0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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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향기 영화 장면 캡쳐]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눈 밑에 작은 흉터, 그리고 강렬한 인상의 카리스마로 할리우드 영화의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배우 ‘알파치노’. 그를 말할 때 떠오르는 영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 시대의 명작으로 꼽히는 대부(God Father)?, 혹은 스카페이스(Scarface)? 아니면 키아누리브스와 호흡을 맞췄던 데빌스 에드버킷(The Devil’s Advocate)?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상 탓에 다소 험악한 내용 영화에 많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의 최고 명작은 뭐니뭐니해도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다. 마틴 브레스트 감독의 1992년 작품으로 흥행에 성공했음은 물론, 영화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점수를 얻었던 영화다.

간단한 줄거리를 읊어 보자면, 어느날 눈이 먼 퇴역 장교 프랭크 슬레이드(알파치노 분)가 삶의 의욕을 잃고 자살을 결심한다. 그러던 중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는 고등학생 찰리(크리스 오도넬 분)를 만나 인생의 깊고도 달콤한 마지막 인생의 맛을 경험하는 이야기다. 90년 대 초 워낙에 유명했던 영화다. 지금 30, 40세대들은 한 번쯤 봤을 것이며,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것들을 동경했을 정도다. 색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X세대의 풍토도 아마 여기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무리한 생각도 해본다.

[여인의 향기 영화 장면 캡쳐]

영화 속 가장 기억에 남는 두 장면이 있다. 하나는 눈 먼 프랭크가 페라리 몬디알 T 카브리올레를 운전하는 장면이다. 사고로 시력을 잃은 프랭크가 후유증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을 때 한 번쯤 옛 생각을 되뇌며 타보고 싶어라 했던 차다. V8 3.4리터 미드 엔진을 달고 우렁찬 엔진음을 뿜어내는 이 차는 빨간색 오픈톱 스타일의 GT 모델로, 유명한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이너 피닌파리나가 만들어낸 차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런 차들은 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1985년부터 1988년까지 810대가 생산됐다. 하지만 사실 몬디알 카브리올레 T 모델은, 뭐랄까, 페라리치고는 보급형 모델에 속했다. 역대 다른 모델들에 비해 파워가 약했다고 할까? 당시, 페라리는 경영 위기였으며, 모터스포츠에서도 맥라렌, 포르쉐 등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시기였다. 하이퍼카라 불리는 초고성능 차량들의 생산을 잠시 뒤로 하고 한 발치 물러서 상황을 지켜본 것이 아닐까? 하지만 몬디알 T 카브리올레도 페라리의 정체성을 잃지 않은 모델이다. 3리터가 넘는 엔진에 270마력 엔진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6.3초에 불과했다.

또 하나의 명장면은 프랭크가 고급 레스토랑에서 여인과 탱고를 추는 장면이다. 댄스의 열풍이 불었던 것은, 1~20년 전에 젊은 청춘 남녀들의 마음에 불을 싸질렀던 패트릭 스웨이지의 ‘더티 댄싱(Dirty Dancing, 1987)’에서부터다. 이후 리차드 기어의 ‘쉘 위 댄스(Shall We Dance? 2004)도 인기를 끌었다. 여인의 향기에서 나오는 알파치노의 탱고 장면도 손에 꼽히는 댄스씬으로 알려져 있다. 흘러나오는 음악은 고풍스런 분위기나 격식 있는(?), 그리고 살짝은 그 분위기에서 일탈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울릴 법한 느낌의 곡이다. 제목은 '포르 우나 카베사(Por una cabeza, 카를로스 가델이 작곡했다)'. 아르헤티나를 대표하는 곡처럼 여겨지며, 온갖 영화에도 삽입됐다. 한때 모차르트 표절 의혹까지 있었지만 모두에게 유명한 곡이다. 스페인어로 의역한 것이 ’한 사람을 위한‘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물론 직역하면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프랭크는 뉴욕 여행을 후회 없이 마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을 계획이었다. 그리고 페라리 몬디알 T 카브리올레를 타고 원 없이 달려봤고, 아름다운 여인과 포르 우나 카베사 리듬에 맞춰 탱고도 춰봤다. 이 모든 것이 죽기 전 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였던 셈이다. 영화 속에서 프랭크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여자이고, 그 다음은 페라리다”라며, 이 상황을 넌지시 언급하기도 했다. 노래 가사의 내용처럼 죽음을 앞두고도 좋아하는 것은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사실 원곡 노래에도 도박에 관련된 내용이 있다고 한다.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나 스스로 시안부 인생을 만들어 산다면 어떤 버킷리스트를 만들 수 있을까?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고성능 스포츠카로 운전을 해본다? 얼마나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는지 모르지만, 그저 향기가 좋은 여인과 탱고를 춘다? 지금으로써는 상상이 가지 않는 장면이지만, 한편으로 그 기분이 이해가 되기는 한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아름다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로망은 있지만,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만족이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영화의 엔딩도 그러한 메시지를 남기는 듯했다.

[여인의 향기 영화 포스터]

육동윤 기자  ydy33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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