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경력 ‘전무’하고, 최대주주 밀어주기 ‘의혹’ 일어

사진=허홍국 기자, KB금융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홈앤쇼핑이 지난달 신임대표로 내정한 김옥찬 전 KB금융지주 사장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금융통’인데다 유통업계 경력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 내정자는 홈앤쇼핑 최대주주인 중소기업중앙회의 대표 밀어주기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19일 홈쇼핑업계와 홈앤쇼핑 일부주주 등에 따르면 홈앤쇼핑 김 대표 체제의 출범이 코앞이다. 김 내정자는 오는 23일 열리는 주주총회 의결과 이사회 의결을 거치면 공식 대표이사가 된다. CEO로서는 SGI서울보증에 이어 두 번째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김 대표 내정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금융통’으로 불리는 만큼 재무에 밝지만 유통업계 경험은 전무(全無)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CEO는 재무라인보다 상품개발 및 영업분야의 전문가가 발탁돼 왔다. 유통업 특성상 트렌드에 영향을 받는 만큼 유통 전반을 꿰뚫고 있어야 실적을 끌어올리고, 선택과 집중도 가능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그의 발탁이 내년 TV홈쇼핑 재승인을 앞둔 경영정상화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보고 있지만 현재 홈쇼핑 업계가 처한 현실에 비춰 보면 맞지 않는다.

지난해 TV홈쇼핑 역대 최대 취급 규모인 20조원을 넘어섰지만, TV방송 취급액 비중은 50% 아래로 내려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전체 시장은 성장했지만 방송 취급액 비중은 줄고 있는 것. 반대로 쇼핑을 제약 없이 즐기고 즉시 구매가능한 모바일 쇼핑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TV홈쇼핑과 T커머스까지 총 17개에 이르는 쇼핑 방송 경쟁이 치열해졌고, 케이블 TV 송출수수료 인상 여파에 따른 IPTV 수수료 상승에 이르기까지 유통업상 경영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홈앤쇼핑 2020년 이사회 활동.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내정 강행 배경은

이런 가운데 ‘금융통’ 신임 대표 내정 강행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6개월 넘게 대표이사 공백 사태가 지속된 가운데 이례적인 인물이 낙점됐기 때문. 달리 보면 유통업계에 문외한 인사다.

신임 대표 내정자는 KB국민은행 출신으로 관악지점장과 방카슈랑스부장, 재무관리본부장과 재무관리그룹 부행장을 거쳐 2013년 6월 KB국민은행 은행장 직무대행을 맡았고, 같은 해 7월 19일 부행장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그 이후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레이팅스 한국지점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14년 10월부터 1년간 SGI서울보증 사장을 역임한 후 2016년 1월 KB금융지주 사장으로 돌아왔다가 2017년 11월 물러났다.

주목할 것은 사회공헌 기부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19일 사임한 최종삼 전 대표이사다. 최 전 대표는 지난해 3월 홈앤쇼핑 주주총회에서 해임안이 제기됐지만, 주요 대주주의 반대로 부결됐다. 최 대표 비리 의혹은 지난해 10월 경찰 압수수색 전부터 주주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일부 주주들은 이례적인 CEO 내정에 홈앤쇼핑 1대 주주인 중소기업중앙회를 주목한다. 더 엄밀히 보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겸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이다. 중기중앙회는 최 전 대표 해임안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시 대표 해임을 반대하는 표는 전체 주식의 85.96%로 압도적이었다. 올해 1분기 보고서에 공개된 홈쇼핑 지분은 중소기업중앙회가 32.83%이고, 그 다음으로 농협경제지주 19.94%, 중소기업유통센터 14.96%, 중소기업은행 9.97%의 지분을 갖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일부 주주들은 최 전 대표이사가 지난해 11월 비리혐의로 퇴임한 뒤 대표 직무대행 체제라는 변칙 경영체제로 운영된 것에도 중기중앙회가 뒤에 있다고 본다. 현직 교수인 최상명 사외이사가 사외이사 중 비상경영위원장이라는 직함으로 회사 경영을 맡아 대표 직무 대행을 임시로 맡도록 한 것이 김 회장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김 회장이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인 만큼 그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게 일부 주주들의 주장이다. 이 당시 이사회에는 한 두 달 전부터 홈앤쇼핑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은 이원섭 경영지원본부장(현 부사장)도 있었다.

일부 주주들은 이런 점들을 비춰볼 때 이번 신임 대표 내정에도 김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쉽게 말해 최대주주가 대표 밀어주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홈앤쇼핑 정관.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사회 ‘셀프평가’도 문제

홈앤쇼핑 이사회의 셀프(자기)평가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사회는 최종삼 대표이사 중도퇴진으로 9명의 멤버에서 8명 전원이 사외이사로만 구성됐다. 이 당시인 지난해 12월 이사회는 비상경영위원장이라는 직함으로 회사 경영을 최상명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그해 경영 성과가 좋았던 것에 대해 일조했다는 이유를 들어 이사회 전원에 대해 연말 성과급 1000만원씩 지급하기로 의결했다. 대상은 최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회 의장인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과 오동윤, 노승재, 안정호, 마재량, 박인봉, 전대성 등 8인의 사외이사이다. 이 이사회 의결은 올해 1월 집행됐다.

더욱이 이사회 의장으로서 이 같은 행위를 말려야하는 김 회장이 이에 동조해 자기 평가를 한 것은 배임 여지도 있다.

또한 사내 경영진 없는 틈을 타 자신들의 이른바 ‘셀프 돈 잔치’를 한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회계업계에서도 셀프평가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성과를 스스로 평가하는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이사회가 자기평가를 통해 성과를 따지는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최 비상위원장이 회사를 맡은 후 지난 연말까지 43일간 회사 실적은 2018년 대비 마이너스 역성장한 것으로 알려졌고, 그런 상황에서도 별도 대표이사 성과급으로도 1600만원을 또다시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최 위원장은 현재 우석대 교수로서, 여당 추천 몫으로 사외이사에 임명된 인물이다.

사진=카카오맵

일부 홈앤쇼핑 일부 주주입장에서는 이사진 중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상근임원이 단 1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이사들 전원을 사외이사로 충원한 것부터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일부 주주들은 중기중앙회가 이사회를 발판으로 회사 경영체제를 장악하기 위한 편법으로 사내이사 1인 사외이사 8인이라는 기형적인 이사회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중앙회는 김 회장의 홈앤쇼핑 경영상 개입 의혹에 대해 할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민주신문과 통화에서 “따로 할말이 없다”며 “자세한 것은 홈앤쇼핑 측에 물어달라”고 말했다.

홈앤쇼핑 측은 1000만원 성과급 지급 사실 여부와 유통업계 출신이 아닌 금융권 출신 발탁 이유에 대해 직접 만나 질의했으나, 회신하지 않고 입을 닫은 상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