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자리는 드러나지 않으면 좋지만 없어서는 안 될 조직”
“일률적인 사고보다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세상을 꿈꾸다”

 


“지게를 세우려면 작대기 없이 두 다리만으로 설 수가 없다. 작대기는 지게 전체에 비해 가늘고 보잘 것 없는 부분이지만 중심을 잡고 바로 서기 위해서는 작대기가 꼭 필요하다”

[민주신문=김현철 기자] 유 상임감사는 감사 업무의 본질은 지게에 작대기 같은 역할이라고 말한다. 감사라고 하면 날카롭고 차가운 도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데 그는 원래 농부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 농업분야 신지식인 출신이다. 그 이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우수한 농업 기술을 전파하고자 카자흐스탄에서 5년, 보루네오에서 4년 반을 해외농업개발 관련 일을 했다. 

식량안보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결국은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천착하게 됐고 이곳 일자리재단 감사 자리까지 오게 됐다. 故 김근태 의장을 20년간 모시며 한반도재단 활동을 하는 등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과 따뜻한 시장경제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고 하니 정치적으로도 아예 무관하지는 않다.

그가 상임감사로 오면서 중점을 둔 사업은 사전 예방적 차원의 감사 시스템 도입이었다. 원활하고 효과적인 감사 체계가 작동하려면 사후 감사보다 사전 감사에 치중하는 게 맞다는 철학 때문이다. 직원들과 토론도 많이 했다고 한다. 성과로 보여진 것이 반부패·청렴TF, 감사자문위원회 개최, 현장으로 찾아가는 청렴상담센터 운영 등이다.

1350만 경기도민이 더 많은 일자리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각종 일자리 정보 제공과 양질의 직업 알선, 직업교육 및 단계별 여성 창업 지원 등 다양한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경기일자리재단. 그곳의 청렴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유재석 상임감사를 만나보자. 

경기도일자리재단은 어떤 일은 하는 곳인가? 
경기도일자리재단은 경기일자리센터, 경기여성능력개발센터, 경기북부여성비전센터, 경기도기술학교 등 도내 4개의 일자리 관련 기관을 통합해 2016년 공식 출범한 전국 지자체 최초의 고용알선 서비스 기관이다. 경기도민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소개하고 취업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다. 또한 취업과 창업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직업교육과 훈련을 제공한다. 더 많은 도민들이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기도일자리재단의 역할이다.  

재단의 상임감사 직책을 맡고 있는데, 어떤 업무를 하는지 궁금하다. 
재단을 운영하는데 있어 체계적인 감사시스템을 갖추고 효과적인 감사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감사·청렴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감사활동을 통한 내부견제시스템 활성화도 좋지만, 부패행위에 대한 사전예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최근에는 감사활동 뿐만 아니라, 부패사전예방기능 강화를 위한 청렴 활동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감사를 진행하면서 주안점을 두고 하는 것은? 
지속적인 청렴교육과 청렴 알리미제도 등을 통해 무지에서 올 수 있는 부패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금 공직사회는 투명성과 공공성이라는 개념이 형성돼 예전만큼 중범죄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간혹 절차를 몰라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사전 교육을 통한 예방에 힘쓰고 있다. 

취임하고 나서 달라진 사업이 있는가?  
문제가 발생한 뒤에 일을 처리하거나 조사를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제가 오고 나서 고민한 건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차단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였다. 직원들과 토론을 통해 문제점을 찾아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직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독려했고 자율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실행하게 된 몇 가지 사업들이 있다. 
△반부패·청렴TF운영 △청렴지킴이&팔로워 지정 △행동강령지침 개정 등이 그것이다. 모두 부패 취약분야의 사전통제 같은 역할을 하는 제도라고 보면 된다. 일 년 가까이 해오고 있는데 예방적 감사라는 차원에서 훨씬 효율이 높았다고 본다.  

재단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주된 역할이라 관계가 불편하진 않은지 궁금하다.  
감사는 지원하는 부서다. 재단을 운영하는 공동 임원으로서 사업이 순탄하게 잘 운영되어 가도록 지원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지게에 많은 짐을 올리기 위해선 작대기가 필요하듯이 감사 업무는 지게의 작대기처럼 가급적이면 적게 드러나면서 전체적으로 사업의 중심을 잡는 역할이어야 한다. 전체에 비해 가늘고 보잘 것 없지만 지게를 지탱하는 힘. 그게 감사다. 그래서 견제의 역할도 있지만 사업이 잘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조화를 항상 생각하며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감사 업무의 애로 사항은? 
함께 해오던 동료를 행정처분하고 하는 것은 인간적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잘못이 있으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괴로운 건 어쩔 수가 없다. 다 챙기고 받아 줄 수 없는 것들에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 
또한 구성인들 간에 인간적 관계에서 오는 서운함으로 관계 악화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심리치료 전문가나 외부 강사를 초청해 심리치료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재난소득 기부에 동참했다고 들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국가경제가 위기 상황이다. 재단 특성상 주변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자주 보게 된다. 재단도 위기 속에서 일자리 대책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등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의 구제 방안에 대해서 더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일자리 문제나 기업의 고용형태 등 한국이 가야할 방향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이후는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 사람들은 기원전, 기원후(BC, AD)를 빗대어 코로나 이후 시대를 AD(After Disease)라 부르기도 한다. 권고사직, 채용축소, 고용형태 변화에 따라 정부의 일자리 정책, 경기도일자리재단의 일자리사업 방향성도 코로나 이전과 달라져야 할 것이다.  
기업은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는 대신 임금인상을 동결하는 ‘위기협약’을 체결한다던지 기업과 근로자가 서로 양보하고 상생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는 기업과 근로자에게 재정을 지원하고, 기업은 고용을 보장하고, 근로자는 임금을 양보해 정부-기업-노동자 간 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 덧붙여 지금 정치권에서 부는 기본소득의 대한 논의가 더 치열하고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감사 업무를 진행하면서 잘했던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재단에 와서 가장 우선적으로 한 것은 감사팀의 전문성과 감사체계 확보였다.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감사자문위원회를 조직하고 감사부서 직원들이 감사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장려했다. 또한 감사부서의 인원 충원을 통해 각 분야별로 전담 인력을 배분했다. 현 감사부서의 전문성과 체제는 전에 비해 현저히 좋아졌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직원과의 소통을 좀 더 하지 못한 부분이다. 청렴간담회, 워크숍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직원들을 만났지만,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자주 갖지 못한 점이 아쉽다. 

마지막으로 남은 임기동안의 사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지금의 감사 체계가 더욱 더 선진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감사와 관련한 규정에 대해서도 개정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적극 행정 실현을 위한 사전컨설팅감사 운영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공직사회에 청렴 문화가 확고하게 정착됐으면 한다.  
또한 AI, 4차산업혁명 등 앞으로 일자리 문제는 더 중요한 현안이 될 것이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은 타시도에서 부러워하는 모델이다. 일자리문제 해결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그런 역할을 위해 노력하겠다.  

문학 활동을 즐긴다는 유 상임감사는 시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세 자녀를 모두 제도권 교육이 아닌 홈스쿨링으로 스스로 사고하고,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키웠다고도 했다.  그도 어릴적 집을 나와 세상을 맨 몸으로 부딪쳐 본 경험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며 모두가 한 방향만을 바라보고 살아가기 보다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삶에 애착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률적인 사고보다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세상을 꿈 꾼다는 유 상임감사. 독특한 그의 이력만큼이나 타인에 대한 존중, 모두를 포함하고자 하는 그의 철학을 바탕으로 경기도일자리재단과 감사실이 도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단단한 조직으로 승승장구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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