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권고 받은 은행 6곳 중 4곳 거부... 우리은행만 유일하게 수용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이민성 기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금융당국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키코 피해기업 4개(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에 대한 배상권고를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한은행 측은 키코 배상 거부와 관련해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나, 복수 법무법인의 의견을 참고해 은행 내부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심사숙고 끝에 수락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최종적으로 이사회를 통해 결정했다"고 했다.

하나은행 측도 "장기간의 심도깊은 사실관계 확인과 법률적 검토를 바탕으로 이사진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금감원 조정안을 불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두 은행은 키코와 관련해 법원 판결을 받지 않은 나머지 기업 가운데 금감원이 자율조정 합의를 권고한 추가 기업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검토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키코 사태와 관련해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이 있다며 피해기업 4곳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금감원이 피해금액과 배상비율을 바탕으로 산정한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순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우리은행이 유일하게 분쟁 조정을 수용하고 지난 2월 배상금 지급까지 끝냈다. 씨티은행과 산업은행은 지난 3월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나머지 은행들은 금감원 분쟁조정 결과가 나온 이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수락 여부를 통보하는 기간을 5차례나 연장했다.

이처럼 배상을 주저했던 이유는 '소멸시효'를 근거로 들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발생한 키코사태는 손해배상 소멸시효 10년이 지나 배상을 진행하는 것은 주주나 회사 이익에 반하는 '배임'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은행이 은행업감독규정 절차를 충족하면서 일반인이 통상적으로 이해하는 범위 내에서 키코 피해기업에 대해 지불하는 것은 은행법 제34조의2를 위반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은행법 제34조의2에서는 은행이 은행 업무와 관련해 '정상적인 수준'을 초과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불건전 영업행위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준법감시인 사전 보고 ▲이사회 의결·사후 정기적 보고 ▲내부통제기준 운영 ▲10억원 초과 시 홈페이지 등 공시 등의 절차만 지킨다면 키코 배상이 은행법 위반이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았지만, 은행들은 이날 이사회 논의 끝에 배상권고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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