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 뒤에 숨은 못된 손 ‘갈수록 가관’
수지·한승연 등 여자 아이돌 악플러 몸살, 팬과의 소통 창구 위협으로 부작용 속출
일부 연예기획사 ‘계정 금지령’, “SNS서 연예인 괴롭히기는 일종의 놀이” 큰 문제
여자 아이돌스타들이 때아닌 SNS 몸살을 앓고 있다. 즉각적이고 직접적이어서 매력적인 SNS가 위협의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아이돌스타들은 전 세계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등이 열어준 ‘SNS 시대’에 금세 동참했지만,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도 넘은 스타 괴롭히기
많은 이들이 SNS 덕분에 쉽게 ‘친구’가 될 수 있고, 몇 년 전처럼 ‘파도’를 타지 않아도 ‘팔촌 친구’들의 소식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연예인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대중과 먼 관계에 놓였던 이들이 SNS 시대의 도래와 함께 스스로를 내려놓았다. SNS 계정을 만들어 자신의 근황을 사진으로 올리고 바쁜 활동 와중에도 차로 이동하는 시간을 쪼개 팬들이 보내준 글에 힘을 얻고 답을 보내기도 했다. 방송이나 라디오에 나와서만 할 수 있었던 이야기들도 SNS에서 언제든 자유자재로 털어놓곤 한다. SNS는 스타에겐 편안한 안식처이자 팬들에겐 행복한 소통 창구처럼 보였다.
이러한 창구가 ‘불통의 시대’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모두가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SNS의 장점은 도리어 누구든 비방하고 불쾌함을 줄 수 있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동안 ‘쉬쉬’하며 조용히 SNS를 떠나거나, 상처를 받았다는 암시를 하는데 그쳤던 아이돌스타들이 고통 속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걸그룹 카라의 한승연은 지난 12월 24일 트위터에 ‘악플러’에 대한 속상함을 토로했다. 한승연은 “자기 이름 없이 네티즌, 대중이라는 이름 뒤에 숨으면 다들 성인군자가 되고 전문가가 되나봐요?”라며 “역겨우면 안보면 되고 싫으면 그냥 두면 되는데 본인에게 그 마음을 꼭 전해야 직성이 풀리나요?”라고 적었다.
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는 아예 법적 대응에까지 나섰다. 최근 한 네티즌이 수지의 트위터 계정으로 음란 행위를 연상시키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내자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 측은 강남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일방적으로 친구관계를 맺을 수 있는 SNS의 ‘막강한 친화력’이 오히려 칼이 돼 수지를 찌른 셈이다.
JYP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연예인으로서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고 스스로도 안식을 얻는 곳이 요즘은 SNS다”면서 “게다가 수지의 경우엔 미성년자로 큰 충격과 상처를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연예인의 마음을 몰라주고 너무나 쉽게 비방하고 손가락질하는 태도는 소통하려는 이들의 입을 막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중은 경악했다. 아직 미성년자인 수지에게 벌어진 일이라 더욱 놀랐다. 이는 지금까지 악성 댓글로 대표되던 악의적 네티즌들의 행동이 좀 더 치밀하고 잔인하게 바뀌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성년자에게까지 뻗친 악의적 괴롭힘. 대체 얼마나 심각한 걸까.
앞서 가수 김소리는 분실 휴대전화에 담긴 사생활 사진이 한 네티즌에 의해 유출됐다 해당 네티즌의 사과와 각서를 받고 용서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최근 인터넷상에 ‘가수 소리 사생활 유출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이 나돈 뒤 김소리는 공개적으로 최초 유포자 색출에 나섰고, 문제의 네티즌은 김소리 소속사를 찾아 사과했다.
지난 4월 16일 원더걸스 소희도 수지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대학생 이모씨(22)는 트위터를 통해 소희에게 지속적으로 약 150회에 걸쳐 성적 모욕성 발언이 담긴 멘션을 보냈다. 이모씨는 소희가 자신의 여자친구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JYP 측은 법적대응에 나섰고 이모씨는 지난 11일 구속됐다.
이런 성희롱은 걸그룹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10월 17일 한 네티즌은 방송인 안선영에게 “TV에서 매일 골드미스니 돈 잘 번다며 자랑질 하던데 도대체 C급 연예인이 그렇게 잘벌면 A급들은 얼마나 벌기에… 이쁘지도 않은데 예쁜 척하며 돈 많다 자랑 좀 그만해라”는 멘션을 보내며 수치심을 안겼다.
이에 안선영은 “C급인 줄은 모르겠고 B컵입니다만”이란 글을 남기며 쿨하게 대응했지만 이후로도 비슷한 멘션에 여러 차례 시달려야 했다.
KBS 김보민 아나운서 역시 수치심을 주는 악성 댓글로 상처받아야 했다. 한 네티즌은 김보민 아나운서 트위터에 “동네 아줌마가 마실 나온 것도 아니고 살 좀 빼세요. 요즘 방송 보면 상체 비만 하체 비만 장난 아니던데 방송이 장난인가요? 가뜩이나 이미지도 안 좋으신데 나아지긴 커녕 갈수록 비디오적으로도 오디오적으로도 모두 엉망이 돼 가면 어쩌라는 건지”라는 글을 남겼다.
이는 분명히 여성의 외모를 비하하는 내용. 어떤 의미에서 성추행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 발언이다.
이에 김보민은 “저 44.5킬로그램입니다. 아나운서 공채29기에 올해로 9년 차고요, 결혼 5년 차에 4살 아들 하나 있습니다. 지적 고맙습니다. 못 생기고 살쪄서 전 어쩌죠? 더 노력하겠습니다. 눈물이 나네요. 제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느낌이어서요”라고 답하며 상황을 마무리지었다.
이처럼 연예인들이 온라인상에서 익명의 네티즌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SNS로 인한 괴롭힘의 정도가 더욱 심해진 반면, 그 수단은 더 간편해졌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로 인한 연예인들의 고충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연예인에 대한 악플은 인기의 반대급부라 생각하고 그냥 참고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성희롱이나 음란한 내용은 이미 정도를 넘어선 것”이라면서 “SNS를 통한 ‘연예인 괴롭히기’를 일종의 ‘놀이’로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이에 대한 대응책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만인의 사랑을 받는 스타의 입장에서 대중에게 한 발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소통의 공간으로 SNS를 선택했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경우 마땅히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많지 않다. 그렇다고 SNS를 외면하는 건 또 다른 ‘불통’의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연예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