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출시 만 3년도 채 되지 않아 월 송금 1조원 넘고, 은행ㆍ증권업 진출 광폭 행보
네이버ㆍ카카오ㆍ삼성 등 대기업과 간편결제 시장 자존심 건 ‘한판 승부’ 대결 앞둬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이사가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비바리퍼블리카 본사에서 열린 토스뱅크 기자간담회에서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국내 경기가 코로나 펜데믹 여파로 침체로 돌아섰다. KDI는 이달 올해 경제 상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0.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최근 국내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경기 전반이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그나마 경제성장률이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경기 침체 폭이 작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한국산업을 이끌던 반도체와 화학 등 관련업계 성장도 한계에 직면해 신성장 사업을 이끌 기업이 필요해졌다. 향후 신성장 사업 측정 핵심 지표로 언급되는 게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되는 ‘유니콘 기업’이다. 현재까지 11개 기업이 선정됐고, 유니콘기업 범주도 IT정보기술 분야에서 바이오까지 외연을 넓히며 확장하는 분위기다. 이에 향후 신성장 사업을 이끌 유니콘 기업들의 성장과 현재, 미래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로벌 핀테크 1위 중국 알리바바 그룹 앤트파이낸셜(Ant Financial)을 넘보는 저력 있는 기업이 국내에서 나올까. 그 가능성을 꼽자면 모바일 금융 서비스 ‘토스’(Toss)를 운영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다. 간편결제서비스 앱 토스가 출시 2년 9개월 만에 글로벌 핀테크 35위로 선정되면서 국내외 핀테크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이 같은 데뷔는 3년 연속 글로벌 핀테크 50대 리딩 기업이라는 기염을 토해내며 금융업계 안팎에서 주목 받는 핀테크 기업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지난달 창사 후 5년 만에 월간 첫 흑자를 내면서부터 금융업계 긴장도 더해지고 있다.

시작부터 남다른 ‘토스’

비바리퍼블리카는 2013년 8월 설립된 후 2015년 2월 토스 출시로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핵심은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는 간편송금 서비스 앱인 토스가 금융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하면서 시작부터 남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 것. 토스는 받는 사람 전화번호와 보낼 금액, 암호 등을 입력하면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앱이다. 돈 받는 사람은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송금 즉시 이체가 완료돼 시중은행 영업일이나 영업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출시 당시 금융소비자들은 물론 관련업계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런 주목은 토스 출시 5개월 만에 투자로 이어져 토스페이 출시의 발판이 됐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15년 7월 KTB네트워크와 알토스벤처스, IBK기업은행으로부터 총 50억원 가량을 의 투자를 받았다. 이는 토스 확대 서비스인 ‘토스페이’ 밑천으로 사용됐다. 이 당시 복수 전자금융업을 등록 필요 자본금이 부족했는데 투자 유치로 채워진 것. 이로써 2016년 9월 실시간 계좌이체와 무통장입금을 아우르는 계좌기반 결제 시장 진출이 이뤄지는 통합계좌조회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핀테크 스타트 기업으로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 후 2017년 무료신용등급조회서비스와 부동산소액투자 서비스, 대출맞춤추천 서비스를 내놓았고, 2018년에는 창사 이래 최대 않은 총 8가지 신규 금융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였다. 통합 카드 조회서비스와 내 보험 조회서비스, 자동차 보험료 조회 서비스와 내 차 사세조회 서비스, 간편 환전 서비스와 공동계좌 서비스, 마이너스 통장 서비스와 통장 속 금고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주로 금유 소비자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깊은 것들로, 지난해도 지향점이 같은 6가지 신규 서비스를 출시했다. 지난해 출시한 신규 금융 플랫폼 서비스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미니보험 서비스와 아파트 관리비 조회 및 납부 서비스다. 두 서비스가 기존 운전자 보험 등 보험료 납입이 어려운 일반 소비자에게 부담을 덜고, 전체 국민의 50%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필요한 서비스로 평가 받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매서운 영토 확장 ‘어디까지’

비바리퍼블리카는 2017년 11월 토스 출시 만 3년도 채 되지 않아 월 송금 1조원 돌파하더니 그 다음해에 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이제는 은행업에 이어 증권업까지 진출하는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제3인터넷은행으로 토스뱅크가 선정돼 은행업 예비인가를 획득했고, 올해 3월에는 토스준비법인의 금융투자업 예비인가를 받은 상태다. 특히 인터넷은행 진출은 한차례 고배 끝에 따낸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17년 5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서 은행을 운영할 정도의 재무건전성과 해외 벤처투자사(VC)의 지속적인 자금조달능력의 시장 의문으로 탈락한 바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은행업 첫 탈락을 받은 그해 12월 토스 월 송금액 1조원 돌파를 기념해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밝힌 포부와 궤를 같이한다. 당시 이 대표는 송금 앱이 아닌 종합 금융서비스 플랫폼으로 나가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달리 보면 토스를 내놓은 지 3년이 채 되지 않아 달성한 만큼 CEO인 이 대표가 자신감을 내비친 대목이기도 하다.

2020년 5월 현재 토스는 누적 가입자 1700만명, 누적 송금액 90조를 넘어섰다. 토스는 간편 송금 서비스를 시작으로 계좌, 카드, 신용등급, 보험 등 각종 조회 서비스뿐만 아니라 계좌 설계, 적금, 대출 상품 가입 등의 뱅킹 서비스와 P2P, 편드 해외주식 투자 등 투자 서비스까지 금융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명실상부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17년 11월 KPMG와 H2 Ventures에서 선정하는 ‘2017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중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35위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29위까지 상승했다. 현재까지 외부로부터 받은 투자금은 4100억원에 이르며, 기업가치는 2조 7000억원에 달한다.

‘규제 장애’ 넘어선 선두주자

하지만 비바리퍼블리카가 핀테크 스타트업 선두주자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규제’라는 장애를 넘어야 했다. 토스는 2015년 2월 공식 출시에 앞서 그 전년도인 2014년에 핀테크 시장에 선보였지만 철수해야만 했다. 당시 은행법과 자본시장법 규제를 적용받아 다시 접어야만 했던 것. 최근 폐지된 공인인증서 역시 간편결제서비스 앱 서비스의 출현을 막는데 일조했다. 공인인증 제도는 1999년 7월 거래 상대방 신원을 보증하기 위해 전자서명법 시행을 통해 도입된 바 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13년 말부터 2014년 초 방영됐던 TV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작품의 한류 열풍 덕에 토스를 재무장하고 출시할 수 있었다. 이 드라마로 중국 측에서 ‘천송이 코트’ 붐이 일었지만 공인인증서 문제로 홈쇼핑 업계가 수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정부가 규제 개혁이라는 칼을 뽑은 것. 당시 금융당국은 비바리퍼블리카 토스는 “현행법 위반이 아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토스는 새롭게 무장하고 출격하게 됐다. 금융위도 결국 2015년 3월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을 폐지하기에 이른다.

토스도 8전 9기 끝에 성공한 경우다. 비바리퍼블리카는 모바일 SNS 서비스 울라불라, 모바일 투표앱 다보트 등의 서비스도 내놓았지만 주목 받지 못했고, 한때는 어려워 직원 월급도 주지 못한 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말에는 ‘토스 송금 오류’ 사건이 불거져 이미지와 신뢰도에 상처를 입었다. 토스 한 이용자가 지난해 12월 오류로 엉뚱한 사람에게 송금이 됐다는 주장을 펴면서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방이 벌어져 타격을 입은 것. 해당 토스 이용자는 지난달 21일 광주지방법원으로부터 허위 사실 유포에 의한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법원은 “시스템 오류가 아닌 본인이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해 다른 사람 명의 계좌로 보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불필요한 시스템 오류 논란으로 국내 핀테크 산업 대표 주자로 거론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대표 서비스인 토스만 피해를 입는 모양새가 됐다.

서울 강남구 비바리퍼블리카 본사 전경. 사진=허홍국 기자

출시 5년 만에 흑자로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낭보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올해 4월 토스 출시 후 5년 만에 첫 흑자를 내면서 본격적인 이익 성장 궤도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 특히 관련업계에서는 토스라는 탄탄한 플랫폼에 40개가 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앱’을 주목한다. 매출 대부분이 제휴 금융기관과 온라인 사업자 등 B2B에서 발생하는 만큼 온라인, 비대면 서비스로의 전환이 가파르게 진행되는 모습이기 때문.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비대면) 생활 방식이 확산되면서 그 진행 속도는 더해가는 형국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출시 후 매출이 2016년 34억원에서 지난해 약 35배 성장한 1186억원을 달성하며 외형 면에서는 기록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2015년 서비스 개시 후 4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왔지만 올해는 다른 양상이다.

하지만 80조 규모의 치열해진 간편결제 시장에서 네이버와 카카오, 삼성 등 대기업과의 일전은 불가피해졌다. 지난 2015년 2월 비바리퍼블리카를 시작으로 그해 6월 네이버가 진출했고, 그 이듬해인 2월엔 쿠콘, 4월엔 카카오페이, 6월엔 NHN페이코와 엘지유플러스, 2018년 11월엔 핀크가 출시됐다. 디바이스 사업자인 삼성전자도 2015년 8월 처음 출시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출시했고 LG전자도 2017년 6월 LG페이를 선보인 바 있다.

이렇게 ​페이 서비스 경쟁이 치열한 것은 결제 기능이 갖는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단 한 번이라도 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은 다음 번에도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확률이 높아 고객 확보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또 간편결제 시장의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결제액 기준 국내 간편결제시장 규모는 2016년 11조7810억원에서 2018년 80조1453억원으로 무려 약 7배 이상 성장했다.

향후 이용 빈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올해 3월 발표한 2019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모바일 지급서비스 이용자 중 절반 가까이 이용절차의 편리성을 이유로 간편결제서비스나 간편송금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사진=비바리퍼블리카 홈페이지 캡처

치과의사 출신 선장 목표는? 

올해 매출 2000억원 목표를 잡은 비바리퍼블리카 선장은 치과의사 출신 이승건 대표다. 이 대표는 지난해 초 재직 구성원의 연봉을 1.5배 인상하고, 당시 기업 가치 기준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전 직원에 지급하는 등 파격적인 보상안을 선보이며 관심을 받았다.

그가 이런 파격적인 보상을 꺼내든 것은 토스 모든 구성원들이 창업할 수 있는 돈을 마련해 주고 그에 걸맞은 대우와 보상을 하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기조를 이해하려면 존 러스킵의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라는 책을 읽어보면 그가 지향하는 경제 철학적인 지점을 찾을 수 있다.

이 대표의 목표는 성장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한번쯤은 정말 세상을 바꾸는 서비스, 사람의 가슴을 흔드는 서비스를 만든 것에 달려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사측과 인터뷰를 통해 “정말 모든 것을 걸고 해볼만한 아이디어라면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찾고, 때로는 장애물을 부수면서 가능케 하는 것”이라고 토스 정신을 정의했다. 이것이 간편결제 시장에서 대기업과 본격적인 경쟁을 앞두고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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