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일순 대표 “격한 경쟁 속 노력으로 다시 새로운 유통 강자로 우뚝 설 것”
드라이브 스루 도입해 언택트 영역 확대 나서... 온·오프라인 융합 사업 주력해 외연 확장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이민성 기자] “우리는 온·오프라인을 넘는 ‘올라인’(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뛸 것이다.”

올해 창립23주년을 맞은 ‘대형마트 빅3’에 속한 홈플러스 임일순 대표의 각오다. 그 동안 주인이 두 번 바뀐 홈플러스는 재도약을 위한 변화를 준비 중이다. 

유통업계에 불어닥친 코로나19 위기로 생존을 걱정할 처지에 놓였지만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오프라인 경영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홈플러스는 전국 107개 점포의 온라인 물류 기능을 강화하고 2021년까지 전국 140개 전 점포를 고객 밀착형 온라인 물류센터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에 경영 혁신을 꾀하는 홈플러스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봤다. 

현지화로 살아남기 성공한 英 테스코

현재 대형마트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홈플러스는 삼성물산 유통부문에서 시작한 대형마트로 1997년 9월 대구에 1호점을 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은 두달 뒤, 한국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다. 

삼성그룹도 대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삼성물산 또한 외환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계열사 삼성물산은 1999년 외화를 끌어오기 위해 영국 테스코에 경영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2억5000만달러를 유치한다. 

이 때 설립된 법인의 사명은 '삼성테스코 주식회사' 였다. 이후 테스코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고 수 차례 증자를 거쳐 2011년에는 사명에서 '삼성'을 지웠다. 삼성물산의 잔여지분 5%도 인수해 홈플러스를 테스코그룹으로 편입했다.

다만, 테스코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현지화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한국에서 삼성의 이미지가 갖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테스코는 삼성물산에 이름 사용료를 지급하면서 잠깐이지만, 사명을 유지하려했다.

이는 홈플러스가 지금까지 국내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비결이기도 하다. 홈플러스와 비슷한 시기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할인유통업체인 월마트나 까르푸가 국내시장에서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떠났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가운데 가장 늦게 경쟁에 뛰어들었으나, 현지화 전략으로 살아남았다는 평가다. 

그 사이 지난 2008년에는 이랜드 계열의 대형마트 홈에버(옛 까르푸·이랜드리테일)을 인수했다. 홈에버는 전국 35개 매장을 테스코에 2조원이 웃도는 금액에 일괄 매각됐다. 이후 홈플러스의 주력 사업부문인 대형마트는 2007년 당시 63곳에서 2014년 140여 곳까지 늘어나 빠르게 외형이 커졌다.

MBK파트너스 품에 안긴 홈플러스

불어난 외형과 함께 테스코는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영국 테스코는 2014년 사상 최악의 실적  64억 파운드(약 10조 3000천억원) 적자를 기록한데다 46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분식회계 사실까지 드러나며 큰 타격을 받았다. 테스코는 영국 내 43개 유통 매장을 폐점하고 신규 출점을 취소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이에 경영난에 빠진 테스코가 최대 해외법인인 홈플러스를 매각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데이브 루이스 당시 테스코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해외사업은 그대로 운영하겠다며 매각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13년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2015년 매출액이 7조원대에서 6조7468억원으로 떨어지면서 149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고 적저전환했다. 결국 테스코는 같은해 9월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당시 국내 M&A 기준 최대 규모인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넘기면서 테스코는 16년만에 한국을 떠났다.

주인이 바뀐 홈플러스는 2016년 309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위주의 유통업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이는 유통업계 트렌드가 대형마트에서 창고형 매장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특히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의 등장은 변화를 가속시켰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와 창고형 매장의 장점을 결합한 ‘홈플러스 스페셜’을 선보였다. 홈플러스 스페셜은 지난 2018년 6월 홈플러스가 탄생했던 대구점을 시작으로 작년 상반기까지 총 16곳이 전환 오픈했다. 이들 매장은 평균 두 자릿수의 매출 신장을 보이며 선전하고 있다.

또 ‘더클럽’ 자체 온라인앱을 통해 배송서비스를 강화하고, 온·오프라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도 선보였다. '더클럽'을 통해 창고형 할인점 시장에서도 '전국 당일배송'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 사진=뉴시스

코로나19로 시험대 오른 ‘임일순’ 리더십

홈플러스가 급변한 배경엔 오너 경영자를 제외 유일한 유통업계 여성 대표인 임일순 대표가 있다. 지난해 임 대표는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에 퍼져있는 비관적 분위기 속에서도 임직원 간 소통을 강조하면서 불투명해 보일 수 있는 유통업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불식시켰다. 또 오프라인 유통의 축소 속에서 구조조정 대신 업계최초로 무기계약직 직원 1만5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사업’뿐만 아니라 ‘사람’도 챙겼다.

그는 지난해 손 편지를 통해 "저는 이 격한 경쟁 속에서도 우리의 노력을 통해 다시 새로운 유통의 강자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우리는 우수한 유통역량을 최대한 살려낼 것이고, 누구보다도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지향하고 있다“고 임직원들에게 밝힌 바 있다.

이 편지는 홈플러스의 2018년 실적이 공개된 뒤 작성됐다. 연이은 실적 부진으로 인해 직원들의 마음을 다잡기 위한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한 것이다.

지난 2018년 홈플러스 매출(연결 기준)은 7조6598억원으로 2017년 대비 3.7%가량 줄었다. 영업이익은 1090억원으로 전년의 43%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위기 속에 코로나19 사태까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의 소비 트렌드가 급격하게 변화했다. 재택 근무하는 ‘집콕족’이 늘자 온라인을 통한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면서 홈플러스도 언택트 영역 확대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3월 중순 경북 포항 지역 3개점에서 시작한 ‘드라이브 스루’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한 '올라인' 사업을 강화하는 등 외연을 넓히고 있다.

홈플러스는 전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몰 배송기지로 진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올해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 임 대표의 경영능력을 보여줄 본격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