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금감원, 임금 2400여만원도 A씨에 지급하라”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이민성 기자] 금융권 고위직 출신 아버지 덕에 금융감독원에 입사한 직원의 채용계약은 취소해야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법원은 금감원이 이 직원을 내보내기 위해 처음에 사용한 '징계해고'의 방식은 옳지 않다고 봤다. 이에 금감원은 해당 직원에게 계약취소 전 기간에 해당하는 2000만원 넘는 임금을 지급해야 할 처지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8부(박영재 박혜선 강경표 부장판사)는 A씨가 금감원을 상대로 "면직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금감원 채용비리 사건 당시 입사했던 사원이다. 그는 필기시험에서 합격권에 들지 못했지만,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인 아버지의 영향력으로 갑자기 금감원이 채용 예정 인원을 늘리면서 합격했다.

A씨의 아버지는 금감원 수석부원장 출신인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게 아들이 금감원에 지원한 사실을 알렸다.

이후 김 전 회장이 금감원 총무국장 이모씨에게 A씨의 합격 여부를 문의한 뒤 채용인원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모씨는 당초 53명을 뽑기로 한 2016년 신입직원 채용 예정인원을 임의로 경제·경영·법학 등 3개 분야 채용예정 인원을 각 1명씩 늘려 경제분야 지원자인 A씨가 합격하도록 했다. 이씨는 면접에서도 A씨에게 10점 만점에 9점을 줬다.

이를 확인한 금감원은 지난 2018년 7월 징계절차를 거쳐 A씨가 "인사관리규정에 따른 징계대상자에 해당한다"며 면직 처분했다.

금감원 인사관리규정에 따르면 “부정한 행위를 한 자, 취업규칙 또는 서약서에 위반한 자, 원내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감독원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징계할 수 있다. 하지만 A씨는 불복해 지난 2018년 9월 소송을 냈다.

1·2심 모두 A 씨의 채용이 부당하다며 취소해야 한다고 봤지만, 법리적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금감원이 정상적인 업무처리를 계속했다면 불합격했을 A씨를 합격시켰다"면서 "이를 두고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쳤다고 할 수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아버지가 지원 사실을 알리는 과정을 A 씨가 직접 부정행위 한 것으로 볼 순 없다며 면직 처분이 아닌 적법한 취소 통보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월 A씨와의 근로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계약 취소 통보 전까지 A씨가 받을 수 있었던 임금 2400여만원도 금감원이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김용환 전 농협금융회장은 금감원 채용비리와 관련해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서 수사가 종결된 바 있다. 금감원 총무국장 이모씨는 재판에 넘겨져 2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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