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하르 벤 젤룬 지음 ▲롤러코스터 ▲1만3800원

한국은 인종차별이 없는 나라일까? 
‘짱깨’와 이주노동자를 떠올려본다면? 

한반도에는 다른 인종이나 민족의 유입이 극히 적었고, 그로 인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일상에서 인종차별을 경험한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인종차별이 없어서 좋다”고 말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 유튜버들의 동영상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다른 인종을 차별할 거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세계 시장이 긴밀하게 연결되고, 해외여행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양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해외여행을 간 우리나라 사람들이 눈을 찢는 제스처로 모욕을 주는 현지인을 만났다거나 식당 주문 시 차별을 당했다는 사례가 SNS, 유튜브 등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우리 내부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당하는 신체적/정신적 폭력과 차별은 이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쪽바리’ ‘떼놈’ 등의 일상적 용어 역시 여전히 쓰이고 있다. 2018년 제주도 입국 예멘 난민들에 대한 혐오적 시선이라든가, 귀화 농구선수 라건아, 일본계인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에게 가해진 차별적 공격은 인종주의, 인종차별이 더 이상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어떤 아이도 인종주의자로 태어나지 않는다. 
부모나 주위 사람들이 인종주의적인 생각을 아이 머릿속에 심어주지 않는다면! 

『딸에게 들려주는 인종차별 이야기』는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인 공쿠르상 수상 작가 타하르 벤 젤룬과 그의 딸 메리엠이 인종차별과 인종주의의 야만성에 대해 나눈 대화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초판이 나온 이래로 40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세계적으로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넘기며 수많은 나라와 도시에서 이 책을 주제로 강연 요청이 쇄도하기도 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인종주의에 대한 성찰이 교육과 함께 시작되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출발한다. 어른들의 생각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아이들은 교육을 통해 삶의 태도와 인식을 바꾸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이 자신의 딸과 같이 아직 사고가 경직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인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 인종주의가 단순히 피부 색깔을 넘어 국적·종교·문화적 관습·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얼마나 끈질기고 잔혹하게 폭력을 행사하는지를 살펴보게 해준다. 나아가 이러한 자기중심적이고 편향된 사고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수많은 차별을 어떻게 고착화했는지를 일깨워줄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