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변론 노 관장 “가정으로 돌아오면 소 취하” VS 최 회장 사회적 거리두기 명분 불참
맞소송 원안대로 승소하면 2대 주주로 등극…SK그룹 경영 차질 ‘불가피’, 장기전 될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뉴시스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본격적인 닿을 올렸다. 최 회장이 노 관장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한지 2년 만이다.

이번 소송은 1조원대 재산분할 청구로 ‘세기의 이혼소송’이라 불리는 만큼 SK그룹 지배구조와 무관치 않아 법조계는 물론 재계의 관심이 높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소송의 첫 변론 기일이 지난 7일 오후 4시 30분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렸다. 비공개 첫 재판은 노 관장만 참석한 채 10여분 만에 끝났다.

노 관장은 이날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최 회장이 가정으로 돌아온다면 위자료와 재산분할 소송을 모두 취하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 출석에 앞서 이혼소송을 취재 중인 기자들의 “1조원 규모 재산분할 이유가 무엇이냐” 등 질문을 받은 노 관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재판장으로 향했다.

반면 최 회장은 첫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벌어지는 이때 출석하면 취재진 등이 몰려 재판과 관계없는 분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 출석하지 않았다는 게 최 회장 법률대리인이 밝힌 불참 사유다.

최 회장 법률대리인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최대한 출석해 직접 소명할 부분은 소명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최 회장이 첫 재판을 불참했다고 해서 이혼소송이 진행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혼소송은 당사자의 직접 출석할 의무가 없다. 다음 변론은 내달 26일 오후로 잡혀 있다.

장기전 양상으로 번지나

최 회장이 이혼소송을 제기한지 2년이 훌쩍 넘은 시점에서 시작된 정식 재판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재판부가 이혼 사유와 천문학적인 재산분할 규모를 정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이혼소송 원인제공자를 ‘누구로 볼 것이냐’가 쟁점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결혼생활은 공식적인 행보 이외에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현재로선 결혼생활 중 이혼 사유 발생했는지 여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노 관장은 최 회장이 김희영 T&C 재단 이사장과 사이에 딸이 있고, 현재 동거중인 것을 알면서도 가정으로 돌아오면 받아주겠다는 입장이어서 재판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법부는 이혼소송에 있어 기준은 명확하다. 대법원은 1965년 이후 ‘유책주의’를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가 제기한 이혼 소송은 원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최 회장이 지난 2018년 2월 소송제기로 정식 이혼절차에 들어갔지만 노 관장은 “가정을 지키겠다”고 대응, 이혼소송은 진행되지 않은 바 있다.

이혼소송은 지난해 12월 노 관장이 위자료 3억원과 함께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 지분 42.29%에 대한 재산분할을 담은 맞소송 내면서 시작됐고, 사건도 단독재판부에서 합의부로 이관이 됐다. 노 관장은 반소에 앞서 페이스북에 이혼소송을 예고한 심정을 털어놓은 바 있다.

두 번째 쟁점은 재산분할이다. 노 관장은 이혼소송과 함께 최 회장이 보유한 전체 SK(주)주식 1297만5472주의 42.29%를 재산분할로 청구했다. 맞소송 제기 당시 주가 종가 기준으로 1조3000억원대였다. 현재는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주가가 빠졌지만 9200억원 안팎으로 평가된다.

재산분할 대상은 원칙적으로 혼인 후 함께 일군 재산이다. 이에 최 회장은 선대 회장 상속 주식임을, 노 관장은 SK 지분가치 증식에 기여함을 각각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종로구 SK그룹 서린동 사옥 전경. 사진=허홍국 기자

노 관장 승소 시 SK는 ‘흔들’

이혼소송이 맞소송 낸 요구대로 결론이 나면 노 관장은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주)의 2대 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지주사인 SK(주) 전체 지분의 7.81%를 보유하면서 최 회장 다음으로 많은 최대주주의 지위로 올라선다.

5% 이상 SK(주)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최 회장(18.44%)과 국민연금(7.34%), 최 회장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6.85%)뿐이다.

금융투자업계도 노 관장이 재산분할로 청구한 지분을 이혼소송에서 받아내면 SK그룹 지배구조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시각이다. 그 근거는 현재 29.62% SK(주)우호 지분이 21.8%로 감소, 지배력이 약해지고 SK그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SK(주)는 그룹 주력회사인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이들 자회사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손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지배구조다. SK(주)지분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권한과 이어진다.

노 관장이 승소하면 그룹 경영은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2대 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면 주총 안건이 부결될 수도 있고, 사내이사 제안도 가능하다.

반대로 최 회장이 승소하면 이혼소송에 따른 ‘오너 리스크’를 없애고, 그룹 경영이 안정된다. 또 현재 사실혼 관계인 김희영 T&C 재단 이사장과 혼인 신고도 할 수 있다.

1조원대 세기의 이혼소송은 이제 시동을 걸었다. 현재로선 노 관장은 최 회장을 붙잡는 모양새고, 최 회장은 미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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