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시장에 접근해 “재판 잘 처리해주겠다”... 수고 댓가 요구
텔레그램 박사방 회원들에 정치·언론계 인맥 자랑하는데 쓰여

공직선거법 위반·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윤장현(71) 전 광주시장이 지난해 5월 광주지법 선고공판에서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법정동을 빠져나와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김현철 기자] 미성년자를 포함한 수많은 여성들의 성(性) 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이 성범죄 외에도 유명인을 상대로 사기 행각까지 벌였다.  
 
조씨는 지난 25일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던 중 뜬금없게도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을 비롯해 저에게 피해를 본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조씨는 지난해 9월 윤 전 시장에게 접근한다. 윤 전 시장은 당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범에 속아 금품을 건넨 혐의로 2심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조씨는 박사방 운영진인 공익근무요원이 확보한 개인정보로 은밀히 접촉해 “내가 ‘청와대 최 실장’인데 재판으로 고생이 많으니 배려해주겠다”며 직접 윤 전 시장에 연락을 한다. 그러면서 서울 지역의 한 단체장 자리를 알아봐 주겠다며 수고비를 요구했다. 또 자신이 판사라며 새로운 인물인 것처럼 속인 뒤 “받고 있는 재판을 잘 처리해주겠다”며 또한번 대가를 요구한다. 
 
조씨는 박사방에 “내가 정치인 돈도 많이 뜯었다. 돈을 내면 연줄도 소개시켜 주고, 가끔 손 사장에게 뉴스거리 자료도 넘긴다”면서 정치계 인맥을 자랑하는데 윤 전 시장을 이용했다. 그는 평소 자신이 손 사장과도 잘 알고 지낸다며 “손 사장과 형·동생 하는 사이다. 말은 서로 높이지만 서로 손 선생, 박 사장이라고 부른다”고 했다고 한다. 손 사장과 대화를 나눈 녹음 파일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윤 전 시장은 방송에 출연시켜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는 조씨의 제안을 받고 조씨 일당과 JTBC 사옥을 방문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조씨 일당이 손 사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본 뒤 돈을 건네게 됐다고 윤 전 시장 측근은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윤 전 시장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3000만 원가량을 조씨에게 준 것으로 보고 조만간 윤 전 시장을 불러 확인할 방침이다. 
 
윤 전 시장은 1983년 중앙안과 원장을 지내고, 1986년 조선대 의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2014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광주시장을 지냈다.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김모 여성에게 속아 4억5000만원을 건넸다. 검찰은 그를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도움을 받을 생각으로 돈을 건넸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고 지난 17일 열린 대법원 선고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받았다.
 
한편 윤 전 시장은 현재 제주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에 암환자 재활, 노인성 질환 수술 후 회복 및 재활 전문병원인 제주선한병원을 인수해 병원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