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부서 받은 내용 그대로 ‘게재’…비공개 내용 근거 명확치 않고, 고위관계자도 '묵묵부답'

사진=한국남동발전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감사 중인 사항이라 내용 공개가 어렵다”

이 코멘트는 지난 2일 직장 내 괴롭힘 등 복무규율 위반 조사를 알리오에 게재한 공기업 한국남동발전 관계자에게 공시된 공식 문서 내용과 조사 내용, 조사 결과가 같아 구체적인 설명을 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공식 답변이다.

그러나 공식 답변은 공공기관 경영정보를 통합,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일반국민에 의한 상시 감독시스템을 마련하는 알리오 도입 취지와는 달랐다.

법적으로 금지된 직장 괴롭힘이 한국전력 자회사이자 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에서 발생한 것도 불미스러운 일인데도 알리오 공시 내용은 말 그대로 ‘엉터리’였다.

자료=알리오

내용 확인 없는 공시?

그렇다면 알리오 제목만 바꿔 조사 내용과 결과가 기재된 내부감사 결과 조사서가 공시됐을까.

본지 취재 결과, 한국남동발전 공시 직원은 조사부서에서 받은 문서 그대로 알리오에 작성해 올렸다. 무슨 내용인지는 모른다.

적어도 직장 괴롭힘과 관련된 최소한의 사실 관계는 적시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만 내용을 알지 못해 제목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 놓았을 뿐이다.

분명 내부감사 결과인데 알맹이는 없다. 한국남동발전 측은 복무규율 위반 관련사항에 대해 조사가 끝나면 2주 이내 공시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일단 공시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내부감사 결과를 공시하는 다른 공기업과는 다른 행보다. 한국철도공사가 최근 공시한 제보 내용 내부 감사 결과와 비교해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외부에서 한 직원이 타인을 상해했다는 제보를 받고 사실 여부 등을 확인하고, 징계조치를 요구했다. 특히 감사 배경에 대해 사실 관계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한국남동발전 측은 복무규율 위반 조사에 대해 공시하면서 그 피해자 신고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아 대조적이다.

해당 조사서에는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면서 그 내용이 인신공격인지 부당한 업무지시인지 등 설명이 없다. 결론에 해당하는 조치사항만 명확히 밝힐 뿐이었다.

더욱이 감사 중인 사항이라 사실 관계를 밝힐 수 없으면 직장 내 괴롭힘 등 복무규율 위반 조사 공시는 왜 했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또 한국남동발전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비공개정보 목록 중 개인정보에 관한 사항 감사, 징계 관한 사항을 봐도 복무규율 위반 조사라고 하고 어떤 행위여서 비공개인지 이유도 알 수 없다.

자료=알리오

설명 요청 '묵묵부답' 

이와 관련해 이번 복무규율 위반 조사 내용을 2주 안에 공개해야 하는 근거와 감사 중인 사항 비공개 이유에 대해 한국남동발전 측은 설명을 회피했다.

특히 한국남동발전 기획처 최고위 관계자 역시 기자의 질의에 대한 충분한 내용을 듣고도 회신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묵묵부답'이다.

한국남동발전에서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은 지난 2018년 말 국회에서 통과된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으로 금지된 행위다.

특히 근로기준법 76조의 2는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양진호 회장의 직원 폭행이나 간호사 태움 문화 등을 계기로 불거진 직장 내 괴롭힘은 지난해 7월 16부터 법률 시행으로 금지되고 있다.

한국남동발전은 이번 알리오 공시로 공기업 중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한전 자회사로 이름을 올리게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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