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재난에 부메랑 될까... 할 말 다 못하는 야권
신생정당에 부는 총선 연기론... 정부·여당 고려 안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대구 동대구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응 대구지역 시장, 소상공인 간담회에 참석하며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한 달여 만인 23일 경보 단계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해 총력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김현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정부는 23일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지난달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한 달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는 신천지 집단 감염 사태 이전과 이후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며 "기존 질병관리본부 중심 방역 체계와 중수본 체제는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총리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원체계를 강화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지난달 바이러스 진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36세 중국인 여성으로부터 시작했다. 이달 10일을 전후해 28번 환자(31세 여성, 중국인) 발생 뒤 닷새 가까이 신규 환자가 나오지 않자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왔었다.  
 
그러나 불과 며칠 뒤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지난 17일 대구에서 31번 환자(61세 여성, 한국인)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이 환자가 다녔던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다.  
 
질병관리본부는 27일 오전 9시 기준, 전일 대비 확진환자가 334명이 늘어 국내 총 확진자 수는 1,595명, 사망자 13명이라고 밝혔다. 
 
◇ 여의도 정치권 강타한 코로나19
코로나19는 정치권도 강타했다. 지난 25일 대한민국 입법부인 국회가 멈췄다. 24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는 긴급 연기됐고, 전면 방역으로 25일 하루 국회의 모든 건물이 폐쇄됐다. 1979년 12·12 군사쿠데타 당시 신군부의 계엄령 발동으로 국회 기능이 정지된 적은 있지만 비정치적인 이유로 국회가 일시 폐쇄된 건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국회 폐쇄는 지난 19일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문재인정부 사학 혁신 방안 무엇이 문제인가?' 행사에 참석했던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이 3일 뒤인 22일 코로나19 확진자로 알려지면서다. 
 
국회 사무처는 즉각 방역에 나섰다. 국회 본관과 의원회관, 도서관, 의정관과 어린이집도 모두 일시 폐쇄하고 긴급 방역을 실시했다. 이 행사에 참석했던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전희경, 곽상도 의원 등이 접촉자로 지목돼 검사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전면 방역을 실시했다. 1979년 12·12 군사쿠데타 당시 신군부의 계엄령 발동으로 국회 기능이 정지된 적은 있지만 비정치적 이유로 입법기관이 폐쇄된 건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사진=뉴시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국회 일정이 전면 취소되면서 대정부질문도 연기됐다. 사태 수습을 위해 구성하기로 한 국회 '코로나19대책특별위원회'(코로나특위)도 미뤄졌다. 상임위원장(정보위원장·교육위원장) 선출 건,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 임명 동의안 등의 처리 일정도 순연됐다. 
 
국회가 다시 문을 연 것은 26일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마스크를 벗지 않은 채 회의를 진행을 했고, 국회사무처 직원 및 경위들도 빠짐없이 마스크를 썼다.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들 역시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출입구마다 설치된 열감지기 카메라를 통한 체온 측정뿐 아니라 국회 방호직원들이 휴대용 체온계로 일일이 본관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체온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날 여야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감염병 예방·관리법, 검역법, 의료법 개정안 등 이른바 ‘코로나 3법’을 의결했다. 
 
감염병 예방·관리법 개정안은 감염병 유행으로 ‘주의’ 이상의 경보가 발령될 경우 사회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어린이, 노인 등 감염취약계층에 마스크 지급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1급 감염병의 유행으로 의약품 등의 급격한 물가 상승이나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표한 기간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물품의 수출을 금지하도록 했다. 
 
검역법 개정안은 감염병이 유행하거나 유행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서 온 외국인이나 그 지역을 경유한 외국인의 입국 금지를 복지부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기관 내 환자, 보호자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 등을 위한 감염 감시체계를 새로 마련해 국가적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2020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영입인사인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왼쪽), 황교안 대표, 백대용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사말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면서도 코로나 극복이라는 당면 과제를 저해하는 정치공세는 지양하려 애쓰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 총선에 미칠 영향 셈법 세기 바쁜 여야
여야는 코로나19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은 정부와 함께 보건·방역 등에 책임이 있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면 접촉 방식의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해찬 대표는 24일 "민주당은 오늘부터 대면 접촉 선거운동을 일시적으로 전면 중단하고 온라인을 통해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증가해 매우 엄중한 국면인데, 집권당 대표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최대한 빠른 추경 편성과 총력적으로 방역 치료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일부 사람들이 코로나를 정치에 이용하고 있어 유감스럽다"며 "선거가 다가와서 정치공세가 심해질 때이긴 하나 그것도 코로나 극복이라는 당면 과제를 저해하고 국민 단합을 해치는 선을 넘어서 안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현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야가 협력해 최대한 빨리 사태를 수습하고 국민 불안을 없애는 것”이라며 “정부 대처에 대한 불만이 자칫 정부에 대한 불안이나 정권심판론과 연결될 경우 이번 총선 자체가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인 미래통합은 코로나19 사태 관련해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등 속내를 드러내면서도 비판 수위를 조절하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 얼핏 일방적 발언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24일 "대통령은 국민에게 상처 주는 모습을 보이고 총리는 하나 마나 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며 정부 대응을 비판하면서도 지난 주말 보수 단체가 광화문광장에서 반정부 집회를 연 것에 대해선 “가급적 모든 집회를 자제해달라"고 말하는 등 우려를 나타냈다.  
 
기자간담회를 열어 문재인 정부의 대응 실패를 비판할 예정이던 심재철 원내대표도 간담회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즉각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금지 조처를 취해라"라며 "더는 중국 눈치볼 거 없다. 중국 눈치 보는 이유를 우리 국민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면서도 "통합당은 위기 극복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됐다. 예비비 사용과 추경에도 협조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감염 사태에 국민이 걱정이 많은데, 현 정부의 문제점만 공격하다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보수통합·혁신공천 등으로 총선 이슈를 선점해가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이런 상승 기류가 한풀 꺾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진자 수의 가파른 증가로 이런 국가 재난 상황이 야당에게 호재로만 작용하는 것만도 아닌 것이다.
 
육군 제50보병사단이 27일 대구 대명로 일대 도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화생방 제독차량 1대를 이용해 제독 작전을 실시하고, 방진복을 착용한 40여명의 장병들을 동성로 일대에 투입해 주변 건물방역 및 소독 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신생정당에서 꺼내든 총선 연기론
일각에선 총선 연기론도 나온다. 공직선거법 제196조에 따르면 천재·지변, 또는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선거할 수 없거나 실시하지 못한 때에 한해 대통령이 선거를 연기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다만 청와대와 민주당은 총선 연기를 검토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총선 연기론은 신생 정당을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신생 정당으로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데 대규모 선거운동이 사실상 모두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제1야당으로 보수 통합을 이뤄낸 통합당으로서도 총선 연기에 대해 부정적이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을 연기하자는 주장에 "전혀 그럴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6.25전쟁 당시에도 부산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며 "국민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정치권에서 먼저 총선 연기 이야기는 할 때가 아닌 거 같다"고 했다. 
 
유성엽 민생당 공동대표는 27일 코로나19 사태 악화에 우려를 표하며 “3월 초까지 상황이 종식되지 않는다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 총선 연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현 공동대표도 총선 연기론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질병, 재난, 전쟁에서 국민 보호하는 게 정치의 목적임에도 목전의 선거보다 민생이 먼저다”고 말했다. 
 
실제 헌정 사상 대선과 총선을 연기한 전례는 없다. 27일 선거 일정과 관련 사무 전반을 관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총선 연기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가 총선 이슈로 급부상했다. 연일 악화되는 코로나19 사태에 불만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민심 향방에 정치권이 요동치는 모습이다. 전염병이라는 이슈가 공포와 불안을 동반하는 만큼 선거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여야는 지난 26일 ‘코로나 3법’을 의결하는 등 대책마련에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도 보였지만 총선을 대하는 속내는 복잡하다. 코로나19 확산여부에 따라 이해득실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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