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브랜드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대신 ‘르노’ 브랜드는 건재할 것
르노삼성이 삼성과 맺은 브랜드 이용계약이 오는 7월로 만료되기 때문,

[2000년 프랑스 자동차 제조사 르노그룹이 삼성자동차 지분의 70%이상을 인수해 르노삼성자동차를 출범했다, 사진=국내 르노 브랜드 홈페이지 캡쳐]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보통 르노와 르노삼성를 같은 브랜드로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르노와 르노삼성은 엄연히 다른 브랜드다. 르노는 프랑스 자동차 제조사로 역사가 깊은 브랜드이고 르노삼성자동차의 전신은 1995년 3월 설립된 삼성자동차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2000년 7월 르노그룹(정확히는 르노그룹 BV라는 르노그룹 자회사)이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며 새롭게 출범한 회사가 바로 르노삼성이다.

르노의 엠블럼은 마름모꼴을 하고 있는 로장주를 사용하고 있으며, 르노삼성은 태풍의 눈이라고 불리는 원형 엠블럼을 사용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는 르노삼성 엠블럼만 사용하며 SM, QM 시리즈를 선보이며 국내 모델로 판매를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로장주 엠블럼을 단 모델을 판매하며 수입차 형태를 띠고 있다. 현재 로장주 엠블럼을 달아 판매하고 있는 모델은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비즈니스 상용 밴인 마스터가 있다.

르노삼성은 매년 매출의 0.8%를 삼성 브랜드 사용료로 지급해왔다. 르노삼성의 입장에서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명을 걷고 비용절감해 ‘르노’ 브랜드로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으나, 이번 계약 만료로 브랜드명이 무조건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르노삼성 측에서 삼성과의 계약을 연장할 수도 있는 것이며 만약, 연장 없이 계약만료가 된다 하더라도 ‘삼성’ 브랜드명을 최대 2년까지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적어도 3년 정도는 르노삼성차를 계속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만약 3년 뒤 ‘삼성’이라는 브랜드명이 없어지고 ‘르노’라는 브랜드만 남게 된다면 어떨까?

브랜드명 사용 계약이 종료된 상황을 두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삼성’이라는 토종 브랜드의 이미지를 벗어버리게 되는 르노는 ‘메이드인 코리아의 수입차’ 이미지를 굳히게 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헤어진 두 개의 서로 다른 브랜드가 그 가치를 끌어 내릴 수도 있고 끌어 올릴 수도 있다. ‘수입차=비싼차’라는 개념 혹은 반대로 “수입차=좋은차”라는 이미지다. 현재에도 르노삼성은 자사의 엠블럼을 르노의 엠블럼으로 교체해주는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결국 이런 이미지의 변화가 판매에도 적잖게 영향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전자든 후자든 제품이 믿을만하면 판매에는 큰 영향이 없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기도 하다.

사실 르노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다. 현재 르노삼성은 SM3, SM5, SM7 등의 모델들이 단종되며 판매 라인업을 줄여가는 분위기다. 어떻게 보면 르노삼성이 삼성의 이미지를 벗어버리려는 시나리오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두 브랜드의 이미지를 동시에 가지고 간다면 더 큰 시너지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계산도 해볼 수도 있다. 르노삼성은 ‘국산차’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르노는 ‘수입차’의 이미지를 가져가는 것이다. 한 회사에서 두 가지 이미지를 갖고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한국지엠과 쉐보레의 관계와도 비교해볼 수 있다. 한국지엠의 전신인 대우자동차가 2000년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에 인수되면서 GM대우라는 브랜드명으로 재출범했다. 이후 2011년 한국지엠으로 사명을 바꾸고 브랜드명을 GM의 주력 브랜드인 ‘쉐보레’를 쓰기 시작했다. 따라서 2011년 이후부터 한국지엠에서 국산차로 내놓는 모델은 모두 ‘쉐보레’의 브랜드명을 앞에 달고 나온다.

르노삼성의 경우도 비슷하게 생각해볼 수 있다. 회사명은 토종의 냄새가 나는 방향으로 변경하고 수입차인 르노 브랜드를 사용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지엠의 경우는 수입차 협회에 등록이 되어 있는 상태다. 국내에서 생산은 하지만 수입차라는 얘기가 된다. 물론 모델에 따라 어느 지역에서 생산했는지에 따라 차값 등 유통 마진 등은 달라질 수 있다. 르노삼성도 ‘삼성’ 브랜드를 떼게 된다면 수입차 협회에 등록해야 될 것이다.

르노삼성, 한국지엠 두 회사가 모두 복잡한 정체성을 가지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생산하는 모델을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서비스 네트워크도 일반 수입차 브랜드들과는 확연히 다른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제품의 가격이나 정비 인프라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수입차와의 구분을 지을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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