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한 준비 과정, 공익 앞세운 갑질 논란, 수입차 업체는 앞으로도 참가률 계속 떨어질 전망

[부산 벡스코 전시관,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명색이 국제모터쇼로 불라는 국내 양대 모터쇼가 동네잔치로 전락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국내에서는 서울과 부산에서 격년으로 규모 있는 국제모터쇼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2020년에는 부산에서 ‘넥스트 모빌리티, 축제가 되다’라는 주제로 국제모터쇼를 진행한다. 홀수년에 진행해오고 있는 서울모터쇼 짝수년에 진행되는 부산모터쇼는 해가 갈수록 참가 업체들이 줄고 있다. 관람객 수는 양대 모터쇼가 절반 가까이 떨어져 심각한 수준인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부산모터쇼는 코로나19 여파, 그리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 후폭풍 등의 이유로 수입차 업체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크고 작은 문제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다. 해마다 관람객 참가 업체, 그리고 관람객 수가 줄어드는 이유에는 모터쇼 운영위원회의 미숙한 운영 방침에도 크고 작은 부분들이 지적돼 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갑질’의 부정적 여론을 만들어내는 부산시의 주최측 운영과 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의 미흡한 준비 과정이다. 기자단과 VIP 프레스데이 동시입장, 교통편·주차 시설 부족 등, 그리고 불성실한 안내요원들의 태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부산모터쇼는 2012년 이후 4번의 모터쇼를 진행해오면서 관람 인원은 처음 100만명에서 2016년 66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부산모터쇼 운영위는 심지어 홈페이지에서 2018년 관람인원을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서울모터쇼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관람객은 63만명에 불과했다. 부산모터쇼보다 더 열악한 상황이다. 특히, 서울모터쇼의 경우 조직위가 과거 전시회 이후 방문한 관람인원을 부풀려 발표한 것이 들통나 정정 보도를 한 적도 있었다.

지난 14일에는 벤츠코리아가 이번 부산모터쇼에 불참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지역별 모터쇼 참가를 자제하라는 독일 본사의 지침에 따라 결정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부산모터쇼 조직위는 부산의 한 대표 언론사를 통해 벤츠가 부산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려는 사회공언활동을 지적하고 나섰다. 모터쇼조직위 관계자는 “벤츠코리아가 모터쇼 불참에 대한 지역 사회의 비난 여론을 마라톤 행사로 퉁치려는 것 같다”라며, 모터쇼 불참에 대한 불만을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표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도 참가를 꺼리는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올해 2020 부산모터쇼에 참가 의사를 밝힌 브랜드는 국산, 외산 통틀어 8곳에 불과하다. 국산차 중에서는 쌍용차를 제외하고 현대, 기아, 르노삼성, 한국지엠 등이 참가 의사를 밝혔지만 수입차 중에서는 BMW, MINI, 캐딜락만이 참가가 확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타 브랜드들의 활동이 소강된 상태에서 틈새를 노린 BMW코리아의 적극적인 행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국내 진출한 수입차 중에서 참가 의사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브랜드는 재규어, 랜드로버, 포드, 포르쉐, 폭스바겐, 그리고 일본 브랜드인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스물 여개 수입차 브랜드다. 하지만 업계 상황과 분위기를 보아서는 수입차 최종 참가 업체는 10곳이 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수입차 업체의 모터쇼 참가율도 지속적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국내에서 진행하는 국제적인 모터쇼가 어디서도 인정받지 못한다면 ‘국제모터쇼’라는 타이틀이 부끄러운 동네잔치로 끝날 수도 있을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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