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너울 지음 ▲안전가옥 ▲1만원
[민주신문=김현철 기자] 보편적 부조리를 기발한 이야기로 환상은 현실을 정조준한다.
 
심너울 작가는 《대멸종》 앤솔로지 수록작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로 SF어워드 2019 중·단편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동시대 청년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SF적 상상력을 폭넓게 펼쳤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환상은 현실을 정조준한다. 독특한 설정과 사건들은 하나같이 우리 사회의 어둡고도 익숙한 면모를 조명한다. 중심부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소외되고, 말단 직원의 업무는 사소하며 가혹하다. 대등한 거래처럼 보였던 계약의 세부를 들여다보면 한쪽의 이익이 유달리 크다.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보편적인 부조리들은 SF와 판타지의 장르 문법을 입고 기발한 생명력을 담은 이야기로 변모한다. 
 
때로는 설명보다 비유가 더 정확하다. 심너울 작가가 구사하는 허구의 설정은 이 시대의 진실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장치다.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이 책의 주인공들은 90년대생인 작가와 비슷한 처지의 청년으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대학생이거나 취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이다. 소박하게 사는 이들은 꿈조차 소박하다. 그저 금요일이 되면 한 주 동안 수고한 자신을 위로하며 맥주 한 캔을 들이키고, 늦잠을 자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잠자리에 들고 싶어할 따름이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비일상에 휘말린 이들은 자신의 삶에 비극이 깃들어 있음을 깨닫는다. 세상을 구할 영웅도 희대의 악당도 아닌 주인공들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다. 누군가는 당황하고, 누군가는 눈물짓고, 누군가는 정신을 놓고 만다. 
 
혼란에 빠진 이들에게 다행스러운 소식이라면 비극을 자신의 것으로 끌어안을 경우 일상에 새로운 빛이 더해진다는 사실이다. 서글픈 진실에서 눈을 돌리지 않은 주인공들의 미래에는 근사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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