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도의 따뜻한 환영, 쌍용차는 언제나 인간적인 온화함이 느껴져
운전자 안전, 편의를 생각하는 동급 최고 수준 장비 적용
누가 쌍용차를 구식이라 했는가? 부분 자율주행 기술 이미 뛰어난 수준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서울에서 부산을 달리고 올 들어 처음으로 눈이 오지게 내리던 극한 날씨에 쌍용 코란도를 타봤다. 시승 모델은 코란도 가솔린 C7 모델이다. 기본 가격 2,807만원. 사륜구동 시스템, 딥컨트롤 패키지II, 19인치 휠, 블레이즈 콕핏 컨비니언스 패키지II, 프리미엄 시트 패키지II 옵션까지 집어넣으면 3,412만원의 가격표를 단다.

쌍용차의 경영악화라는 소식을 들으며 잡았던 시승 일정이라 못내 무거워진 마음도 어쩔 수 없었지만 싫지 않은 디자인의 시승차를 만나 보니 또, 운전석에서 따뜻한 스티어링 휠을 움켜쥐어 보니 모든 걱정이 기우로 돌아갈 것임을 짐작했다.

자동차 키를 들고 차량에 가까이 가면 반가운 불빛이 운전자를 맞이해주며, 차량의 뒤로 돌아가면 짐든 이의 의도를 알아채는지 알아서 트렁크 리드를 올려준다. 여느 타 브랜드처럼 후방 범퍼 아래를 발로 툭툭 쳐볼까, 살짝 대어볼까, 그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가끔은 뒤로 돌아가는 게 조심스러울 정도로 센서는 예민하게 작동한다.

아무생각 없이 운전석에 앉아 스티어링 휠을 쥐니 포근함이 느꼈다. 아무래도 쌍용차는 겨울에 잘 어울리는 차다. 스티어링 열선은 왼쪽 스포크에 있는 버튼을 눌러 켜고 끌 수 있다. 양손 넘어로 보이는 10.25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계기반)는 시동을 켜면 웰컴 모션 이미지를 보여준 다음 꼭 필요한 정보들을 담아냈다. 다소 복잡해 보일 수는 있지만 금방 익숙해질 수 있는 구조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중앙부에 9인치 AVN(Audio Video Navigation)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있고 그 위에 가로로 쭉 이어진 송풍구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구성도 상품성도 꽤나 좋아진 느낌이다. 시스템 조정 버튼들은 모니터 양쪽으로 위치해 있지만 고급스러워 보이진 않는다. 야간에 운전할 때에는 차라리 음성인식 기능이 낫겠다는 생각이다. 음성인식 기능은 스티어링 휠 왼쪽 스포크 가운데 작동 버튼이 있다. 스크린에서는 내비게이션 화면과 메인 메뉴 화면을 5:5로 나눠 보여준다.

스타트 버튼은 센터페시아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출발은 평범했다. 하지만 가솔린 모델이라 그런지 조용하다. 브레이킹은 다소 앞뒤로 쏠림이 있는 세팅이지만 가속감은 디젤 차량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민첩하다. 170마력의 1.5리터 엔진이라는 걸 잠시 잊었다. 다만 패틀시프트까지 마련한 6단 자동변속기는 수동의 재미를 느껴볼 수는 없고 연비도 좋지 못하다. 파워트레인은 노멀, 스포츠, 윈터(Winter) 세 가지 주행 모드도 제공한다. 고급스러운 기어 노브 아래쪽에 전용 다이얼로 조절하는데 위치나 버튼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

장거리 운전을 해보며 신형 코란도의 진가를 확인했다. 쌍용차 TV 광고를 통해서 봤던 반자율주행 기술(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이 매력적이다. 쌍용차는 이를 두고 지능형 주행 제어(IACC: Intelligent Adaptive Cruise Control)라고 부른다. 딥컨트롤 패키지에 포함된 기능이다. 실제로 주행에서 세팅만 해두면 앞차와의 거리 유지는 물론, 시스템 가동 범위가 어느 속도 영역에서도 적용된다. 심지어 앞차가 완전히 멈출 때까지도 작동한다. 일반도로에서도 작동이 된다는 게 이론이지만 아직은 불안한 느낌이다.

IACC가 차선 유지보조(LKA)와 연동되면 손과 발을 전혀 쓰지 않고도 주행할 수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운전대를 잡아주거나 급한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주는 등의 운전자 개입은 필요하다. 하지만 양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앙을 유지하는 LKA는 타 브랜드의 것과 비교해도 제법 수준급이다. 레인 센터링 콘트롤(Lane Centering Control) 기능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차선을 유지해 운전자로 하여금 충분한 믿음을 준다.

다섯 시간 이상을 주행해야 했던 서울-부산간 여행에서 IACC를 꾸준히 사용해본 결과, 놀라웠던 점을 발견했다. 이 기능이 과속단속 카메라가 나올 곳을 미리 알고 단속 구간에서 속도를 알아서 줄여 준다는 것이다. 카메라가 잘 보이는 낮 시간대야 모르겠지만 야간 운전이나 구간 단속 지점에서 이 기능은 굉장히 유용했다. 스티어링 휠에 손만 얹어 놓으면 딱히 운전자가 할 일이 없다. 눈길 주행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용 다이얼을 길게 돌려 ‘윈터(Winter)’ 모드를 사용하면 제법 안정적인 주행도 이어갈 수 있었다.

2천만원대 아니, 정확히 옵션 포함 3천만원 중반대 가격으로 수입차 중에서는 이런 고급스러운 기능들을 얻기 힘들다. 다만, 소음이나 떨림에 민감하지 않다면 ‘디젤 엔진’ 모델을 추천한다. ADAS는 장거리 여행에 최적화된 기술이다. 쌍용차의 ADAS도 이미 수준급에 올라있는 듯하다. 연비가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이 좋은 기능을 썩혀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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