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요구 알면서 국회의원 등 떠밀려 전 대표 미팅…결국은 소송 전으로

사진=허홍국 기자, 뉴시스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조경수 롯데푸드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국정감사 전 수년간 민원을 제기한 전은배 전 후로즌델리 대표를 만났던 사실이 올해 초 뒤늦게 확인됐다.

이 둘의 만남이 주목받는 것은 수년간 회사 임직원과 전 대표가 얘기를 주고받고, 무리한 요구를 파악했던 롯데푸드 측이 전 전 대표(이하 이 전 대표)를 만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 대표는 국감 전 수년간 민원 제기했던 전 협력사 대표를 왜 만났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해 9월 국정감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국회는 지난해 9월 20일 그해 10월 2일부터 21일까지 국정감사를 진행하기로 확정하고, 각 상임위원회 별로 여야 간사가 증인 및 참고인 채택 여부를 논의 중이었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자 전 대표 회사 소재지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명수 의원이 후로즌델리 분쟁 문제에 대해 질문코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는 이 의원 측에서 롯데푸드와 협력업체인 후로즌델리 사이 분쟁의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룹 회장 소환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든 셈이다.

조 대표는 이를 인지하고 지난해 9월 23일 롯데푸드 문제로 그룹 총수를 소환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을 전하기 위해 이 의원실을 방문했다.

이 의원실 측에서는 이날 분쟁 당사자인 전 대표와 협의하면 검토해보겠다며 합의를 권유했고, 의원실 의견에 따라 그날 충남 예산에 내려가 전 대표를 만났다.

하지만 전 대표 요구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어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게 롯데푸드 측 설명이다.

조 대표는 이 과정에서 전 대표 측에게 거액의 현금 보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것이 사실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조 대표가 분쟁의 해결 실마리를 잡기 위해 제안한 옵션 중 하나로 추정될 뿐이다.

석연치 않는 대목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는 대목은 남는다. 롯데푸드가 전 대표 민원이 수년간 이어져 회사 임직원과 수차례 합의를 위한 접촉을 했고, ‘무리한 요구’라는 것을 파악했음에도 조 대표가 직접 움직였다는 것에 있다.

달리 보면 조 대표가 전 대표를 직접 만나도 해결되기 어려운 것이 예상됨에도 만났다는 것.

이는 조 대표가 이 의원의 권유에 따라 등 떠밀려 전 대표와 만났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의 여지가 없다.

특히 조 대표는 롯데삼강이 롯데햄과 파스퇴르우유를 합병해 롯데푸드로 사명을 바꾼 2013년 이전 롯데삼강에서 유가공영업부문장과 식품영업이사, 마케팅이사를 거치는 동안 후로즌델리 민원을 적어도 한번쯤은 접해 봤을 것으로 보인다.

전 대표가 운영했던 후로즌델리는 2010년 당시 롯데삼강의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100억원 넘게 피해를 봤고, 결국 문을 닫았다. 이 협력사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현 롯데푸드에 팥빙수를 납품하다가 식품 위생을 이유로 거래가 중단됐다.

후로즌델리 측은 2014년 8월 롯데푸드(구 롯데삼강)와 위로금 차원에서 7억원을 지급받고, 전 대표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제품을 롯데푸드 측에서 우선 채택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민주신문DB

결국 국감장으로

그러나 롯데푸드 측은 합의 후 5년간 합의된 사안을 이끌어왔다. 이행하지 않는 명분은 합의시점에 전 대표 회사가 실체 없는 법인이라는 점이다.

결국 이 사안은 2019년 국정 감사장에서 다뤄졌다. 조 대표는 지난해 10월 7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장에서 “후로즌델리의 전 대표인 전 사장과 2014년 8월 합의서가 작성이 됐다. 합의 당시 후로즌델리는 이미 실체가 없고 부도난 상태였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합의조항에 ‘품질 수준과 적절한 가격 수준에만 합당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문구가 있었다는 점도 알렸다.

하지만 롯데푸드 입장에선 이미 실체 없는 제조회사인데 부당한 요구였고 전 대표의 요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점 역시 드러냈다.

또 조 대표는 그룹 총수 출석 관련 압력 논란에 대해선 “요구 받은 사항은 없었다”고도 말했다.

이와 관련, 롯데푸드 관계자는 이달 중순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사측에서는 전 대표의 수년간 민원 제기에 대응을 자제해 왔다. 사업권 보장 등 무리한 요구를 해왔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관련해서는 현재 민사 소송 중에 있으며 법정에서 시비를 가려줄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내놨다. 롯데푸드는 지난해 11월 1일 전 대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걸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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