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피용 의혹 삼성준법위 출범 시선 개선, 준법경영 이미지 탈바꿈 과제로
양형 사유 반대 목소리 대안 카드 꺼내들어 해결하는 소방수 역할 소임도

사진=뉴시스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대학 선배인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총괄 고문이 컴백했다. 일선으로 복귀한 직위는 대외업무(CRㆍCorporate Relations) 담당 사장이다.

그의 컴백이 주목 받는 것은 이 부회장 복심(腹心)이라 불릴 만큼 최측근 인물로 분류되고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해체된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 재직시 ‘삼성의 입’이라고 불린 이 사장은 이 부회장과 서울대 동양사학과 선후배 관계다. 2005년 MBC에서 삼성전자 상무로 이직 당시 일면식 없는 관계였지만 12년간 손발을 맞췄다.

2017년 11월 3일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 발표 직후 자진해 커뮤니케이션팀장직을 내려놓고, 사회봉사단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지난 20일 사장단 인사로 현업으로 복귀했다.

법무법인 지평 김지형 대표 변호사가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 변호사 사무실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초대위원장 수락 배경 및 위원회 구성 운영방향에 대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사장 앞 놓인 난적한 숙제들

다시 전면에 등장한 이 사장이 해결해야 할 난적한 숙제들이 적지 않다. 가장 시급한 것은 내달 출범하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돌리는 데 있다.

시민단체 등은 준법위 출범 목적 자체가 이 부 회장의 양형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고, 이를 이 부회장 재판과 별개로 봐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ㆍ야 국회의원 43명과 양대노총, 경실련과 민변, YMCA와 참여연대 등은 21일 “준법위가 이 부회장 재판 양형심리에 결코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이 성명은 지난 17일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4회 공판을 진행한 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부가 박영수 특검이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인멸 등을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것에 따른 성격이 짙다.

여기에 파기환송 재판부가 지난 9일 삼성이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준법위의 ‘실질적ㆍ효과적 운영을 평가’한다며 전문심리위원단 구성 계획을 밝히고, 위원 중 1인으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면서 양형에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한 반박이다. 시민단체 등은 이 부회장 국정농단 재판의 양형 줄이기 등 면피용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 상황이다.

앞서 해당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3차 공판 준비 기일에서 이건희 회장을 보고 배우라는 취지를 거론하며 이 부회장에게 재벌 체재의 투명성을 보완할 방안을 요구한 바 있다.

준법경영 스킨십 행보 보일까

이 사장은 또 유일한 삼성 내부 준법위 위원으로서 대내외 준법경영을 알리고 소통하는 스킨십 역할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해결에 물꼬를 트고, 합의에 이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에서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사장은 2014년 6월 2일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으로 있을 때 삼성 반도체 피해자 등으로 구성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첫 교섭에서 진심어린 사과를 통해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에 디딤돌을 놓은 바 있다. 이 디딤돌은 중재조정이 시작된 지 4년만인 2018년 11월 23일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중재판정 이행 합의 협약을 갖는 것으로 이어졌다.

현재 복귀한 이 사장 입장에선 국정농단과 삼바 이슈 등으로 얼룩진 이미지를 쇄신하고, 준법감시위원으로 삼성의 준법경영 체제를 갖추는데 힘을 보태면서 대외적으로 이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이 더 이상 안방의 각종 이슈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낳고 있는 것이 부적절하고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준법위가 이 부회장 양형 사유에 고려돼 집행유예의 형을 확정 받게 되면 반대 목소리를 냈던 쪽에 대안 카드를 꺼내 들어 해결하는 소방수 역할도 해야 하는 처지다. 다시 말해 준법위가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 받고, 실효성 있는 외부 기관으로써 회사의 위법 행위를 차단하는 것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얘기다. 준법위 역할을 두고 ‘면피’ VS ‘변신’의 엇갈린 시선이 존재하는 만큼 이 사장 역할이 중요해진 것.

앞서 삼성전자는 이달 초 준법위를 출범키로 하고, 위원장으로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전 대법관)를 내정했다. 다음 달 출범예정인 위원회는 삼성그룹의 준법경영에 대한 감시권과 조사권, 시정요구권을 행사한다.

위원회는 김 전 대법관을 비롯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봉욱 변호사,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총괄 고문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추후 준법감시 프로그램과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구체적 실행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삼성준법감시위 초대 위원장 내정 기자회견에서 이 부회장을 직접 만나 자율성과 독립성을 약속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직도 재판 중

현재 이 부회장은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중이다. 2017년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그 다음해 2월 2심에서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석방됐다.

이런 재판의 흐름 때문에 최종심인 대법원도 집행유예 형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항소심 판단을 깨고 삼성이 제공한 말 3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을 모두 뇌물이라고 인정, 국정농단 뇌물공여액 규모는 총 86억원으로 늘었다.

항소심인 2심에서는 그 규모를 36억원으로 봤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는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법정 하한선이 징역 5년이어서 집행유예 선고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재계는 준법위 출범으로 삼성이 얼마나 변할지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다시 현업으로 돌아온 이 사장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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