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검사내전·블랙독 등 사실적인 드라마 시청률UP!...재벌·출생비밀·신데렐라 등 한류드라마 공식 벗어나며 눈길

왼쪽부터 <스토브리그> <블랙독> <검사내전> 순. 사진=각 방송사 제공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1. 주인공은 언제나 남다른 외모를 갖고 있다. 

#2. 사랑은 한순간에 시작되며 언제나 사회적으로 모든 것을 갖춘 이가 정반대의 사람에게 매력적으로 끌린다. 

#3. 개연성과 관계없이 출생의 비밀이 등장한다. 

#4. 주인공은 불치병을 앓고 있으며, 죽음의 위기를 언제나 사랑으로 극복한다.

연예계에서 드라마의 성공방식은 대부분 이런 흐름을 따라간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겨울연가>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제작됐던 이런 방식의 한국형 드라마들은 그야말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한류 열풍의 한 자리를 자치했다. 

이랬던 드라마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하고 있다. 바로 리얼리티다. 동화 속 이야기를 주로 상상하게 만들었던 과거와 방식과는 다른 현실감을 극대화하면서 오히려 극중 로맨스까지 증발시킨 그야말로 땀내 나는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주목읇 받고 있어서다. 바로 <스토브리그>와 <검사내전> <블랙독>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세 드라마의 특징은 바로 리얼리티다. 프로야구 시즌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스트보리그>는 그야말로 로맨스가 아닌 오피스 드라마의 전형을 보여주면서 남성 시청자들의 열열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정치검사가 아닌 사건검사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검사내전>과 수험새들의 진짜 모습과 교사가 되기 위한 기간제교사들의 치열한 경쟁을 그려낸 <블랙 독> 역시 과거 한국 드라마가 그렸던 사랑이야기가 아닌 진뜩하고 짠내 하는 사람들의 세상사는 이야기가 주가 되고 있다. 

과거 웰메이드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며 드문드문 등장했던 리얼리티 드라마들이 하루아침에 이처럼 대세로 자리매김하게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열형시청자들을 양산하고 리얼리티 드라마들의 장단점을 살펴봤다. 

탄탄한 각본에서 나오는 공감의 힘 

최근 등장하는 리얼리티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바로 '현실감 넘치는 각본' 때문으로 요약된다. 실제로 해당 분야에서 꾸준하게 일을 해본 이들만이 알 수 있는 전문정과 함께 다양한 사람들이 일으키는 시너지효과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전문적인 영역 너머의 사람들이 가진 개개인의 사정까지 들여다보는 휴머니즘의 세계까지 가면 그야말로 시청자들은 이런 드라마를 '웰메이드'라며 칭송하게 된다.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스토브리그>가 대표적이다. 이 드라마는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 후에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 사이에서 구단회사와 구단 소속직원들, 그리고 선수들 개개인의 이야기를 몰입감 있게 풀어가며, 시청자들에게 야구 경기 너머의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극중 등장하는 "시즌 중에 감독이, 시즌 후에는 단장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말처럼. 

강남 대치동의 사립고교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블랙독> 역시 마찬가지다. 정년과 고용이 보장된 정교사가 아닌 계약직인 기간제 교사로 학교에 오게 된 주인공이 직책에 대한 차별을 받는 모습, 그리고 교직원이 아닌 학생들도 그에게 낯선 눈길을 내보이는 모습들은 그야말로 우리 학교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여주는 듯 하다. 

책으로 먼저 출간돼 화제를 모았던 <검사내전>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드라마에서 등장했던 검사들은 대부분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냉철하고 차가운 모습에 가까웠거나, 세상의 부조리를 홀로 해결하려는 정의의 사도 같았지만, <검사내전>에 등장하는 검사들은 그야말로 평범한 공무원에 가까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한다. 

진짜로 경험한 작가들의 힘

이처럼 리얼리티 드라마가 전문성과 현실성을 모두 가질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 때문일까. 정답은 드라마의 대본을 쓴 작가에 있다. 세 드라마 모두 작가들이 치밀한 사전조사와 고증을 통해 이야기를 준비했고, 이 과정에서 해당 업종에 실제로 종사하는 등 막대한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스토브리그>의 이신화 작가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각본 없는 스포츠만 드라마가 없다'면서도 '스포츠는 구현이 어려워 드라마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모순을 조화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주제로 역전의 짜릿함보다 선수들의 이야기를 주목해 이야기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고, 프런트를 공간적 배경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실제 <스토브리그>에 최근 등장했던 연봉협상 과정은 과거 LG트원스의 모습을 연상시켰으며, 극중 길창수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백차승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강남8학군의 모습을 적나라가 표현한 <블랙독>의 박주연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대본에 녹여냈다. 박 작가는 3년에 걸쳐 교사생활을 했다. 이런 경험을 극화해 선생님들은 물론 학생들과의 대립구도를 만들어내는 등 사실적인 드라마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직 검사 출신이었다가 얼마전 사직한 김웅 작가는 <검사내전>을 직접 직필했다. 스스로를 '생활형 검사"라고 밝히는 그는 "검사로 일했던 18년 생활을 에세이로 담은 것"이라고 밝혔다. 

가슴을 울리는 보통의 힘!

현실적인 전개와 가슴을 울리는 사연들, 그리고 현실적인 개연성으로 주목받는 리얼리티 드라마들은 추구하는 바도 평범해서 비범하다. 세 드라마를 집필한 작가들은 거창한 구호 대신 한목소리로 보통의 삶을 강조한다. 

<스토브리그> 이신화 작가는 "강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면서 "성적이 공개되는 프로야구를 통해 땀방울을 흘렸다면 그 자체로 격려하고 보람을 느끼는 사회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블랙독>의 박 작가와 <검사내전>의 김웅 전 검사 역시 평범한 삶을 강조했다. 

사실적인 이야기와 가슴 울리는 사연으로 리얼리티 드라마라는 새로운 장르를 연 드라마들.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의 삶이 브라운관을 통해 그대로 투영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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