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낡은 정치, 기득권 과감한 청산 필요... 국민과 함께 나아가겠다”
바른미래당 사태는 내 책임... 합리적 개혁으로 나아가지 못해 송구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1년여간의 해외 체류를 마무리하고 국내 정계로 복귀하겠다고 2일 시사했다. 안 전 의원은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꾸어야 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 드리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민주신문=김현철 기자]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꾸어야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하는 지에 대해 상의 드리겠습니다. 외로운 길 일지라도 저를 불러주셨던 국민의 마음을 소중히 되새기면서 가야할 길을 가겠습니다”
 
미국에 체류 중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이후 독일, 미국에 머문 지 1년 4개월 만이다.
 
안 전 대표는 "우리나라의 정치는 8년 전 저를 불러주셨던 때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이 대한민국의 부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전면적인 국가혁신과 사회통합, 그리고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청산이 필요하다고 복귀 이유를 설명했다. 
 
◇ 안철수 복귀에 엇갈린 평가
안 전 대표의 정계 복귀 소식에 대해 정치권은 다양한 반응을 내 놓았다. 먼저 환영의 뜻을 밝힌 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다. 손 대표는 안 전 대표가 복귀를 선언한 날 페이스북에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국회 통과로 새로운 정치개혁이 출발하는 시점에서, 안 대표는 중도개혁과 다당제 연합정치의 출발선에 다시 섰다”며 “지난 1년간 해외에서 6년간의 정치활동을 성찰하는 시간 동안 갈고 다듬은 비전으로 바른미래당과 중도개혁세력의 총선 승리를 위해, 그리고 한국 정치의 미래를 위해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손 대표는 “아직 특별히 논의된 것은 없지만 안 전 대표가 중도노선 정치를 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며 “돌아와서 우리와 상의가 있을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3지대 창당을 꿈꾸는 이들도 분주하다. 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은 6일 안 전 대표를 거론하며 “정계 개편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대안신당은 언제나 문을 활짝 열고 있다”고 공개 구애 메시지를 보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마지막 유세날인 2018년 6월 12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서 진행된 집중유세에서 지지연설을 하며 안철수 후보의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안 대표가 복귀 시점은 잘 잡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니 이 틈을 타 귀국을 결심한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안 전 대표의 정치적 행태로 볼 때 보수대통합을 할 수 있는 리더십은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를 했다. 
 
‘보수재건’과 ‘젊은보수’ 기치를 내걸고 지난 5일 창당한 새로운보수당도 발을 담궜다. 하태경 새보수당 공동대표는 “안 전 의원이 말하는 혁신이 우리 당의 생각과 비슷하다. 재결합하자”며 함께하자는 뜻을 내비쳤다. 
 
보수재편을 주도하려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근 "유승민, 안철수, 이언주 등 통합할 수 있는 대상은 모두 통합해야 한다"며 안 전 대표를 향해서도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안 전 의원 쪽이 한국당에는 선을 긋는 태도를 보이자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안 전 대표는 정계복귀선언 후 한 언론과 가진 서면인터뷰에서 “귀국 후 특정 정당에 함께할 생각은 없으며 당분간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 뭉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닌 만큼 혁신이 우선”이라고 한국당의 제안을 일축한 상황이다. 
 
정계복귀를 선언한 안 전 대표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새로운 정당 창당, 바른미래당 합류, 자유한국당 합류 외에도 ‘제4의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안 전 대표는 지금 한국당은 여당에 비해 가치와 이미지 경쟁에서 완벽하게 뒤쳐져 있다고 보고 있다”며 한국당 합류 가능성에 대해선 낮게 평가했다.
 
◇ 귀국 임박한 안철수... 바른미래당 상황은 저의 책임
그런 가운데 안철수계 의원들은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래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권은희·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동섭·이태규 의원과 김형준 명지대 교수가 발제자, 태원준 국민일보 논설위원, 허찬국 충남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축하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현 정치는 편 가르고 국민 분열시켜서 자기들 정치권력을 유지하려는 낡은 정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의와 공정의 기준이 무너져 있다. 성장 동력은 떨어지고 민생 경제는 최악인데, 정치도 양극화, 사회도 양극화, 경제도 양극화, 정치·경제·사회의 3각 양극체제가 공고화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안철수전국팬클럽들의 연대모임 범안팬연합, 바른미래당 평당원모임, 안철수를 지지하는 일반시민 일동 관계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전 대표의 정계복귀에 따른 범안팬 환영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과거 지향적이고 분열적인 리더십을 미래지향적이고 통합적인 리더십으로 바꾸어야 한다”며 “87년 민주화 이후 지역주의와 결합하여 우리 정치를 지배해 온 이념과 진영의 정치 패러다임을, 실용정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 합리적 개혁의 큰 흐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당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서는 “영호남 화합과 국민 통합이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추진했던 바른미래당 분열 책임은 저한테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안 전 대표는 "국민들과 당원동지 여러분께서 과분한 사랑과 큰 기대를 보내주셨지만 저의 부족함으로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이 먼저 손을 내밀어 역사의 물줄기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려는 순수한 의도였다"면서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설득이 부족했고 결과는 왜곡되고 말았다. 이 역시 모두 제가 부족했던 탓"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그동안 정치를 그만둘지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저를 불러주셨던 그때의 상황 속에서 시대흐름에 얼마나 충실하게 부응했는지, 오류는 무엇이고 어떤 착오가 있었는지, 미래를 향해 질주해가는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1년여 동안 과거를 돌아봤다"고 했다. 
 
안 대표는 "제가 정치의 부름에 응했던 이유는 삶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희망을 잃어버린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사회를 바꾸어야 우리가 함께 미래로 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때의 진심과 선의 그리고 초심은 지금도 변치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대한민국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심과 선의로 호소하겠다"면서 "우리가 다시 희망을 가지려면 먼저 우리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 국가 대개조를 위한 인식의 대전환에 대해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밝히며 정계 복귀에 힘을 실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가 2018년 7월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안철수 현상’ 재현할까
안철수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자신보다 지지율이 낮은 박원순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기성 정치인과 다르다는 이미지를 보여줬다. 이후 2012년 ‘미래와 새정치’ 슬로건을 내걸고 정계에 화려하게 등장한다. 기존 정치와 다른 새로운 정치를 만들자는 유권자들의 욕구는 ‘안철수 현상’이라는 신드롬으로 나타났다. 
 
그는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와의 단일화를 이뤄 또 한번 양보를 한다. 2014년에는 민주당과의 통합을 했으나 2015년 12월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나 국민의당을 창당하게 된다.  
 
이후 안철수는 2016년 4·13 총선에서 38석의 제3정당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총선을 두달 앞두고 창당된 국민의당은 당시 광주 8개 지역에서 전부 당선되며 호남을 석권하게 된다. 정당득표율이 26.7%에 이르며 더불어민주당(25.5%)을 넘어섰고, 비례대표도 13번까지 당선된다. 
 
이후 바른정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을 창당하고 2018년 6.13지방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이 선거에서 안철수는 대선과 마찬가지로 3등을 한다. 바른미래당 후보들 99%가 패배하는 쓴 맛까지 보며 안철수는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입었다. 
 
그는 낙선 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그러면서도 “성공이 끝이 아니다. 그렇다고 실패가 완전한 마지막도 아니다”라는 윈스터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말을 남기고 독일로 떠났다. 
 
2011년 서울시장 출마를 시사하며 정치권에 발을 들인 지 7년만이다. 안철수는 한 번의 당 대표 선거와 두 번의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한 번의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 모두 후보로 직접 뛴 선거였다.  
 
안 전 대표는 정계 복귀 메시지에서 “이제 우리 대한민국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심과 선의로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세력이 사생결단해 싸우는 동안 우리 미래 세대는 착취당하고 볼모로 잡혀 있다”고도 했다. 
 
이어 그는 "제가 정치의 부름에 응했던 이유는 삶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희망을 잃어버린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기 때문"이라며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사회를 바꾸어야 우리가 함께 미래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가 2018년 7월 12일 서울의 카페에서 정치 일선 후퇴 기자간담회를 연 뒤 차에 올라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 전 의원은 또 1년여간의 해외 체류에 대해 "제 삶과 지난 6년여간의 정치 여정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국민과 당원동지 여러분이 과분한 사랑과 큰 기대를 보내줬지만, 저의 부족함으로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4·15총선을 100여 일 앞둔 새해 벽두에 안철수는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바른미래당은 지금과 같이 분당하기 전 당권파·비당권파의 내부 갈등이 극도로 치다를 때마다 안철수의 귀국을 종용했다. 하지만 안철수는 응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정치권 재편을 두고 혼란한 틈을 타 복귀 시점은 잘 잡은 거 같다. 
 
그의 느닷없는 복귀 선언은 선거법 개정에 따른 제3정당 출현의 성공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선거제 개편을 위해 노력한 것 없는 그가 이제와 제도 변화에 무임승차하려는 상황이 곱게 보이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순간 흥행을 노리는 기회주의적 행보 아니냐는 세간의 시선이 따갑게도 느껴진다. 
 
안철수는 안다. 90여일로 남은 시간도 짧다. 분명한 정치철학과 구체적 정책 내용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저 잊혀지는 게 두려운 보통의 정치인과 그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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