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장·강 부사장, 징역 1년6개월 실형... 삼성 전·현직 임직원 27명 무더기 유죄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좌측부터)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이민성 기자]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함께 노조와해에 개입한 혐의를 받은 삼성그룹과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들에게도 줄줄이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7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의장과 강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앞서 강 부사장은 에버랜드 노조와해 의혹 사건으로도 지난 13일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받은 상태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 박용기 삼성전자 부사장,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 등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구속을 면했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징역 1년),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징역 1년2개월), 박상범 삼성전자서비스 전 대표(징역 1년6개월)에게 실형을 선고해 법정 구속됐다.

또 삼성전자의 노사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노무사(징역 10개월), 뇌물을 받고 노사협상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전직 경찰 김모 씨에게는 징역 3년 형을 선고했다. 이날 하루에만 7명이 구치소에 수감됐다.

검찰은 이 사건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법인을 포함해 총 32명을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이 가운데 26명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이 의장·강 부사장 등 삼성 관계자들은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주도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인 이른바 '그린화' 전략을 기획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된 2013년 6월 종합상황실을 꾸리고 신속대응팀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강성 노조가 설립된 하청업체를 폐업시켜 노조원들을 경제적 어려움에 빠뜨리고, 노조원 개인 재산관계 및 임신 여부와 같은 민감한 정보를 빼돌리는 등 표적 감사를 벌이기도 한 것으로 파악했다.

회삿돈을 빼돌려 사망한 노조원 유족에 무마용 금품을 건네거나, 노사 협상을 의도적으로 지연한 혐의 등도 있다. 이 과정에 한국경영자총협회 임직원이나 정보 경찰이 개입한 사실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날 재판부는 "삼성전자서비스는 사실상 협력 업체를 자신의 하부 조직처럼 운영했고, 소속 이사들은 근로자 파견 범죄에 해당할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를 했다"며 "이 의장과 강 부사장까지 모두 노조와해의 실행과 전략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증거가 충분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 사건 부당노동행위 관련 수많은 문건이 발견됐다"면서 "미래전략실(미전실)에서부터 파생돼 계열사 및 자회사로 배포된 각 노조 전략, 비상대응 시나리오, 비밀 동향 보고 등 노조를 와해시키겠다는 전략을 표방하고 구체적으로 시행한 방안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지난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S그룹 노사 전략’ 문건을 폭로한 지 6년만의 일이다.

110쪽 이상의 노사 전략 문건에는 삼성이 설립되고 이어온 '무노조 경영'원칙을 유지하기 위해 '노조 가입자가 절반이 넘는 직장은 아예 폐쇄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은 수사에 나섰지만, 문건 작성 주체와 출처가 확인되지 않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최지성 당시 미래전략실장 등 다수가 무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2월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의혹 수사 과정에서 관련 문건을 확보하면서 의혹이 재차 불거졌다.

검찰은 삼성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으로 서초동과 수원 사옥을 압수수색 벌이다 우연히 관련 문건을 무더기로 발견했다.

이후 6월19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뒤 11번의 공판준비기일과 36번의 공판기일을 거친 끝에 1년 6개월 만에 1심 재판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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